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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30] 중국은 진정 '북한 비핵화'를 원하나

  • 김흥규
  • 2016-02-03
  • 1034

중국은 진정 '북한 비핵화' 원하나

입력 : 2015.09.22

지해범 동북아시아연구소장

지난 17일 한·중 미래포럼에서 모처럼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인들의 속내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중국이 '북한 비핵화' 대신 사용하는 '한반도 비핵화'란 용어에 대해 중국 군사과학원 왕이성(王宜勝) 주임이 분명히 밝혔다. "우리가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 포기하고, 한국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으며, 주한 미군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는 것이다." 북한이 핵 무력에서 저만치 앞서가도 한국은 계속 손발을 묶은 채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중국이 북핵에 이중적 태도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원 양시위(楊希雨) 연구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6자회담 대표로도 참여한 그는 "중국이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참하는 것은 북한의 위성 발사가 핵무기 운송 능력 개발과 관련된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북한에 900개 이상의 물품을 금수(禁輸) 조치한 것은 1949년 건국 이래 특정 국가에 대한 유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입장은 하나이며 할 만큼 하고 있다는 항변이었다.

중국의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은 대략 이렇다. '중국은 없는 북한을 원한다. 이를 위해 전례 없는 금수 조치까지 취했다. 하지만 '김씨 집안'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중국이 단독으로 나서 북한 체제를 흔들 만큼 압박하는 것은 동북아 형세에서 중국에 이롭지 않다. 따라서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중국이 이런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사정은 이해한다. 미·일 동맹의 중국 포위망에 대응해 북한이란 카드를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생'의 사정을 봐준 결과는 '형'에게도 이롭지 않다. 북한은 이미 7~8기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정이 급해지면 그것으로 '형'을 겨눌지도 모른다.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전후해 북이 미사일 도발이나 4차 핵실험을 감행하면 동북 3성의 안전은 물론 시진핑의 외교력도 큰 손상을 입는다.

중국도 이제 '북한 리스크'를 적극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왔다. 환구시보의 지적처럼 '북한의 행동으로 가장 곤란한 나라는 중국'이다. 무력을 제외한 어떤 방법으로도 김정은의 핵 의지를 꺾을 수 없다면 그 핵을 쓸모없게 만드는 것, 즉 '무용화(無用化)' 방안을 강구할 때다. 북핵을 쓸모없게 만들려면 한국에 대칭되는 핵을 갖다놓든가, 북핵을 떨어뜨릴 미사일 방어 체계를 강화하든가, 북한 내부에 핵무기를 무력화할 세력이 등장하는 길밖에 없다.

이번 주 시진핑 중국 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시작으로 9~10월은 정상회담의 계절이다. 이 시기는 북한이 도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박근혜·오바마·시진핑·아베가 공허한 비핵화 구호나 제재 타령 대신 '북핵 무용화'로 논의를 전환한다면 김정은의 도발 의지를 꺾고 대화로 이끄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누가 북핵을 대신 해결해주길 마냥 기다릴 게 아니라 '비핵화 시한(時限)과 북핵 무용화 방안'을 국제사회에 제시하고 실질적 조치를 취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중국은 북핵 증강을 두고만 볼 게 아니라 한국과 함께 북핵 무용화를 논의해야 한다. 그것이 동북아에서 '대국(大國)의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9/21/201509210324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