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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1.07.14] [시론] 중국과 북한의 불편한 동거

  • 김흥규
  • 2015-08-25
  • 818

황금평·나선 개발 추진하면서 북한의 모험적 행동은 제지

·, 긴밀한 동맹이라기보다 전략적 이해 따라 관계 변화와 협력 강화로 과 유지비용 늘어날수록 중국 고민 더 커져

 

지난 11일로 우호조약 체결 반세기를 맞은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표면적으로는 군사동맹이지만 내용적으로는 마치 카멜레온처럼 다면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은 최근 1년 사이에 무려 3차례나 중국을 방문했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訪中) 성과를 '불멸의 대장정'이라 규정하고, (() 간 돈독한 관계를 유난히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 측은 김정일 방중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대신 중국 국방부장 량광례는 지난 6월 아시아 안보대화에 참석하여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이나 긴장 조성을 반대하고 있으며 북한에 모험적인 행동을 하지 말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황금평과 나선지구 등에서 북·중 간 경제협력은 강화되고 있다.

 

최근 북·중 관계를 독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후진타오 총서기가 지난 2002년 대외정책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북·중 관계를 기존의 혈맹관계에서 정상적인 국가관계로 전환시키기로 한 결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이데올로기보다는 국가이익에 입각하여 양자관계를 풀어가겠다는 방침으로, 1992년 한·중 수교에 버금가는 대북정책의 전환이었다. 따라서 오늘날 북·중 관계를 동맹관계와 동일시하여 지나치게 정적(靜的)으로 해석하기보다는 각자의 전략적 이해에 따라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다고 이해하는 편이 실체에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 간에는 현재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다양하게 나타나고 불신감도 강화되고 있다. 국제적 지위, 국가의 규모, 국가정책의 주안점, 경제규모, 경제발달 수준, 경제운용 방식 등 여러 영역에서 두 나라의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 사회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용주의적 태도를 취하는 중국은 선군(先軍)주의를 표방하는 북한을 동일한 사회주의 체제의 범주 안에 넣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집단지도체제의 특성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은 1인 독재국가인 북한과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과 현실의 차이는 양국 간 전략적 이해관계의 차이도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 관계는 이제 외양적으로는 긴밀한 관계처럼 보이기는 하나, 실제는 상호 괴리가 커져가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생존법은 중국에 대해 자신의 전략적 가치를 증명하기보다는 중국이 감내하기 어려운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북한이 핵개발을 지속하는 한 국제적 고립은 지속될 것이다. ·미 동맹의 강화로 북한은 체제안정과 2012년 강성대국의 입문 잔치를 열기 위한 지원을 얻기 힘들다고 판단할 것이다. 북한은 결국 중국에 외교역량을 집중하는 '중국 바라기(China-Flower)' 정책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 최근 김정일 위원장의 불만족스러운 방중 이후 한국에 대한 일련의 공세정책이나 서해에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은 중국이 바라는 한반도의 안정을 북한이 해칠 수도 있다는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이 원하는 지원을 중국이 제공하지 않을 경우, 오는 가을에 더 큰 도발을 하여 중국을 더욱 곤혹스럽게 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그럼에도 현상유지를 우선으로 하는 한반도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중국 지도부와 정책결정 과정의 보수성에서 주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중 간 전략적 경쟁과 한·중 간 신뢰의 부족도 원인의 일부다. 중국은 북한의 불안정성과 급변상황에 따른 현상변경이 중국의 전략적 이해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쉽사리 변하지 않을 것이므로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당분간 보수성을 유지할 것이다.

·중은 동북아 지역안정과 북핵문제에 대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앞으로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협의와 타협을 바탕으로 관리하려 할 개연성이 커 보인다. 동북아 지역에서 미·중은 상호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면서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없는 시대에 들어서 있다. 일변도 외교로 한반도 문제를 푸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복합적인 이해관계를 동시에 고려하면서 주변 모든 국가와 긍정적 이해관계를 확인·축적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과 동맹(聯美)하면서도, 중국과 화합의 영역을 확대(和中)하는 전략이 필요하고, 일본과도 협력(協日)하고, 러시아와 교감(交俄)을 넓혀나가는 외교가 필요하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생존전략으로 채택하면서 미·중 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하고, '중국 바라기' 정책을 지속한다면 중국의 전략적 셈법도 달라지고 고민도 깊어갈 것이다. ·중 간 전략적 협력의 강화는 북·중 관계를 유지하는 이익의 감소 및 비용의 증가를 의미하며, ·중 관계의 진전 역시 북·중 관계의 유지비용을 크게 증가시킨다. 이제 창조적이고 지혜로운 외교를 통해 미·중과 공감대를 확인하면서 북핵 및 북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