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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11.12.26] [시론] 김정은 시대 韓·中공조 필요하다

  • 김흥규
  • 2015-08-25
  • 840

·중관계가 심상치 않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19일 알려진 이후 한국정부는 중국 측과 52시간 동안이나 불통상태에 있었다. 그 사이 중국은 준비된 위기관리 시나리오에 따라 신속히 김정은 정권을 지지했고 북한의 안정을 해치는 여하한 조치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의 신속하고 단호한 태도는 다른 국가의 선택 폭을 크게 제한했다.

그동안 통일에 대해 가장 많이 강조하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이명박(MB)정부는 실제 북한의 급변가능 상황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냈다. 표면적으로는 ·중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수립했던 대중외교가 실제 중국과 가장 전략적 소통이 필요할 때 소통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중국 측은 대응과정에서 한국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고 한국에 대해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비핵·개방·3000’이라는 북한에 대한 비현실적인 정책 추구는 중국과 불신을 강화했고, 우리가 북한에 영향력을 발휘할 통로도 차단하는 결과를 낳았다. 북한과 국제사회에 가장 영향력을 발휘할 공간과 기회를 얻었을 때 실제는 가장 수동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MB정부는 미·중 간의 변화하는 속성을 이해하는 데 실패하면서 미국 일변도 정책을 추구했다. 그리고 정책 결정과정은 자유민주주의의 최대 강점을 살리지 못한 채 이러한 단견을 자정할 기회를 상실했다. 그 결과 중국과의 신뢰도는 악화됐고, 우리 외교의 유연성과 역량 발휘도 크게 제한됐다. 중국은 당분간 북한의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정책을 유지할 것이고, 북한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인 관여정책을 강화할 것이다. 이는 북한이 2009년 제2차 핵실험을 한 직후보다 가시화된 대북정책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북한의 안정과 관련한 미국의 이해 역시 실제는 중국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에 잘 드러났다.

 

현재 세 가지 정책적 선택이 가능하다. 최선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주변국과 공조하면서 적극적인 관여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차선은 북한 내부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신중히 행동하고 한반도 안정을 위한 현상유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최악은 지금의 변화를 북한체제 붕괴 기회로 보는 것이다. 전자로 갈수록 북한의 행태를 변화시키고 실제 북한 내부에 더 많은 딜레마를 안겨 줄 가능성이 크다. 후자로 갈수록 중국 및 아마도 미국과도 갈등은 심해지고, 북한은 체제 공고화를 위해 더 유리하게 활용할 것이다. 다행히도 MB정부는 적어도 최악의 선택은 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정치에서 실행능력을 지니지 못한 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금물이다. 현실적인 정책이 최상의 정책이다.

 

현재 상황에서 중국의 전략적 대응은 북·중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외교부를 통해 조문을 한 것에서도 엿보이듯 중국은 과거 특수관계보다는 정상 국가관계, 즉 국가이익에 준해 북·중관계를 다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북·중관계보다 한·중관계를 중시할 조건이 더욱 강화된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기대나 감성적 판단을 배제하고 중국의 대외정책과 북·중관계에 대한 냉정한 상황판단이 필요하다.

향후 북한 문제는 중국에도 커다란 도전 요인일 것이다. 중국 측과 북한에 대한 공통의 이해영역을 확인하고, 그 영역을 넓혀 나가는 외교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고집하는 한 중국의 고민은 깊어갈 것이고 한국과 협력의 공간도 넓어져 간다. 당장의 성과보다는 미래에 투자하는 신중한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