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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 2010.09.09] 세상보기-천안함 사태 이후 국제관계와 시사점

  • 김흥규
  • 201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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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태 이후 동북아 국제정세는 더욱 불확실해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국제정치적 위상이 급격히 증대된 중국은 역내 문제에 대해 발언권을 확대하면서 일견 미국과 갈등도 불사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려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의지를 동시에 표출하고 있다. 일본은 미·일동맹 차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한다. 러시아도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슬그머니 역내 정세에 개입하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그 의도에 대해서는 모호성을 가중시켰다.

북한은 경제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 있고 역내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상태가 악화되면서 후계구도 설정과 관련해 북한 내 권력 갈등도 만만치 않다는 징후를 보인다. 역내 국가들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안고 달려가면서 2012년 말까지는 모두 정권교체를 하게 될 것이다.

 

천안함 사태는 이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안겨준다. 우선, 한반도 문제는 더 이상 남북한 간의 문제로 귀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천안함 사태는 우리의 의도와 관계 없이 미·중 간 역내 영향력 확인을 위한 게임의 장으로 변질됐다. 두 번째, 중국은 이제 자신이 분명히 역내 이해상관자(stakeholder)라는 것을 드러냈다. 셋째, 각국 국내정치가 대외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증대되면서 국제정치의 게임이 보다 복합적이고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중국 군부는 국내 민족주의의 열망을 등에 업고 대미 및 대한 강경론을 주도하면서 국내 정치적·재정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시도하고 있다. 미국 역시 중간선거 등을 의식하면서 대중 강경 입장을 공공연히 천명했다.

 

이러한 시사점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정책적 교훈을 안겨준다. 첫째, 향후 한반도와 관련한 문제의 처리는 미·중 간 이해의 교집합 영역에서 합의 처리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두 번째, 중국을 배제하거나 간과하는 외교는 더 이상 성공을 거두기 어려우며, 그 대가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한미동맹이 우리 안보정책의 근간이 되기는 하지만, 대중국 인식과 정책 역시 연미통중(聯美通中) 전략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진전되지 않으면 중국과 소통하고 전략적 협력을 이끌어 내기 어려울 것이다. 세 번째, ·중은 국내정치적 고려와 내부 조직의 이해로 상호 치열한 갈등 양상을 보이지만, 구조적으로는 전략적 협력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핵무기의 시대에 어느 일방도 군사적 우위를 바탕으로 타방을 강제할 수는 없다. 그리고 경제적 상호 의존성과 취약성으로 상호 결박돼 있어, 그 어느 일방도 전면적 갈등을 감당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현실적으로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이미 포기한 것으로 보이며, 국제정치에서 강대국 간의 이해관계는 표면상 갈등하는 것처럼 비쳐도 비강대국과의 이해관계보다 더 깊고 넓은 면에서 일치한다.

 

동북아에서 흔히 말하는 남방 삼각과 북방 삼각의 대립구조는 중국이 1972년 소련을 주적으로 인식하면서 미국 및 일본과 준군사 동맹을 수립했을 때, 이미 사라졌다. 동북아의 신냉전 구도를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과 부합하지도 않고, 오히려 역내 안보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 오직 북한만이 신냉전 구도에서 안정적으로 중국의 지원을 획득해 자신의 생존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신냉전 구도는 미·중의 전략적 이해에 부합하지 않으며, 행여 북한이 이를 기도한다 할지라도 결국 실패로 귀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