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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포럼 2011.11.10] 중국의 핵심이익과 한반도

  • 김흥규
  • 2015-08-25
  • 1262

2010년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일련의 긴장과 갈등과정에서 중국의 핵심국가이익 개념이 주요 관심사로 제기되었다. 전통적으로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라고 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한반도가 과연 중국의 핵심이익 지역으로 분류되느냐가 주요 관심사로 제기되었다. 2010년 미국 항모의 서해 진입문제로 중국과 긴장이 고조되었을 때, 중국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에서 한반도는 중국의 핵심이익지역이다라는 기고문을 실은 바 있다.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로서는 북한문제로 인해 중국과 갈등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에 주요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이 외교에서 사용한 핵심국가이익이라는 개념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계기는 중국 대외정책 실무분야에서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이 20097월 제1차 미·중 전략경제대화 회의석상에서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의하면서부터이다. 당시 다이빙궈는 중국의 3대 핵심이익은 중국 기본제도의 유지 및 국가안보, 영토 및 주권 보호, 지속적인 경제 및 사회의 안정발전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미국 역시 200911월에 북경에서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중은 핵심이익을 상호 존중해주기로 공동성명에서 합의해 주었다 (Respecting each other's core interests is extremely important).

미국은 이 당시만 해도 중국을 글로벌 파트너로서 인정하면서 세계적인 사안들에 대해 양국의 공동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고 할 수 있다. ‘핵심이익과 관련한 긍정적 태도도 이러한 기대감을 표현한 것이었다. 동시에 다이빙궈가 제시한 핵심이익은 대단히 모호한 개념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주목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입장은 200912월 코펜하겐에서 개막한 UN 기후변화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의 비협조적이고 무례한 태도를 경험하면서 달라졌다.

20103월 한국의 서해상에서 발생한 천안함 사태는 핵심이익에 대한 논란을 본격적으로 점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천안함 사태로 인한 미중 갈등과정에서 중국 군부의 일부장성이 남해를 중국의 핵심이익지역으로 정의하면서 대외관계에 확장시켜 적용하려 시도하였다. 미국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러한 중국 일부의 주장에 대응하면서 7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포럼(ARF)에서 남중국해 문제가 미국의 중요한 외교적 사안이라고 주장하여 핵심이익이 본격적으로 국제이슈화 하였다. 이후 중국의 핵심이익의 정의에 대해 국제적으로는 물론이고 중국내에서도 논란이 확산되었고, 외교적으로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아직 중국내 핵심이익에 대한 합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내 핵심이익 관련 논쟁에는 크게 보수적 핵심이익론’, ‘핵심이익 확대론절충론이 존재한다. 보수주의자들은 핵심이익의 범위를 가능한 티벳, 신장, 대만 등 국제정치에서 큰 저항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로 하자는 주장으로 주로 관방과 가까운 학자들(발전도상국 외교론자)의 입장이다. 확대론은 핵심이익을 중국의 영토, 영해, 주권과 관련한 모든 사안으로 보고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 등을 포함하여 광범위하게 해석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부상에 고무된 일부 강대국론자들과 군부에 의해 지지를 받고 있고, 전통적 지정학론의 입장에서도 지지하고 있다. 강대국론자의 다른 일부는 현실적인 중국 역량의 한계 등을 들어 핵심이익 논쟁의 연기 혹은 불용을 주장하고 있다.

 

2010년 중국의 대외정책이 공세적으로 전환하였다는 외부의 비판 및 핵심이익과 관련한 논란이 확산되자 중국은 2010년 말 외교실무의 수장인 국무위원 다이빙궈가 12·5규획에 대한 자신의 건의문인 '평화적 발전노선을 견지하자'는 제목의 글을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발표하였다. 이 글은 중국이 기존의 평화발전노선을 견지한다는 것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이의 근거로 "중국은 아직 세계와의 조화를 통해 평화적 발전을 추구해야 하는 개발도상국"이라는 점을 강조(발전도상국론)하였다. 동시에 중국의 국가체제, 주권보호, 영토보전, 국가통일 등 핵심이익의 침해는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 강조하여 국내의 핵심이익 확대론자들에 대해서도 타협하는 내용을 담았다.

핵심이익과 관련한 최근 중국 지도부의 입장은 20118월 중국 국가부주석 시진핑(習近平)이 미국 부통령 바이든의 방중시 회담에서 표출되었다. ()는 미중 양국은 상호간의 핵심이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 내용은 발전이익, 대만 및 신장 문제를 존중하는 것으로 제한하였다. 이에 바이든 부통령 역시 화답하였다. 시진핑이 언급한 중국의 핵심이익 내용은 경제발전을 중시하는 개념이며 동시에 주변 환경의 안정과 평화를 더 강조하는 개념이다.

중국의 핵심이익과 관련한 정의나 논쟁을 놓고 볼 때, 북한 그 자체로는 중국이 핵심이익의 영역에는 포함되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 2009년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정의한 핵심이익의 관점에서 놓고 볼 때, 북한은 대만과 달리 중국의 주권과 영토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 문제가 중국의 핵심이익문제와 연관되는 상황을 가정해보면, 첫째, 북한 급변시, 미국(혹은 한미연합군)이 중국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북한에 군사적으로 진주하는 상황, 두 번째, 북한 상실(Who lost North Korea?)에 대한 책임론 등장, 셋째, 미중관계 악화시, 전략적 완충지대의 역할 강화, 넷째, 북한 급변으로 인한 중국 동북지역의 혼란과 불안정 야기 상황을 들 수 있겠다.

대신, 북한은 전략적으로 중요(중요이익)지역이라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현재의 상황은 북한의 존재가 중국의 핵심국가이익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요인도 동시에 존재한다. 우선, 지경(地經)학적인 의미에서 볼 때, 북한의 존재는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두 번째, 북한이 야기한 북핵 위기로 인해 중국은 미국 및 한국과의 군사적 분쟁에 연루될 개연성 존재한다. 세 번째, 북한발 한반도 불안정이 중국 동북지역 경제 및 사회 안정 및 발전을 저해할 개연성도 크다. 네 번째, 북한은 독자적 외교군사노선 증대해 왔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북핵 기술과 물질이 중국내 분리·독립주의자에게 확산될 개연성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현 상황은 북한이 중국에게 전략적 이익을 가져오기 때문에 중요한 측면보다는 전략적 비용을 크게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중요해지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현재 중국내에 북한의 전략적 지위문제와 관련하여 전략파들과 전통파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연유 때문이다.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중국의 대한반도정책의 핵심은 한동안 현상유지일 것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접근전략을 통해 영향력을 강화하면서도, 동시에 한국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강화하여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 및 안정적 관리, 그리고 대미 억지역량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현재 미중은 모두 한반도에서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중의 입장에서 보면, 한반도 문제가 미중간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로 전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이해가 중요할 것이다. 북한이나 한국이 문제를 야기하여 미중관계의 변수가 되는 상황은 방지하려는 이해를 공유하고 있다. 미중관계가 악화될 경우, 동북아에서 전략적 균형을 이루는 과정에서 한국이나 북한을 최소한의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는 측면이 오히려 강조될 것이다. 국제정치에 공짜가 없다는 평범한 격언을 인식한다면, 미중갈등은 우리에게도 상당한 대가를 지불하게 할 것이다.

동북아에서 유일한 현상변경 세력은 한국이다. 우리는 한반도 통일을 지향하고 있다. 강대국이 아닌 중견국(Middle Power)으로서 약소국 외교에 매몰되지 않고 어떤 외교를 해야 할지 중대한 전환의 시기에 처해 있다. 미국과 중국을 다 같이 우리의 전략적 자산으로 삼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까? 분명한 것은 이제 과거와 같은 일변도 외교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가 중국의 핵심이익 지역으로 전화하는 것은 막는 지혜로운(prudent) 외교가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