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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015.09.01] 朴대통령, ‘동북아 소통’ 中心 돼야

  • 김흥규
  • 2015-10-30
  • 797

박근혜 대통령은 2일 중국을 방문,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3일엔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개최되는 제2차 세계대전 전승 기념 중국군 열병식에 참석한다. 이는 박 정부가 이제껏 추진해 온 미국과 동맹을 중시하면서도 중국과 이익의 조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연미화중(聯美和中)의 정책 기조에 따른 것이다. 이명박정부 시절 미국 위주인 선미후중(先美後中) 정책과는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박 대통령의 전승 기념식 참석은 대한민국이 과거 일본 제국주의 침탈에 저항해 싸웠던 전통을 건국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국을 혈맹(血盟)이라 주장하는 북한으로선 가장 곤혹스러울 것이다.

현재 한반도 상황은 전환기적인 시점에 직면해 있다. 북한은 핵무장을 완성키로 결심한 상태에서, 강공 위주로 갈지 유화정책에 기반한 양면전술을 쓸지 고민하는 단계다. 지난 8월 말 발생한 일촉즉발의 군사충돌 위기를 넘긴 것으로 자족하고 들뜬 분위기도 있지만, 향후 한반도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북한은 언제든 도발을 시도할 구조적 동기를 강하게 지니고 있다. 중국 역시 북한·북핵 문제에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역할을 강화할지, 아니면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한반도 상황에서 이를 방기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와 같은 서진(西進)정책에 더 매진해야 할지 갈림길에 와 있다. 최근 한반도 위기상황에서 중국이 무력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압박 전술을 채택한 것에서 보였듯이 이번 박 대통령의 방중은 향후 중국의 정책 결정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추후 동북아 국제 정세는 변수도 많고 급박하게 진행될 것이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9월 중순 방미해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박 대통령 역시 10월 16일 방미 일정이 잡혀 있고, 11월에는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터키와 필리핀에서 각기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동아시아 국제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제회의 일정이 잡혀 있다. 또한, 박 대통령 방중의 주요 성과로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이 올해 안에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역시 10월 10일 노동당 창당일을 전후해 자신들이 구상하는 대외정책의 본말을 드러낼 개연성이 크다.

현 추세대로 본다면, 미·중, 중·일, 한·일 관계가 그리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북한 역시 최근 유화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강경 국면으로 전환할 개연성도 충분하다. 이러한 북한의 불확실성은 중국에도 큰 부담이다. 새로운 실크로드 구상이라고도 불리는 일대일로 국가 대전략에 집중하려는 중국에 북한이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동북아 국제 정세가 대립적으로 가면 갈수록 전략적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에 빠져든다. 한국의 대외 정책은 갈등에 일조하기보다는 동북아에서 더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안정적인 상황을 창출하는 데 방점을 둬야 한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방중과 방미를 통해, 한·중·일 3국 정상회의, 한·미·중 협력 관계 구축, 한·일 정상회의를 유도해내야 한다. 심지어 북·중 경제관계 개선을 도와줄 필요도 있다. 동시에 외교적 상상력을 발휘해 미·중 중심의 동북아 체제를 넘어선 제3의 아·태 중견국 협의체라는 새로운 공간을 창출해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동북아에서 안정과 평화의 매개자로서 역할뿐 아니라, 복합성·다원성을 특징으로 하는 21세기 국제정치에도 중요한 공헌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구도를 바탕으로 북한 역시 비핵화는 물론이고 ‘평화·협력·번영’이라는 시대정신에 동참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최근에 고개를 들고 있는 ‘친미’ 또는 ‘친중’이냐의 논쟁이나 심지어 ‘동맹파와 균형파’ 구분과 같은 골목 담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가름은 이 복합적이고 엄준한 국제정치 상황에서 우리 인식의 유연성과 정책 수단들을 제약하고 내부적 역량을 약화시켜 결국은 국익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다.

역사가 이 순간을 박 정부 대외정책의 성과가 만개하는 시공으로 기록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반응적인 정책만이 아닌 타개 전략을 어떻게 수립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반도·동북아 정세의 선순환적 흐름을 유도하고, 대외정책의 유연성과 창의성을 발휘하게 할 공간을 적극 창출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