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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 2010.07.15] 세상보기 - 중국의 부상과 천안함 사태

  • 김흥규
  • 2015-08-25
  • 718

중국의 부상은 오늘날 국제관계 영역에서 가장 널리 회자되는 말 중 하나일 것이다. 최근에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두 국가라는 의미인 G-2의 일원으로 묘사되고 있다. 게다가 21세기 중반이 되면 경제적으로 세계 최강국이 된다고 한다.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을 시행할 때만 해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중국의 변화는 그야말로 천지개벽인 셈이다.

중국인들의 세상에 대한 인식이나 대외관도 그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의 대중국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무르고 있는 것 아닐까? 많은 이들에게 중국하면 여전히 더럽다’ ‘가난하다’ ‘사회주의 일당독재체제’ ‘상명하달식의 정책결정’ ‘전체주의적 이미지등등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먼저 떠오른다.

 

중국의 부상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은 중국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중국위협론이다. 수많은 중국 전문가들이 종종 만들어 내는 중국의 전지전능함이나 완벽성에 대한 신화와 더불어, 깊이 자리 잡은 중국의 흡인력에 대해 일반의 두려움이다.

중국은 곱하기와 나누기의 법칙이 공존하는 나라다. 13억 인구의 부를 곱하면 세계 최대의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는 나라이고, 국가의 부를 13억으로 나누면 여전히 선진국과는 거리가 먼 개발도상국에 머물러 있다. 중국의 상하이, 항저우, 청더, 다롄 등과 같은 연해도시를 가 보면 세계의 어느 도시 못지않게 잘 정돈되고 발달한 현대식 도시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상하이의 포동지역에 있는 마천루들이나, 외탄 지역의 유럽식 건물들을 보다 보면 여기가 정말 중국인가 싶을 정도다.

 

그 반면에 중국은 여전히 3억 이상의 인구가 절대빈곤과 실업상태에 직면해 있고, 사회보장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상태다. 매년 12만 건 이상의 데모와 폭동이 일어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중적인 모습이 오늘날 중국의 현실이다. 중국의 부정적인 이미지만을 생각하면 현재와 같은 경제적 성공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현재의 성공은 우연이고 중국의 미래는 암울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역으로 중국을 과대평가하면 오늘날 중국이 직면한 문제점들과 고민, 그리고 이것들에서 유래하는 대외정책의 실제를 이해할 수 없다.

최근 천안함 사태로 중국과 갈등이 일정 정도 증폭됐고, 불편한 감정들이 상호 더 깊게 자리 잡았다. 물론 중국 측의 미숙한 대응방식에서도 문제점을 찾을 수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에 대한 우리의 이해 부족도 상당 부분 이 갈등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중 동맹을 상수로 전제하고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을 이해하는 한 중국이 현재 처한 딜레마와 고민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고, 그만큼 우리 외교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중국 외교는 진화하고 있고, 중국 내에서는 국제사회에서 처한 자신들의 입지에 대한 이해에 따라 다양한 대외전략사고들이 분화하고 있다.

 

중국의 시각은 과거와 같이 완충지대로서 한반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향하고 있으며, 넓은 의미의 국제관계 속에 한반도 문제가 존재한다. 중장기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한국은 북한보다 더 중요한 나라가 돼 가고 있다. 이 흐름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지 못한다면 장차 북핵문제, 북한문제, 통일문제를 다루는 우리의 고민은 더욱 깊어만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