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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국민일보 2016.01.17.] [한반도포커스-김흥규] 북핵전략 우리가 주도할 때

  • 김흥규
  • 2016-02-04
  • 1064

[한반도포커스-김흥규] 북핵전략 우리가 주도할 때 기사의 사진

북한은 지난 6일 핵실험을 단행했다. 우리도 그렇지만 북·중 관계 개선을 추진하던 중국의 입장에서도 무척 당혹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간 시진핑 주석은 강대국으로 중국의 정체성을 새로이 정립하면서 북한이 중국의 국익을 해치지 않도록 합당하게 행동해 줄 것을 전례 없이 강하게 요구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2015년부터 한반도 3원칙 중 ‘안정과 평화’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북·중 관계 개선을 위한 유화책을 채택했다. 북한이 더 이상 도발만 하지 않는다면 현 수준의 핵개발을 일단 묵인하고 북·중 관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왕이 외교부장은 2016년 주요 외교 목표 중 하나로 지역의 안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북한의 핵실험은 중국의 이 모든 노력을 보기 좋게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이번 북핵 실험에 대한 중국 외교부 성명이 과거의 다소 양비론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북한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강하게 질책한 것은 당연하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핵실험을 결심했을 때 적어도 중국의 반발,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응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단행한 것은 훨씬 더 중요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국이 현재 취하고 있는 대응 방안은 크게 휴전선 일대 대북 방송 재개, 미국의 전략무기 동원을 통한 대북 위협, 유엔 제재 강화 추진이다.  

미국 측이나 일부 언론에서는 중국이 원유나 식량의 전면적인 대북 금수를 통해 북한을 압박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물론 중국이 이를 이행하리라고 믿지는 않는 것 같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북·중 관계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고, 중국이 북한과 마치 한편이라는 뉘앙스마저 풍긴다. 따라서 북·중 모두를 겨냥하는 함의를 담은 미국 전략핵 반입, 사드(THAAD) 도입, 핵무장 필요성마저 제기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 모든 대응책이 아마도 북한의 예상 범위 내에 있었을 것이고, 현재로서는 북한의 핵무장을 돌이킬 방안들은 아니다. 오히려 한·중 간, 더 나아가서는 한·미 간 갈등만 부추기고 북핵 해결 및 우리 주도의 통일을 요원하게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다. 이는 북한이 원하는 바다. 

북한의 핵무장 강화는 한국에 절체절명의 안보 사안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미국이나 중국의 정책 우선순위는 우리와 다를 것이다. 강대국을 움직이는 것은 도덕적 원칙이나 당위가 아니라 국가 이익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은 북핵 실험에 대단히 분노하고 당혹스러워하겠지만 우리가 기대한 것처럼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결과가 중국의 이익으로 귀결될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중 간 그만한 신뢰가 형성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태도 역시 유사할 것이다. 일부에서 전략핵 반입이나 핵무장을 주장하는 심경은 이해가 가지만 아마도 이 국면에서는 오히려 미·중을 자극하고 북핵 반대 명분을 스스로 약화시킨다. 사드 도입 문제 역시 보다 전략적인 문제가 개입되어 있고 심지어 북한의 이해에 봉사할 개연성도 있어 좀 더 신중해야 한다.

한국은 전략적인 방향타를 바로잡아야 할 기로에 서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풀어나갈 비전, 논리, 포석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에 북핵 문제가 그들의 국가 이익에 얼마나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설득하고, 공동의 목표와 행동계획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 우리의 역량, 주어진 시간에 대한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단기 처방에 매몰될 경우 이 게임의 패자(敗者)는 우리가 될 것이다. 정부는 스스로의 우물에서 나와 이 중차대한 사안을 국내 정치용으로 소모하려는 일각의 시도를 억지하고, 국내 역량과 지혜를 결집해 새로운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국민들을 안심시킬 책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