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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12.04.05] [시론] 탈북자 한국행 공짜는 없다

  • 김흥규
  • 2015-08-25
  • 670

단기간에 합의로 풀릴 현안 아니다

성숙한 동반자 관계서 해법 찾아야

 

최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한국 방문 시 북한 위성 발사에 반대하며, 김정은 정권이 민생에 더 치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중국 정부는 한국의 베이징 공관에 3년여 체류 중이던 백영옥씨 가족의 한국행을 허용했다. 중국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기존 탈북자 관련 정책, 더 나아가서는 대북 정책에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그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중국의 탈북자 문제나 대북 정책은 국제전략 환경의 변화, 그들의 전략적 이해에 대한 인식, ·중 관계와 연관돼 있다. 이 분야 어디에서도 중국의 정책을 변화시킬 만한 변화가 부재한 상황에서 탈북자 문제나 대북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국의 경고와 반대에도 북한이 제3차 위성발사를 시도하는 것은 분명 중국 외교에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이는 중국 스스로도 합의한 유엔 결의 1874호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중국 모두 권력교체기에 직면해 동북아의 안정을 원하고 있다. 양국은 북한을 제재하기 위한 가용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이 문제가 지나치게 쟁점화되거나 역내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위성 발사는 중국으로서는 불편하기는 하지만 대북 정책을 바꿀 사안은 아니다.

탈북자 문제는 북한 붕괴를 촉진할 개연성과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우려, ·중 간의 관계, ·중 간의 관계와 연관돼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단기간에 한·중 간의 합의로 해결될 사안은 아니며, 향후에도 발생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이 사안을 가능한 한 조용한 외교를 통해 해결하고 싶어 할 것이고, 한국은 인도주의적 원칙이나 국내법, 국내 정치 등과 연관해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 내고 싶을 것이다.

이번 탈북자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전향적인 조치는 우선, ·중 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중국의 인식과 연관이 있다. ·중 세력 경쟁과 전이과정에서 한국의 위상은 중요하다. 특히 미·중 간의 갈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주변국 외교 강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할 것이고, 한국은 주요 주변국이다. 최근 김정일 위원장 조문정국, 어업분쟁, 탈북자 문제, 이어도 사태로 이어지는 한·중 간의 불협화음과 갈등은 중국 외교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이어도·탈북자 문제에 비교적 온건한 대응을 통해 한·중 관계의 추가적인 악화를 막고자 한 것이다.

두 번째는 중국의 달라진 세계적 위상과 관련이 있다. 세계적인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이제 자신의 전략적 이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이미지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스스로는 난민협약에 가입해 있고, 또 보다 보편적인 가치로 받아들여지는 인권에 반하는 탈북자 문제로 갈등하는 것은 중국 외교에 큰 부담이 됐을 것이다. 세 번째는 중국의 탈북자 처리 문제와 북 위성발사 문제는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지만, 중국의 전략적 이해에 순응하지 않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불편한 속내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국제정치에는 상대가 있고, 또 공짜 점심은 없다. 전향적인 탈북자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우리에게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했을 것이고 그 내용이 궁금하다. 그런데 그 대가가 국제사회 및 양자관계에서 납득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다면 이는 중·장기적으로는 한·중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제 한·중은 더욱 성숙한 태도로 서로를 존중하면서 더욱 높은 수준의 외교를 지향하고, 상호 납득할 탈북자 문제의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이번 탈북자 사태가 한·중 모두에 일방적인 태도가 초래할 수 있는 비용에 대한 인식을 상호 제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