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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015.05.28] 중국 ‘軍事굴기’와 불안한 한국 외교

  • 김흥규
  • 2015-08-25
  • 892

중국 정부는 지난 26중국의 군사전략백서를 발표했다. 중국은 1998년 이후 대체로 2년마다 국방백서를 발간하고 있다. 시진핑 시기 2013년 국방백서를 발표한 이후 두 번째이고, 전체적으로는 9번째다. 이번에는 군사(軍事)굴기라고 할 만큼 중국의 군사전략의 구체적인 초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백서 발간의 근저에는 중국이 국가이익을 수호하려는 의지와 그 마지노선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개재돼 있다. 이는 최근 들어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의 갈등 악화, ·일 동맹 강화, 한국에서의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배치 논란 국면에 대한 중국의 대응책을 드러낸 것이다. 중국은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향후 더욱 적극적으로 군사력을 운용하겠다는 것이며, 이를 위한 준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방어위주 전략에서 적극적인 방어란 개념을 새로 적용했다. 이는 방어 부문을 여전히 강조하긴 하지만, 필요하면 선제 공격도 감행할 여지를 제고한 것이다. 중국의 새로운 국력을 반영하고, 정보화 시대와 군사 혁신이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전장 환경을 반영하면서 이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비록 강대국 간의 전면전 가능성은 적지만, 제한적인 국지전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다고 판단한다. ·동중국해 상황을 보면 이러한 판단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또 중국 군부는 최근 북한 내 상황 전개에 따라 한반도 군사 충돌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중국 군사전략의 이러한 변화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중국은 이미 2004년에 새로운 과학기술 추이를 반영한 정보화 조건하 국지전쟁전략의 추진을 목표로 제시했고, 이번에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더 무게감 있게 다가오는 것은 시진핑 시기 들어 국가 정체성, 공간과 국가 역량에 대해 새로운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시기의 중국은 발전도상국이라기보다는 발전 중인 강대국이라는 정체성을 보여준다. 이제는 대륙 국가가 아니라, ‘대륙-해양 이중 정체성을 지닌 국가라는 인식이다. 중국은 이제 동아시아 국가라는 지역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지역 국가가 아니라, 유라시아를 아우르고 세계의 남과 북, 동과 서를 연결하는 허브 국가를 추구하고 있다.

중국은 본격적으로 해양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그 관심은 우주 공간과 사이버에 이른다. 근해에서의 국지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과 공간에서 전쟁을 할 수 있는 실제적인 역량을 갖추겠다는 의지다. 시진핑 시기 들어 중국은 미국이 핵전략과 관련해 가장 껄끄러워할 수 있는 영역인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실험을 수차례 강행했고, 다탄두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으며, 백두산 배후에는 일본과 대만에 진입하는 미국의 항공모함을 공격할 수 있는 DF-21D 지대함 탄도미사일을 배치해 결국 사드의 한국 배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은 군사적으로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중 간 창과 방패의 대결이 첨예해지고 있다. 우리의 외교·안보 역량, 연일 터져 나오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방산 비리, 군 지도부의 자주적 대북 전쟁 의지와 역량에 대한 회의가 깊어가는 시점이라 더욱더 우리의 근심도 깊어 간다. 이 거대하고 복합적으로 전개되는 안보적 도전에 우리가 과연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까? 최근 사드 관련 논쟁을 보자면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