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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스 2014.06.07]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변화

  • 김흥규
  • 2015-08-25
  • 1224

중국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새로운 접근

 

한반도 통일 관련 중국의 역할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은 중국이 비우호적이며 북한 편향이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과거 우리의 정책은 중국이 한반도에 개입하는 것을 저지하거나 무력화 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최근 국내에서 새로운 인식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이 반드시 비우호적일 것이라 전제하기보다는 변수가 존재한다는 인식이며, 실제 한반도 통일에 대해 중국 내 정책 결정층과 젊은 학자들 사이에서 보다 긍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관찰된다.

따라서 우리의 정책 역시 중국을 한반도 통일에 유리한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거나, 적어도 벙해가 되지 않도록 중립화하거나, 유사시 군사개입을 사전에 차단하는 외교안보적 노력을 기울이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 한반도 통일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다음과 같은 새로운 변수를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우선, 북한은 사회주의체제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최근 김정은 정권이 권력 공고화를 위해 단행하고 있는 내부 숙청으로 인해 내부적 불안감도 증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정권과 체제유지의 불안감 및 탈냉전 안보환경의 변화로 안보적 불안감이 더해져 핵무장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전략적인 자산으로 핵무장을 인식하고, 고집할수록 국제적 고립은 가속화 되고, 정작 체제유지에 필요한 개혁과 개방정책을 채택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정책을 지속할 경우, 향후 체제 내 폭발(Impiosion)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의 가능성도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

두 번째, 중관계 역시 냉전시대의 동맹관계에서, 전통적인 특수관계로, 그리고 정상국가 간의 관계로 전환 중이다. 이는 북중관계가 단지 이데올로기적인 유대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복합적인 전략, 외교, 안보,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해 규정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 번째, 중관계 역시 1970년대 이후 적대관계에서 탈피하여, 전략적 이해에 따라 경쟁과 협력의 복합적 구조로 얽혀있다. 21세기 들어서 미중은 당분간 협력과 갈등이 병존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략적 경쟁의 관계에서 전략적 공존(Consortium) 혹은 미중 협의(Concert of US-China) 체제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식한다.

특히 동북아 지역에서는 이미 가장 중요한 두 국가(G2)로 자리매김 하였고, 세력전이의 여부와 관계없이 어느 일방도 타방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네 번째, 남북한은 동일민족이라는 일반적인 인정과는 별개로, 모두 UN에 가입함으로써 남북한은 국제사회에서 각기의 두 개의 주권국가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라는 점이다.

중국의 현상유지 정책 변화 가능성

한반도 통일과 관련하여 중국이 반드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전제할 필요는 없다. 우선, 북한지역이 중국이 전제하는 핵심이익의 영역에는 포함되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9년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제1차 미중 전략 경제 대화에서 제시한 중국의 3대 핵심이익은 중국 공산당의 집정 능력, 주권과 영토와 관련된 문제,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사회 안정과 관련한 문제로 규정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놓고 볼 때, 중국에게 북한의 전략적 지위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중대이익지역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북한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인 집정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 될 수 있어 중국의 핵심이익과 연계될 개연성도 존재한다.

즉 미국이 중국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점령하는 상황을 허용하는 것은 공산당의 집정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북한의 붕괴가 중국의 사회 안정과 경제 발전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에 대해서도 우려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 지경학적인 의미에서 북한의 존재는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야기한 북핵 위기는 중국이 미국 및 한국과의 군사적 분쟁에 연루될 개연성, 한번도의 불안정이 중국 동북지역 경제와 사회 안정 및 발전을 저해할 개연성, 북한의 독자적 외교군사노선 증대, 북핵 기술과 물질이 중국 내 분리독립주의자에게 확산 될 개연성을 증대 시키고 있다.

이는 중국이 원하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북한은 중국에게 전략적 이익을 가져오기 때문에 중요한 측면보다는 전략적 비용을 크게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중요해지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시진핑 시기 중국의 대한반도 및 북한정책은 진화하고 있다. 국내외의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의 대북정책은 근본적으로 변한 것이 없고 변하지 않을 것이라 단정하지만, 시진핑 시기 들어 이에 대한 종합적인 조정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아직 그 결말은 분명하지 않고, 향후에도 많은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기존의 대북 정책과는 확연하게 다르며, 어떤 의미에서는 북경대 니우쥔 교수가 분석한 바처럼 임계점의 선상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기존 대한반도 정책은 전쟁방지(不戰), 북한혼란방지(不亂), 한국에 의한 통일저지(不統), 비핵화(無核)라는 31원칙을 근간으로 하였다. 그런데 이제 중국 당국은 기존의 31원칙 대신에 비핵화, 안정과 평화 유지, 대회를 통한 문제해결이 중국의 공식적인 대한반도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존에 31원칙에 내포되어 있는 한국에 의한 통일 저지원칙이 새로 제시한 원칙 속에서는 사라졌고, 심지어는(한국에 의한 자주적) 평화통일 지지라는 원칙을 제4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기존에 공식적으로 언급해 온 한반도 평화통일 지지라는 원칙과 일맥상통하지만, 새로운 남북관계 및 한중관계의 맥락에서 보면 보다 실천적이며 북한을 크게 압박하는 함의를 지니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중국의 전략사고들이 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더 이상 단일한 사고를 지닌 단일한 행동 주체들에 의해 대외정책은 물론이고 대한반도 정책이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 내 존재하는 전략사고들의 흐름을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하여, 이들이 한반도 통일에 미치는 함의와 영향력을 읽어내려는 노력이 대단히 중요하다.

진화의 과정을 겪고 있고, 외교안보 분야에서 거의 패러다임의 변화라 할 수 있는 변화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는 시진핑 시기의 외교안보의 정향을 읽어낼 필요가 있다. 이는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 및 한반도 통일에 대한 입장에 대단히 중요한 정책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 중국 정책을 보다 정교하게 입안할 수 있고, 한반도 통일에 보다 접근할 수 있는 수단들을 구비하게 될 것이다.

 

시진핑 중국의 통일한국관에 대한 평가와 제언

 

시진핑 시기 중국은 한반도 통일에 보다 긍정적인 사고로 전환 중이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나 통일문제에 대한 보수성이 유지되고 있고, 현재 드러나는 중국의 태도 변화는 책략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해석이 널리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중국의 외교에 진행되고 있는 전략 환경변화에 대한 인식 및 전략사고의 변화, 중국 국력 및 지도부의 변화에 따른 중국 외교의 고민 등을 간과한 것이다.

 

최근 한반도 정책의 변화에서 엿보듯이 중국은 새로운 국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반도 통일에 대한 사고는 과거에 비해 보다 긍정적으로 전환 중에 있다. 이는 중국 내부의 토론과정 중에 한반도 통일이 양안통일 이후에 와야 한다는 입장이 당연시 되는 상황에서 점차 양안의 통일을 오히려 촉진시킬 수도 있는 사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공개된 중국 군사과학원 왕샹의 조선반도 전략보고서내용은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이러한 한반도 통일에 대한 태도 변화를 정책변화로 인식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비약이며, 현실은 여전히 다소 신중한 현상유지 속 변화 모색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이는 한반도에 여전히 냉전구조가 유지되고 있고,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미중간의 관계가 불안정하고, 한중간의 신뢰관계도 충분히 높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우선 한중간의 신뢰/공동이해 강화가 필요하고, 다른 변수들의 변화가 동시에 수반되어야 한다.

주목할 것은 최근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과 관련해 Bottom LineRed Line의 구분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자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는 것이며, 후자는 중국이 반드시 피해야 할 혹은 저지해야할 선이며 최근 왕이 외교부장은 이를 한반도에서 동란이나 전쟁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언명한 바 있다.

이들을 구분한 것은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 개입하겠다는 의사표시이자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현실적으로 문제들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준비하겠다는 생각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 내에서도 아예 논의 자체가 금지되었음을 상기하면 격세지감이다. 다만, 중국 역시 미국 및 한국과의 전략적 소통 없이는 구체적인 분석 및 시나리오 개발이 어려울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향후 북한 문제를 놓고 한국 및 미국과 전략성 대화를 더 강화하려 할 것으로 추정한다.

한반도 통일 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정부가 기대하는 최적의 상황은 바로 당사자인 남북한이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반도가 비핵화 되고, 북한이 중국식의 개혁 개방정책을 채택하면서, 한반도 안보상황이 전반적으로 안정되고, 남북한의 자주적인 역량으로 평화적으로 통일로 가는 것이다.

 

이는 물론 중국의 현상유지적인 한반도정책이라는 측면이 좀 더 강조된 것이지만, 반드시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반대하는 세력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통일 한국이 핵무장을 하지 않고, 한반도 상황의 안정을 담보하면서 중국의 경제성장에 유익하고 적대적인 국가가 되지 않는다면 중국은 한반도 통일을 지지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국제정치에는 공짜가 없다는 점이며, 한반도 통일은 우리의 주도하에 우리의 역량으로 이룩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한반도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국가적 역량을 형성해 내고 평화통일의 길을 창조해 가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