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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2017. 04.14.] [특별기고] 한반도 전쟁 위기설과 이상한 대선

  • 김흥규
  •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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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김흥규 아주대학교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 소장] 한반도 전쟁 위기설과 이상한 대선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장 이후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는 확연히 다르게, 최근 시리아에 폭격을 전격 단행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 여파로 4월 ‘한반도 전쟁 위기설’도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이후 북한에 전례 없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미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고도 했다. 그 옵션에는 북한 지도부와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 아마도 실제는 예방공격(preventive strike)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4월에는 북한의 주요 정치행사가 몰려있어 도발할 개연성이 크다. 북한은 이미 제6차 핵실험 및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공언한 상태다. 호주로 향하던 미국의 칼빈슨 항모전단이 돌연 한국으로 방향을 선회해, 일각에서는 북한 ‘미사일 요격설,’ ‘선제 타격’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 트럼프의 성격으로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급기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중 정상회담이 종결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트럼프에 전화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미국이 과연 이 시점에서 북한에 대한 ‘예방 공격’을 단행할 수 있을까는 의문이다. 우선, 미국 자체가 이러한 전쟁을 운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백악관은 여전히 비어있다. 두 번째로 북한 핵의 소재 파악도 못한 상황에서 군사공격은 무모하다. 세 번째, 중국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한반도에서 미국이 단독으로 전쟁을 개시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를 놓고 보면 미국은 여전히 한국 내 사드 배치를 포기하지 않았고, 중국은 반발하고 있다. 북한은 도발 카드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미국은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통해 한미 동맹의 강고함을 과시하고, 한국 대선 정국에도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다. 일부 국내 대선 주자들 역시 이에 따라 안보정국을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이다. 이래저래 4월은 안보위기의 정국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위기설의 근원은 외부로부터 오고 있지만 그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한국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 미국의 대북 압박강화 방침과 미중 공조에 편승해 국제 대북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새로운 정부는 대북 군사역량을 대폭 강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드 만능주의를 포함한 안보 포퓰리즘에 흔들리지 말고 냉정하게 국방과 경제를 결합한 우리의 안보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지만 미중과 동시에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기반에 더해 남북한이 교류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안도 수립해야 한다. 안타까운 점은 현 주요 대선 캠프 어디에서도 정합적인 안보ㆍ외교ㆍ남북관계 공약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기설은 고조되는데 대안 제시는 가장 부족한, 이상한 대선이다. 이제라도 대안과 공약을 내놓아야 하며, 유권자들이 이를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