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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6.04.24] [기고] ‘친미-친중’ 이분법적 사고 벗어나야

  • 김흥규
  • 2015-08-25
  • 663

최근 미국과 중국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2005년 미 국방부가 제출한 중국군사력에 대한 의회 보고서나 20062월에 나온 ‘4개년 국방 평가 보고서’(QDR)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실제 진행 상황이며, 현재 중국은 평화와 갈등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은 ‘2005년 군축백서를 통해 이를 반박하고 있다. 이를 두고, 앞으로 미-중 관계에서 갈등의 요소가 확대되지 않을 것이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심상치않은 미중관계는 우리의 외교를 곤혹스럽게 하는 요인일 것이다.

 

418일부터 22일 사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은 곳곳에서 미-중간의 불협화음을 낳았다. 우선, 중국은 국빈방문으로 대우해 줄 것을 요구했고, 미국은 격을 낮추어 공식방문으로 대접하려 했다. 결국, 중국은 국내에서 국빈방문이라고 발표하고, 미국은 공식방문으로 대접하는 선에서 타협한 것으로 보인다. 행사과정에서도 미국쪽의 의전상 무성의나 무례함이 드러났다.

·중 양국은 후 주석의 방중을 대하는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대중 무역역조를 시정하고 중국의 환율절상을 이끌어 내려는 주요한 기회로 봤다. 반면에 중국쪽은 중-미관계의 기저에 있는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국의 불신을 해소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하고,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확대하는 전략적 계기로 삼고자 했다. 이런 정책 우선순위의 차이는 엇박자를 드러냈다.

이런 현상만을 놓고 보면 미-중 관계는 협력보다는 갈등과 차이가 더 부각돼 보인다. 하지만 갈등이라는 현상의 이면을 살펴보면, ·중 양국은 각자의 국가이익과 국내정치를 고려하면서 갈등과 협력의 외교 게임을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 관계를 단순한 갈등적(Zero-sum) 관계로만 이해한다면 현재 양안관계의 안정이나 북핵문제 등과 같이 특정 이슈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양국의 협력적인 관계를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 중국은 2006년 외교의 화두로 조화를 중시한다는 화자위선’(和字爲先)을 내세웠다. 여기서도 드러나듯, 중국은 미국의 힘의 우위를 인정하고, 미국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 중국은 대북관계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혈맹관계보다는 자국의 정치적 이해에 따른 외교정책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과의 갈등이나 분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보다 명확하게 실리를 추구하는 정책을 채택할 개연성이 높다.

미국 역시 중국의 협력 없이는 동북아의 현안들을 풀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을 하고 있다. 로버트 죌릭 국무부 부장관은 20059월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이해를 현실로서 인정하고, 중국에게 역내 이해상관자’(Stakeholder)로 역할할 것을 언급했다. 미국은 중국이 북핵 상황을 관리하면서 북한이 더 극단적인 행위를 못하도록 제약하는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비핵화를 확약하게 하는 관리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이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동북 4논란의 근거를 제공하고 있는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 경제개입정책이 미국의 지지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중 간에는 단기적으로는 북핵문제에 있어서 현상 유지와 안정이라는 공동의 이해에 기반한 협조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협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대북 압박을 통해 북한 정권의 행태를 바꾸고, 북핵을 포기하게 하려는 중장기적인 정책을 가진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이란과 이라크 문제에 미국이 정책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북핵 관련 정책이기도 하다.

 

-중 관계는 앞으로도 절대적인 대립의 관계가 아닌, 국익에 따라 사안별 협력과 갈등의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우리도 친미냐 친중이냐 하는 단순 이분법적 사고 대신, 보다 유연한 시각으로 미-중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특히 대립적이지만은 않는 미-중 관계를 적절하게 국익에 맞게 이용할 지혜와 외교적 역량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