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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국방일보 2010.10.14] [세상보기] 中-日 댜오위다오 열도 분쟁과 우리의 대응

  • 김흥규
  • 2015-08-25
  • 671

20109월 댜오위다오 열도 문제를 둘러싼 중-일 간의 분쟁에서 중국이 이처럼 초강수로 나올지는 실제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예측하지 못했다. 이는 중국이 그간 1970~80년대 지정학적 세력 균형의 논리, 1980년대 이후 경제발전 우선전략 및 현실적인 국력의 격차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동 문제와 관련해서는 분쟁 보류, 공동 개발의 원칙을 견지해 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새로이 집권한 일본 민주당 정부가 중국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취함으로써, -일이 새로운 단계의 협력시대로 진입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평가가 오히려 지배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댜오위다오열도와 관련한 중-일 간 분쟁은 우리에게도 상당한 충격을 안겨 줬다. 최근 천안함 사태를 통해 중국과 일정한 갈등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당장 영토 분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중국과의 분쟁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독도문제로 일본과 갈등상황에 있는 우리에게 이번 댜오위다오 분쟁은 대단히 나쁜 전례를 남겼다. , 일본이 중국이 한 행동을 재연할 경우, 우리가 일본의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남겼다. 국제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도 대중국 견제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대만과의 관계, 대조선족 영향력, 일본과의 군사협력, 대중국 그물망 외교 강화 등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국내 중국 전문가들은 남북관계 강화를 통한 대중국 외교 강화, 동 사안과 중국 위협론 사이의 논리적 비약문제, 중국에 대한 이해 부족을 보다 중요한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우리의 대처 방안을 놓고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상호 의사소통이 필요할 것 같다. 두 번째는 국제정치의 현실에 대한 냉정한 인식이 필요하다. 미국의 강력한 지원 약속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하루 만에 백기를 든 이유도 곱씹어 봐야 할 일이다. 세 번째로는 일부에서 제시하는 대중국 견제 능력 강화를 위한 정책들이 현실성 및 적실성은 있는 것인지, 그리고 혹 의도와는 반대의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지도 신중히 생각해 볼 일이다. 복합적이고 다층적으로 얽혀 있는 역내 영토() 관련 갈등구도는 양자 간의 문제로 해소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양자적인 속성을 담은 대응책은 결국 실패로 귀결되거나 아니면 더욱 곤혹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역내 다자안보 협상체제의 구축을 통해 주변 강대국의 행태를 상호 결박하는 외교가 필요할 것 같다. 중국은 중단기적으로 지역 강국으로서 일본에 대한 견제는 강화하되, 한국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포용정책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역내 신 냉전구도가 형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을 필요로 한다. -중 협력 구도는 한-중 간 규범적인 형식뿐만 아니라 실제 이해에서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미네르바의 올빼미가 날아가기 전, 아직은 우리에게도 전략적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는 셈이다. 분쟁과 갈등보다는 협력외교를 강화하는 지혜(prudence)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