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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 2010.08.12] 세상보기 - 중국의 엘리트 정책

  • 김흥규
  • 2015-08-25
  • 746

중국을 하나의 특징으로 굳이 정의하자면 크다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이 그만큼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로 많이 얽혀 있어 통치하기도 어려운 곳이라는 의미도 된다. 역대 중국의 지도자들은 이러한 중국을 어떻게 통치하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아 왔다. 사회주의 중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약진운동, 문화 대혁명에서 엿보듯이 통치력의 약화 및 엄청난 인명피해를 수반하는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오늘날도 중국은 매년 12만 건 이상의 데모·시위·폭동이 일어나는 나라이고, 그 수는 증가세에 있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흔히들 이야기한다. 이는 이해관계의 조정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개혁·개방 시기에 중국 공산당이 어떻게 이처럼 복잡 다양성을 지닌 엄청난 규모의 중국을 여전히 통치해 왔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 시기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는 과거 동아시아의 용이라 일컬어지던 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의 발전상을 넘어서고 있고, 상대적으로 정권을 위협할 정도의 정치적 불안정 상황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혹자는 사회주의 체제의 상명하달식 정책결정과 집행, 전체주의적인 이미지를 지닌 통치체제의 효율성에서 그 성공의 원인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은 성공의 원인이라기보다는 다른 사회주의 체제를 무너지게 한 구조적 문제점이었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했다.

오늘날 중국이 성공한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오리를 산출하는 정책결정과정의 특성과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 중국 정책결정과정은 대중민주주의와는 아직 거리가 멀고 여전히 엘리트 중심적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중국의 정책결정과정이 분절돼 있고, 각자의 집단이익을 최대한 추구하도록 용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도소조와 같이 이들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타협하는 제도도 아울러 발달해 있다. 엘리트 집단 간 이해관계가 얽히고 복잡할수록 정책결정의 속도는 늦어지고, 종종 이해 당사자들 간 타협의 산물로 전혀 효율적일 것 같지 않은 정책이 나온다.

하늘을 나는 무리들은 독수리와 같은 정책을 추진할 것이고, 육지에 사는 무리들은 사자나 호랑이와 같은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그리고 바다에 사는 무리들은 상어나 고래와 같은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중국의 정책결정과정은 이들 간 지난한 타협의 과정을 요구한다.

그런데 이들의 이해관계를 결합해 타협하면 오리와 같은 정책이 나오는 것이다. 오리는 하늘, 육지, 바다에서 다 어색하기는 하지만 모두 통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항상 오리 외에도 독수리, 사자, 상어와 같은 또 다른 정책대안을 동시에 보유하게 된다.

일견 비효율적이고 독수리, 사자, 상어와는 달리 어디에도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 이 오리는 그래도 다양한 이해를 반영하면서 그 정책의 정치적 정당성을 세워주고 정책을 집행하게 해 준다. , 정치적 비용을 최소화해 준다. 오리를 산출하게 하는 중국의 엘리트 정책결정과정이 아마 중국의 정치적 안정을 그나마 유지하게 해 주면서 경제적 성장을 가져오게 한 주요한 요인이 아닐까?

 

물론 엘리트 중심적 정책결정과정만으로 중국 공산당의 미래를 보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어린 시절 즐겨 읽었던 미운 오리새끼의 이야기와는 달리 중국의 정책결정과정에서 이 오리가 독수리, 사자, 상어로 형상화되는 백조로 변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