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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2016.02.11.] [한반도포커스-김흥규] 과잉감성의 춤사위를 멈춰라

  • 김흥규
  • 2016-03-18
  • 1076

[한반도포커스-김흥규] 과잉감성의 춤사위를 멈춰라 기사의 사진

제4차 북핵 실험 이후 우리의 대응을 보자면 좌절감과 공황상태가 이 나라를 뒤덮고 있는 듯하다. 절체절명의 위기 아래 감정이 복받치면서 무책임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북핵 문제가 발생하자 한국은 다소 뜻밖의 대응책으로 사드 배치를 언급하고 나왔다. 주저하는 중국을 압박해 한국의 희망대로 행동해 달라는 요구이다.
 
이에 중국 측은 자국의 안보이익을 위해 타국의 안보에 손상을 입히는 행동은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잇달아 경고하였다. 급기야는 러시아의 티모닌 대사도 사드 배치 문제를 들고 나와 한국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북핵 실험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중국이나 러시아의 주 관심사가 아닌 듯하다. 국면은 전환되어 미·중 간 전략 경쟁의 한 수단, 혹은 미·일·한 대 중·러·북의 대치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낸다.  

그런데 문제는 이 구도가 북한에 가장 유리한 구도라는 점이고, 한국에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2020년까지 중등 수준의 문명과 경제 발전을 달성하고, 세계 강대국으로 위상을 확보하고자 하는 중국에도 이러한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중국은 이제 발전도상국이 아닌 강대국으로서 위신을 세우면서 국가 대전략을 달성하고 싶어 한다.  

태조 주원장이 명나라를 건국하였을 때 채택했던 책략이 성벽을 높게 쌓아 안보를 확보하고, 식량을 차분히 비축한 후 국면을 타개한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현재 핵 보유로 성을 높게 쌓아올리고 있다. 다만 아직 내부적으로 비축할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냉전적 구도가 되거나 중국과 협력적인 관계로 전환할 수만 있다면 이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그리된다면 시간은 북한 편이고, 북한은 추후 보다 다양한 수단들을 비축한 후 현상 변경의 게임으로 전환할 것이다. 

한국은 한·미동맹이라는 굳건한 성을 구축한 후 많은 양곡들을 비축한 바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 경제가 점차 그 양곡들을 소진해가고 있고, 더구나 중국이 그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다. 내부가 텅 비어가는 상황에서 기존의 성벽이 얼마나 견뎌줄지도 확신할 수 없다. 이를 이해하는 것은 아마 국제정치의 ABC일 것이다. 사드는 결코 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당장은 스스로에게 위안을 줄 수도 있겠지만 머지않아 양곡을 더 빨리 소진하게 하는 데 일조할 개연성이 크다.  

이 문제를 타개하는 핵심은 북한이 성안에 양곡을 쌓지 못하게 하는 것인데 그 답은 중국에 있다. 북한이 협력하기를 희망하는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이 양곡을 쌓아가는 것을 억제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과 협력은 필수다. 중국은 북핵 문제로 한국과 등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강대국으로서의 위신도 손상을 입고, 국가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황 상태에 있는 한국은 이러한 중국의 의도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이번 북핵 실험 문제를 중국과 전략적 경쟁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미국에 한국이 편승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분개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그동안의 우호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순간에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지 않는 중국에 대해 심한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북한의 안보는 우려해주면서 수소탄 실험으로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 있는 한국의 안보문제를 중국 측이 제대로 인지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서운함도 크다.  

양국은 이 위험한 감성과잉의 춤사위를 멈춰야 한다. 서운함은 나중으로 미루자. 적어도 북핵 실험으로 인해 한·중 양국이 멀어지고, 미·중이 더욱 갈등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 문제아에게 이러한 선물을 주는 것은 너무 뼈아프다. 북한을 제외한 모두가 잃는 게임에 들어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