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언론

기고문

[조선일보 2008.05.27] 방중(訪中), 실용외교의 시험대

  • 김흥규
  • 2015-08-25
  • 619

·중심외교' 우려 씻고

'상호 신뢰' 굳건히하고 와야

 

현 국제정세는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특징으로 하는 혼돈의 시기에 들어와 있다. 이러한 시기에는 사소한 정책의 실수가 국가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테러, 환경, 질병과 같은 새로운 안보 위협이 전통적 의미의 안보 문제에 복잡성을 더해주고 있고, 중국의 급속한 부상은 기존 국제질서에 중대한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과거 냉전시기의 외교 관행을 넘어 훨씬 복합적이고 능동적이며 창조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 외교는 이러한 국제정세 현실에 대한 우리의 비전을 보여주고 현실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현재까지 제시된 이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답은 실용주의를 표방하면서 '가치외교, 신뢰증진외교, 평화외교'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와 방일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존중의 '가치' 공유를 바탕으로 상호 간 신뢰를 크게 증진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답안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과연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중국은 이미 이명박 정부가 제시하는 '가치'에 입각한 외교가 중국을 겨냥한 '··일 군사동맹', 혹은 호주와 뉴질랜드를 포함한 '동아시아판 나토체제'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의 27~30일 방중은 '실용주의 외교'가 성공하느냐 하는 진정한 실험대가 될 개연성이 크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은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근시안적인 단기이익의 추구나 형식적 치장을 넘어서 흔들리고 있는 상호신뢰를 증진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정경분리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입각해 경제적 실리만을 추구하려 하거나 '가치외교'를 둘러싼 우려를 불식할 수 없다면 보다 주요한 '상호 신뢰'를 잃을 것이다.

중국은 한미동맹의 강화가 한·중 관계의 발전과 반드시 상충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의 안정에 긍정적인 역할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할 정도로 유연성을 보여주고 있다. 남북한 간의 균형외교를 추구하지만 실제는, 경제적 측면만이 아니라 전략적인 고려에서도 한국과의 관계를 더욱 중시할 정도로 변화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 북핵 및 북한문제에서 우리의 실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어느 국가도 중국을 직접적으로 자극하거나 대응하는 '동맹'에 연루되는 이미지를 주기보다는 좀 더 복합적인 외교를 전개하고 있다. 한국이 추구하는 '가치외교''실리'는 물론이고 역내(域內) '평화'를 가져오는 데 기여하려면 배타적이기보다는 포용적이고, 현재적이기보다는 미래지향적 지향점으로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창조적' 실용주의 외교는 한국의 안보에 필수적인 미국과의 관계는 물론이고 주변 모든 강대국과 신뢰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실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중은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더욱 대화를 강화하고 신뢰를 증진하면서 한반도 문제를 넘어 지역의 평화와 공동의 번영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미래의 비전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편견과 무지에 기인한 근시안적인 외교는 의도하지 않은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개연성이 크고 그 대가는 국민이 치르게 된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이 의미하는 전략적 중요성을 음미하면서 '창조적' 실용주의 외교의 성공을 기원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