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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0.04.02] 김정일 訪中, 북핵 해결 더 멀어지게 만드나

  • 김흥규
  • 201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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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訪中) 임박설이 보도되고 있다. 시기적으로도 지금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모두 베이징에 있다. 후 주석이 11일에는 핵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하여 미국으로 출국해야 한다.

최근 중국에서는 대북정책의 방향을 놓고 상당한 논쟁이 있었다. 그러나 논쟁 결과 중국은 한반도 안정, 북한 정권의 유지, 비핵화의 순으로 대북 정책 우선순위를 재확인했다. 나아가 북한 문제를 북핵 문제로부터 분리시킨다는 방침을 보다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비핵화보다는 북핵 문제 관리를 현실적인 목표로 놓고,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더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작년 10월 후 주석은 김 위원장의 방중을 초청했었다.

 

지금 북한이 처한 국내외적 상황은 간단치가 않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 불안정해지면서 후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화폐개혁의 부작용으로 사회 안정에 필요한 생필품은 가격이 치솟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다. 북핵 문제로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북한 정권의 생명줄과 같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싶은 의사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북한은 결국, 만천과해(瞞天過海)의 전략, 다시 말해 자신이 비핵화 목표에 대해서는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희망(착각)을 국제사회에 안겨주면서 핵무장의 과정을 공고히 하려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체제 안전판으로서 중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중장기적인 핵 게임을 치를 수 있는 물적(物的) 지원을 확보하는 것이 긴요할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자세와 북한의 태도로 볼 때 김 위원장의 방중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를 마련하여 한반도의 안정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오히려 김 위원장의 방중은 북한의 개방과 시장 체제로의 개혁, 북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향한 노력에 역행(逆行)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최근 화폐개혁을 포함한 일련의 조치는 북한 지도부가 개혁과 개방에 대해 얼마나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그 체제가 얼마나 반()시장·()개혁적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결국 김 위원장의 방중 목표는 우선 중국과 유대 강화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후계자 문제에 대한 이해도 구할 수 있다. 다음으로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우려를 잘 활용하여 체제 유지에 필요한 만큼의 경제적 지원을 얻으려 할 것이다. 6자회담에 다소 유연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국제사회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핵무장을 지속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려 할 것이다. 중국의 한반도 현상유지 전략, 북핵 문제 관리위주 전략, 북한체제 유지 전략은 김 위원장이 이런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게 해 줄 듯하다.

그러나 그 길로 가서는 중장기적으로 중국이 원하는 한반도 상황의 안정 및 비핵화에 반대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많다. 중국의 의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궁극적으로는 북한 정권의 불안정성도 심화시킬 수 있다. 북한이 비핵화하면 우려하는 정권의 안전도 얻고 개혁 추진을 위한 환경도 조성할 수 있다. 북핵 문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북·중 양국이 지혜를 모으는 대화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