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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포럼 2011.09.10] 도전에 직면한 한중관계

  • 김흥규
  • 2015-08-25
  • 941

1992824일 한중이 국교수교를 한 이후 벌써 19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19년의 역사는 수량적인 측면에서 볼 때, 역사상 가장 빠른 진전을 이룬 양국관계의 사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1992-2010년 사이 한국의 대중무역증가율은 연평균 22.5%로 한국의 전체 대외무역증가율보다 세배나 빠른 증가율을 기록하였다. 중국은 2003년 한국의 최대교역국으로 부상한 이후 현재까지 최대 교역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향후 2~30년 동안에도 중국의 지위는 유지될 전망이다. 2010년 현재 한중간의 교역규모는 약 미화 1900억불 수준으로 미국, 일본 및 EU 전체를 합한 교역규모와 상응하고 있다 (홍콩과의 교역을 포함하면 초과). 한국도 중국에게 있어 세계 3위의 교역국으로 부상하였다.

 

외교분야에서도 양국은 2008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수립하여, 전략적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관계로까지 발전하였다. 이는 북한문제조차도 양국 간 논의의 주요의제가 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안보적 측면에서는, 2011년 한국 국방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양국 군간 전략적 논의를 강화하자는 취지에 합의하였고, 차관급의 고위대화도 제도화하였다. 한국에게 중국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두 말할 나위도 없지만, 역내 국제정치·경제의 과도기적 상황을 이해한다면 한국이 중국에 차지하는 중요성 역시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양국 관계의 이러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현 한중관계는 대단히 중요한 도전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 원인으로는 우선, 이명박 정부 들어 한미동맹위주의 대외정책을 채택하였다는 중국 측의 인식을 들 수 있다. 최근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한국 측의 의사표명에도 불구하고 중국 측은 경험적으로 그 진정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두 번째로는 북중 관계에 대한 한국 측의 강한 의구심에서 비롯된다. 한국 측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은 2010년 천안함 및 연평도 사태의 처리과정에서 지나치게 북한 편향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이러한 중국의 대북 편향정책은 향후에도 변하지 않으리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세 번째, 대북정책에 대한 양국의 시각차이다. 한국은 북한의 핵문제를 즉각적인 안보위협으로 간주하는 데 비해, 중국은 장기적으로 해소해야 할 과제로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 측은 한국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붕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강한 의구심을 지니고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한반도 안정을 가장 우선시하는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북한정권 유지를 지지하고, ()통일적인 현상유지세력으로 이해되고 있다.

 

한중 양자관계에서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은 양자관계보다 다른 요인이 양국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 그리고 어떻게 이러한 요인이 시련을 안겨주는 도전요인으로서가 아니라 보다 창조적인 발전을 위한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가가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의 상황을 놓고 보면 그 답은 다소 부정적이다. 양국은 아마도 이 변화하는 과도기적인 국제정치 및 국내정치 상황을 서로 이해하고, 상호 인식을 전환하면서, 협력, 공생, 상호번영의 장으로 전환하는 데 실패할 개연성이 더 커 보인다.

 

중요한 외부요인중 하나는 중국의 내부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중국은 국제적으로 G2라 불릴 정도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의 사회경제적 불안정성 요인도 증대하고 있다. 2010년에만 18만건 이상의 시위가 발생했다. 중국의 부상만큼이나 중국 내부의 문제점들도 심각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어떻게 중국을 정치적으로 안정시키며, 주변국도 인정할 수 있는 외교정책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다 개인주의적인 새로운 세대의 부상, 계층화에 따른 국내적 좌절감의 상승, 또 강력해진 국력을 바탕으로 한 민족주의적 요구는 강해질 것이고 이 모든 요인은 한중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개연성을 강화한다. 그러나 이를 조정할 중국 최고지도부의 합의능력과 지도력은 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에 드러난 중국 외교의 혼란상은 그 한 예이다.

 

두 번째, 미중간의 세력전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이다. 현재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2020년을 전후하여 중국이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 예측한다. 하지만 이는 현재의 경제발전 추세가 지속된다면 이라는 전제를 지니고 있다. 동시에 경제적 세력전이와 외교 및 안보분야에서의 세력전이에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할 개연성이 크고, 일정기간에는 아마 상관관계가 미약할 개연성도 크다.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세력전이의 여부와 관계없이 미중은 동북아 지역에서 적어도 수십년간 공존할 개연성이 크다. 이는 한미동맹과 북중 우호조약으로 엮어져 있는 한반도의 국제관계가 미중의 협력과 경쟁이 혼재된 구도속에서 더욱 얽혀 들어갈 개연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 번째, 북중간에는 상호원조조약 3조에 따라 상대방에 적대하는 행동을 취하지 못하도록 합의하고 있다. 그리고 이 조약은 쌍방의 합의하에서만 개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에도 변화가 없을 것이다. 북한은 향후 세습체제의 안정성을 위해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필요로 하고, 지속적인 도발을 할 개연성이 크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냉전적인 구조가 정권의 생존에 더 유리하다고 평가할 것이다. 북중간 조약 3, 중국의 북한 정권유지 및 안정에 대한 집착은 결국 북한의 이러한 행태를 저지하는 데 실패할 것이다. 중국의 정책 결정구조의 보수성 역시 이에 일조할 것이다. 이는 한중관계에는 대단히 부정적인 상황이다. 북한은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활용할 것이고, 핵보유를 강화할 것이다. 결국 한국의 선택은 북한의 핵위협과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동맹를 더욱 강화하거나 아니면 독자적인 대응능력(핵무장 포함)을 강화하라는 국내적인 압력에 직면할 것이다. , 한반도 지역내 핵확산 및 군비경쟁의 파고가 높아질 전망이다.

 

한중이 어떻게 이러한 부정적인 시나리오의 고리들을 끊어낼 수 있을까? 신뢰의 회복이 중요하겠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당분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향후 상호 신뢰가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에서도 협력이 가능할 까가 더 현실적인 질문으로 다가온다.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가장 최적의 전략은 Tit-for-Tat 전략을 채택하는 것이다. 이는 대응적이고, 합당하고, 신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전략이다.

 

한중 양국관계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할 것이다. 신뢰가 부족해도 양국은 지속적으로 서로에 대해, 각기의 전략적 의도와 정책에 대해 상호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공존의 해법을 찾는 작업은 필수적이다. 상대를 존중하면서 합의할 수 있는 공동의 비젼과 목표를 확인해내고, 이에 기반하여 구체적인 정책들에 합의하고, 더 나아가서는 그 합의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추가하고 싶은 것은 양국이 합의할 수 있는 영역은 비단 한반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리적으로는 한반도를 넘어선 공간에서 협력의 경험을 확대해야 한다. 지정학적인 고려에 머물지 말고, 지경학과 세계의 보편적 기준에 합치하려는 지인식론적 공간을 결합하는 지전략적 비젼의 공유가 필요하다.

 

한반도의 미래는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가? 중국이 생각하는 중국의 미래에 한국은 물론이고 주변국들이 동의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어느 한 나라만의 노력으로 만 되는 것이 아니라 관련국의 노력과 인식 수준이 같이 병행해서 가야한다. 우리가 과연 이러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까가 현재 우리 앞에 던져진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