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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13.02.19] [시론] 中 反北여론과 북핵 딜레마

  • 김흥규
  • 2015-08-25
  • 717

민간 시위와 중국의 이해는 달라

聯美和中 정책 이끌 역량 키워야

 

북한 문제만큼 중국 지도부와 일반인의 인식 격차가 큰 외교 사안은 없을 것이다.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북한이 3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중국 지도부와 국민의 대북 반감은 크게 증폭됐다.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대북 제재를 촉구하는 시론을 실었고, 중국 내 인터넷에서 반북(反北) 여론의 표출은 다반사가 됐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조롱은 물론 반북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는 북·중 관계에서 대단히 드문 현상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중국의 대북 정책에 변화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대북 정책을 변화시키도록 압박할 수 있는 지렛대를 찾으려 분분해 하는 모습도 보인다.

 

점차 사회의 압력에 취약해지고 있는 중국 정치체제의 변화를 고려할 때 점증하는 반북 여론은 향후 지도부에 큰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중국 지도부와 사회부문 간 대북 인식의 격차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과 핵무장에 반대하고 북한에 교훈을 주고 싶어 하지만 대북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우리의 희망대로 중국이 움직여주기를 기대하지만, 중국은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이것이 국제정치다. 그렇지 않으려면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데 우리의 외교적 역량과 중국의 대북 정책 변화를 위해 치러야 할 대가를 생각해 보면 그 답은 결코 간단치 않다.

북한의 3차 핵실험에도 중국의 전략적 이해와 한반도 정책의 우선순위는 바뀌지 않았다. ·중 간의 전략적 경쟁 국면은 지속되고 한·중 간 불신은 여전히 강하며 북한의 지정학적 유용성은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정책 우선순위 즉, 경제발전과 안정을 위한 외부환경으로서 한반도의 안정, 북한 정권의 유지, 비핵화는 여전히 유효하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는 현 대북 정책의 주요한 설계자이다. 그는 외사영도소조의 부조장으로서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대북 및 대한반도 정책 형성에 깊이 관여한 바가 있다. 당시 내려진 결론은 북한과 북핵 문제를 분리해 처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북 관여 정책을 더 강화한 바 있다. 공식적으로는 비핵화 추진 입장을 계속 개진할 것이지만 북핵이 현실이라는 것도 잘 인지하고 있다. 한반도 상황을 안정시키고 북핵을 관리하는 데 더 중점을 두고자 할 것이다.

미국은 북핵 문제에 관해서는 중국의 입장과 유사할 것이다. 두 국가 모두 북핵을 저지할 역량을 지니고 있지만 어느 국가도 무리하게 단독으로 비핵화를 추진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다 같이 북핵 실험에 대한 유엔 제재에 찬성하겠지만 이 국면이 지나면 북한과의 대화 및 북핵 관리를 더 현실적이고 비용이 적게 드는 정책으로 인식할 것이다.

 

결국, 북한 비핵화의 주체는 우리일 수밖에 없다. 북한의 비핵화가 일거에 달성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연미화중(聯美和中) 방책의 실천이 중요하다. 미국과 동맹을 굳건히 하면서도 중국과도 신뢰를 쌓고 한반도 비핵화, 필요하다면 북한 문제에 대한 한·중 공조가 중국의 전략적 이해와도 부합한다는 것을 중국이 납득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방책의 실천은 국가 역량과 직결된다. 하지만 미국의 오버도프 교수가 최근 지적했듯 안타깝게도 우리의 기대치와 현재 드러난 대외 역량, 특히 대중 역량 간의 괴리는 넓게만 느껴진다. 파도를 거스르기보다는 탈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중국을 배척하려 하기보다는 중국의 변화를 인식하고, 중국을 안으면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공동으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