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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조선일보 2009.03.10] [편집자에게] '신(新)아시아 외교구상' 그 모호한 비전

  • 김흥규
  • 2015-08-25
  • 718

이명박 대통령은 순방을 마치면서 '신아시아 외교구상'을 발표하였다. 그간 주변 4강에 치중하였던 대외전략과 외교의 지평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하고, 역내 모든 국가들과 FTA를 추진하여 FTA 허브국가를 지향한다는 것 등이다(9일자 A4). 하지만 문제는 이를 어떻게 추진하고 실현하느냐다.

 

지난 2008, 우리의 4강 외교는 개별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목표, 도전요인들에 대한 분석, 대전략 구상 및 이에 따른 실제적인 정책들을 하나로 엮어내는 비전의 제시는 여전히 모호한 상태로 남아 있다. 또 그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느냐 하는 것도 현재 진행형의 상태로 남아 있다. '신아시아 외교구상'은 한국외교의 장기적인 위상정립의 문제와 동시에 어떻게 구체적이고도 종합적인 실행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수반돼야 한다.

 

우선, 외교정책 실현을 위한 정당성 확보 문제이다. '신아시아 외교구상'의 실현은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이해와 국격을 높일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이미 금융위기로 취약해진 국내에 더 많은 자원의 동원이 요구될 것이다. 어려울수록 이들 취약 부분에 대해 고통을 나누는 배려를 잊지 말아야만 효과적인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

둘째, 국제적 양자관계에 있어서도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이에 따른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진 정책이라도 일방적인 의제의 설정과 소통의 미비는 정책의 실현을 저해할 것이다. 자카리아가 부시행정부의 대외적 실패를 "거만함"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하였듯이 국제관계는 상대가 존재하는 것이며 상대에 대한 사려 깊은 접근과 소통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대외적 위상과 역량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신중한 외교를 전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강한 중등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의 외교는 완력보다는 매력을, 지나치게 이념적이거나 이분법적 사고에 집착하기보다는 사려·신중함을 잘 결합한 창조적 유연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그리고 '신아시아 외교구상'을 추진하기 위한 내부 역량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면서, 그것을 제고시키기 위한 진지한 제도적·문화적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신아시아 외교구상'은 성공해야 한다. 그러나 그 성공 여부는 자성(自醒)에서 비롯된 지혜(prudence)를 얼마나 획득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