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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국민일보 2016.03.13.] [한반도포커스-김흥규] 지금은 제재에 집중할 때다

  • 김흥규
  • 2016-03-18
  • 971

박근혜정부의 대외정책은 북한 제3차와 제4차 핵실험으로 대별된다.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정부의 정책기조는 연미·화중·포북(聯美和中包北)이었다. 당시 한국 외교는 미·중 간에 일방으로 지나치게 경도되는 상황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 1월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박 대통령이 사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하면서 큰 전환점을 맞게 됐다. 사드 문제가 제기되면서 북한 제재 이슈는 미·중 전략 경쟁의 문제로 전환됐다. 그 후 한국 외교정책은 맹미·견중·압북(盟美牽中壓北) 방향으로 전환되는 추세를 보였다.
 
4차 북핵 실험으로 인해 한국 외교는 대중 외교의 측면에서 부담과 기회를 동시에 안게 됐다. 중국은 한국이 기존의 연미화중 기조에서 이탈해 중국을 견제하는 대미 편승외교에 가담한 것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시진핑 외교의 특성으로 볼 때 중국은 한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대응방안을 이미 마련했을 개연성이 다대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이 미·중 관계에서, 그리고 한반도 문제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중국 외교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약화되어 가는 추세에 있었고, ‘일대일로’ 전략의 추진으로 중국 외교의 초점이 중앙아시아나 동남아, 남중국해 등지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다시 제고시킨 것이다. 

현재 한·중 관계는 낙관도 비관도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4차 북핵 실험 정국에서 한·중 관계는 강한 내상을 입은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현실에 기반해 한·중 관계를 재설정하는 노력이 긴요한 시점이다. 중국은 이번 문제의 근원이 북한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며 북한에 대해 더 강도 높은 제재에 임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갖고 있다. 중국은 북핵 국면에서 시진핑 외교의 큰 성과인 한·중 관계가 파탄 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사드 문제 논쟁에서 주공(主攻)은 미국을 겨냥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해결을 추진했다. 한국의 상실은 중국에도 큰 손실일 것이다. 이는 동북아에 신냉전의 도래를 의미한다.

북핵 실험 국면에서 드러난 동북아 국제정치 상황은 한국이 희망하는 북한 대 5자의 구도는 아니며, 그렇다고 일부가 주장하는 북·중·러 대 한·미·일의 구도도 아니었다. 현재는 한·미·일, 중·러, 북한의 3각 구도가 형성됐다고 보인다. 관건은 중·러를 어느 쪽으로 이끌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제재 국면으로 적극 유인하기 위해 중국의 기본 입장을 대폭 수용했다.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추후 협상 국면으로 유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 북한 주민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억제를 위한 제한적 제재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 사드 도입 문제는 연기하기로 묵계가 형성됐다. 결국 북핵 실험이 진행된 후 한 달여 만인 지난 2일 전례 없이 강한 대북제재 유엔 결의안 2270이 채택됐다. 김정은 정권은 적어도 5월 7차 전당대회까지는 강한 국제적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유엔 제재 결의안 2270이 결국 미·중 간의 전략적 타협의 차원에서 다뤄진 것은 향후 한국 외교에 다시 어려운 그림자를 던져 주고 있다. 미·중은 이번 북핵문제를 미·중 전략경쟁의 차원에서 다룬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 관리 추진, 북한의 강공은 상수에 가깝다면 한국 외교는 아직 변수다. 한국의 사드 도입에 대한 추후 태도, 한·중 간 깊어진 불신 등이 제재 국면에 부담으로 남아 있다. 우선 북핵 실험 국면을 미·중의 전략적 경쟁 국면과 분리시켜 북한에 대한 제재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정책일 것이다. 이를 위해 한·중 ‘밀월시대’를 열었던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다시 만나 서로의 서운함을 털어내고 상호의 공동 이익을 논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