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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 2010.12.09] 세상보기 - 혼돈 속의 중국 외교

  • 김흥규
  • 2015-08-25
  • 682

최근 중국의 대외정책을 바라보면 중국 외교의 방향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중국 외교는 중국의 힘을 내세우기보다 주변국은 물론 강대국과의 관계를 타협적으로 풀어나가려는 노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대신, 보다 공세적이고 적극적으로 자국의 국가이익을 추구하려는 기존 강대국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공식적인 입장은 원자바오 총리가 이번 유엔총회의 연설에서 언급한 바대로, 중국이 아직도 발전도상국으로 기존의 대외정책 방향을 고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하고 있다. 향후 더욱 적극적으로 존재를 드러낼 중국 대외정책은 예측이 더욱 어려운 시기로 들어가고 있다. 중국의 새로운 위상에 대한 내외부의 혼란과 갈등은 차치하고라도 다음과 같은 국내적 요인들이 이 혼돈 상황을 강화하고 있다.

 

우선 중국은 권력의 전환기에 있으며, 어느 누구도 대외정책의 주도권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진타오나 시진핑 어느 누구도 독자적인 지도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각 지도자들은 각기 자신들의 지분을 지니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견일치나 타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두 번째, 중국 외교에 행위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현 중국 외교는 잘 조율된 정교한 대외정책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이해관계를 지닌 부서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제각기 대외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분쟁에서도 군부, 국토자원부, 국가해양국, 그리고 심지어 에너지국도 제각기의 목소리를 냈고, 이들은 또 제각기 중국의 주요 지도자들과 연계돼 있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세 번째로는 상기의 상황은 중국 외교부 라인의 추가적인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외교의 수장인 다이빙궈 국무위원이나 양제츠 외교부장은 권력 내부에서 위상이 더욱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의 위상도 약화돼, 중국 외교의 대강을 입안하거나 당··군 내 각 부처의 대외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네 번째로는 네티즌 등으로 국내사회의 대외정책에 대한 영향력이 크게 강화됐다는 것이다. 권력의 전환기에 중국 지도부가 영토나 주권 문제와 같이 중국 공산당의 정통성 문제와 연관되는 사안에 대해 국내의 여론을 넘어 독자적인 정책을 취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민족주의적이고 감성적인 주장들이 분위기를 주도하기 쉬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추세를 놓고 볼 때, 2012년 제18차 당대회가 개최되기까지, 그리고 더 나아가 시진핑의 권력안정화 작업이 일정정도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2015년 전후까지 중국 외교는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혼돈의 시기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의 한반도 정책을 포함한 대외정책이 우리의 이해와는 달리 유연성과 창조성이 약화되고 보수적이고 완고한 형태를 띨 개연성이 증가한다. 동시에 주변국과 사소한 분쟁도 대외정책의 비전에 의해 잘 조율되거나 억제되지 않고 폭발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관건적인 향후 5년의 시기에 중국 외교가 처한 내부 상황은 우리의 외교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상호 전략적 신중함과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