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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0.08.29] [시론] 두 번 방중 김정일, 고민은 더 깊어갈 것

  • 김흥규
  • 201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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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위원장이 올 들어 두 번째로 중국을 방문했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건강도 좋지 않고, 후계 계승 준비, 경제위기 극복, 천안함 국면 탈출, 카터 일행 접견 등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는데도 중국에 갔다. 김 위원장이 방중을 단행한 것은 그가 인식하는 위기의식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최근 모든 여건을 고려할 때, 북한은 사상 가장 복잡하고 다루기 어려운 국내외 환경에 직면하고 있고,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김 위원장은 방중을 통해 몇 가지 핵심적인 고민을 해소하고자 하였을 것이다. 우선 3남 김정은을 대동하였을 개연성이 크지만, 그 여부와 상관없이 3대 세습에 대한 문제가 가장 중요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중국측에 세습에 대한 양해를 구했을 것이다. 혼돈에 가까운 위기 상황 속에서 어린 자식에게 모든 부담을 안기고 떠나야 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담았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사회주의 사상 유례 없는 3대째 부자세습에 대한 중국의 곱지 않은 시각을 잘 인식하고 있다. 9월로 예정된 노동당 대표자 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김 위원장은 과거 자신의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중국에 이해를 구하는 일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로 여겨졌을 것이다.

 

천안함 이후 정국은 불확실성이 크다. 손상된 북·중관계를 복원하고 전통적인 북·중 간 우의 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일이 긴요했을 것이다. 북핵 위기 속에서 북한은 국제적으로 더욱 고립되고 있다. 천안함 사태 여파와 원칙을 강조한 한·미의 대북정책을 고려할 때, 향후 국제적 고립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대외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중국과 관계를 강화하여 생존을 위한 보루를 확보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5월 방중은 크게 실패하였고, ·중 양국은 이 불편한 관계가 계속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북한은 깊어가는 국내 경제위기, 권력 전환기의 상황, 보다 엄격해질 국제적 제재에 직면하면서 중국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다. 중국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안정적인 한반도 상황을 필요로 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 서울 개최는 중국이 추구하는 새로운 국제 정치·경제질서로의 변화를 위한 첫 시험대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해 북한이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지 못하도록 관리하려 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북·중 정상은 동상이몽 속에서 "전통적 우호협력관계"를 과시해야 할 필요성을 서로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중국의 경제적 지원은 이에 따라오는 부수적인 것이다.

 

중국은 김 위원장 생전에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현 중국의 국력은 북한 경제를 완전히 탈바꿈시킬 수도 있고, 북한군 현대화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북한이 연명할 정도의 지원만을 하고 있는 중국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새겨봐야 할 일이다. 금년 김 위원장의 두 차례의 방중에도 김 위원장의 고민은 더 깊어만 갈 것이다. 향후 북·중 간 동상이몽의 간극은 더 넓어질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중관계가 북·중관계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중국도 잘 이해하고 있다. ·중 관계를 단순히 동맹관계로만 이해한다면 이는 실제와 부합하지도 않고, 우리 외교의 영역을 그만큼 축소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