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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포럼 2011.10.10] 중국의 주변정세 인식과 한국 외교

  • 김흥규
  • 2015-08-25
  • 762

최근 711일 중국의 대표적인 대외문제 관련 관영매체인 신화사는 흥미로운 사설을 실었다. 그것은 향후 10년간 주변정세가 어떻게 형성될 것인지를 예측하고 중국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를 제시한 글이다. 중국의 주변정세에 대한 집중적인 평가와 대책을 관영매체에서 내놓은 것은 드문 일이라 그 내용과 의도가 주목된다.

 

중국이 바라보는 향후 10년간 주변정세 인식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이 아시아로 복귀하는 추세가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21세기 초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관심과 국력을 집중하는 동안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꾸준히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고 평가한다. 미국은 이제 중동에서 개입을 가능한 관리·억제하고,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체제를 주도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동아시아에 그 외교·군사적 에너지를 더 집중할 것이라는 평가이다. 미국은 이미 20097월 동남아 우호협력 조약에 서명하는 한편, 2010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에 참여하였다.

둘째, 향후 10년간 주변국들과 영해 및 경제수역을 둘러싼 분쟁이 심화될 것으로 평가한다. 중국은 육상에서 영토분쟁은 대부분 안정화시킨 반면, 동중국해 지역에서는 일본과 센카쿠 열도 및 가스전 개발문제, 남중국해 지역에서는 동남아 국가들과 영해를 놓고 분쟁 중에 있고, 한국과도 이어도를 놓고 분쟁가능성을 안고 있다. 한국의 이어도와 같이 지정학적·군사적 측면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사안이 있는 반면, 대부분은 점차 격화되는 자원개발 경쟁과 연관되어 있다. 향후 자원의 소유권 및 개발의 주도권 문제를 놓고 역내 분쟁이 더 격화될 가능성은 크다고 보는 것이다.

셋째, 주변지역에서 중대한 돌발적인 사건이 발생할 개연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2020년까지를 중국이 부상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의 시기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외교는 이 시기에 주변지역에서 안정적이고 평화적인 안보환경을 유지하는 데 정책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그러나 동 시기에 북한, 미얀마, 파키스탄, 중앙 아시아지역 등에서 돌발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이의 예방에 노력하고 있다. 향후 10년 내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동북아에 핵무기가 확산되고, 군비경쟁이 가속화될 것도 우려하고 있다.

넷째, 다자주의의 강화추세를 지적한다. 미국의 능력과 영향력이 약화되어가는 현실에서 주변 각국은 새로운 대안으로 다양한 다자제도를 구상하여 그 공백을 메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노력의 이면에 중국의 점증하는 영향력에 균형을 맞추기 위한 고려가 내제되어 있다고 본다.

 

이상과 같은 중국 주변지역에서 강화되고 있는 네 가지 추세에 대한 중국의 대응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에 대해서 제도화된 균형전략을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중국과 미국의 상호 경제의존도가 깊어져 가는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과 대립을 추구하기 보다는 국제기구 등을 활용해 미국과 영향력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아시아에서 역사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실제이익을 인정하고 미국의 이익에 손해를 입히지 않으면서도 중국의 이익을 실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이 중국의 평화적 부상(和平崛起)’을 인정하도록 하는 전략목표를 지니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직접적인 대립보다는 공존, 공영, 공생하는 전략을 추구한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둘째, 영해와 경제수역문제는 20114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밝힌 바처럼 우호적인 담판을 통해 평화적으로 주변국과의 권익분쟁을 해결한다는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천명하였다. 이는 2010년의 경험에서 보듯이 주변국과의 분쟁은 미국이 동 지역에 개입할 기회와 명분을 강화한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개제되어 있다.

셋째, 주변국에서 발생할 개연성이 큰 돌발사태에 대해서는 가능한 빨리 위기관리전략을 수립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은 특히 남북한에 대해 위기관리 체제를 수립하도록 돕고, 어느 일방이 오판을 하거나 과도한 반응을 하지 않도록 중국이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 핵문제는 6자회담을 통해 평화적인 방식으로 해결토록 제시하고 있다. 중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돌발사태가 발생한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정책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성숙한 민주국가(일본을 예시하는 듯함)’에서 정국의 급변이 일어날 경우 그 변화의 충격이 중국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다. ‘과도기형 국가(한국을 예시하는 듯함)’에서 정국 급변사태가 일어날 경우에는 해당국가의 대중국 정책에 부정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문제국가(북한을 예시하는 듯함)’에서 정국혼란이 일어날 경우에는 그 혼란이 중국의 지정학적인 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넷째, 중국은 아시아 다자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다자주의를 배척하기보다는 역내 중소국가들이 지역차원에서 협력을 추진하는 것을 고무하며, 함께 설계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아시아 정상회의를 주요한 제도형식으로 인정하고 이를 아시아화 하도록 적극 노력할 것을 권하고 있다. 여기서 아시아화란 미국이 주도하는 것을 억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의 향후 10년간 주변정세에 대한 인식과 대응책은 우리 외교에 상당한 도전요인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 대외정책의 주요 흐름은 이제 스스로를 강대국으로 인식하면서 이에 합당한 정책들을 재구상하면서 전략적 자산들도 재배치하고 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는 다른 국제적 지위와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한국의 국제적 정체성을 고려할 때, 새로운 강대국 외교를 구사할 중국에 어떻게 대처하며 어떠한 관계를 형성할 것인지가 주요한 과제로 남는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와 교역규모는 전례 없이 강화되고 있다. 이 추세는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 대외정책의 미래와 관련하여 표면적으로는 평화적 발전과 분쟁해결이라는 수사를 제시하고 있지만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은 증대되고 있다. 한중간에는 북한문제에 대한 이해의 편차가 여전히 심하다. 중국의 대외정책이 점차 점증하는 공세적 민족주의의 영향을 더 받을 개연성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국내정치의 안정성과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우리와 마찰가능성은 더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돌발사태시 지정학적 이익을 중시하겠다고 한다. 중국과 경제수역을 놓고 마찰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한미동맹의 강화를 통해 이러한 중국을 견제하고자 한다. 흔히 미중의 세력전이가 진행되고 있다고 일컬어지는 이 관건적인 시기에 한국은 용과 독수리 사이에서 놓여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세력전이가 발생하는 시기에 평안했던 기억이 별로 없다. 송나라의 몰락과 원나라의 발흥시 전 국토가 30여년간 유린되었고, 원명의 교체시에는 정권이 교체되었다. 일본의 부상시 전 국토는 7년간 전란에 휩싸였고, 명청의 교체시에도 청나라의 전면적인 침략을 받고 전 국토가 유린되었다. 서구열강이 밀려오던 시기에는 나라가 망하였고, 냉전이 형성되던 시기에는 냉전의 대리인으로 남북이 민족상잔의 비극을 치뤘다. 우리는 이제 미·중간 세력전이의 시기에 직면해 있다. 어찌할 것인가?

 

중국의 주변대외환경에 대한 인식과 전략을 면밀히 관찰해보면, 도전적 요인도 크지만 분명 기회의 요인도 존재한다. 중국은 경제대국이면서도 대단히 불안정하고 미성숙한 강대국이다. 중국은 주변정세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고, 미국과 대립하면서도 대결하는 것은 원하지 않고 오히려 협력적 관계를 형성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다자주의에 대해 일견 회의하면서도 이를 대세로 받아들이면서 그 안에서 자신의 이해를 추구하려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우리에게 기회의 요인을 제공한다. 중국이 한국과 관련한 전략적 이해를 어떻게 형성해 가느냐는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이는 미중관계, 한중관계, 중국의 국내적 변수 및 다양한 새로운 (돌발) 변수들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도전의 요인을 최대한 관리하고, 기회의 요인을 극대화하면서 어떻게 미중 사이에서 최소한의 생존성을 보장받으면서도 우리의 이해를 극대화하는 게임을 진행할 수 있을까? 고래 싸움에 끼인 새우가 아니라 민첩하면서도 강한 그리고 심지어 고래 싸움마저도 중재할 수 있는 돌고래 외교는 불가능한 것일까? 우리는 여전히 불가능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고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