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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3] 시진핑 첫 국빈 방문 … 오바마와 ‘증신석의’ 이룰까

  • 김흥규
  • 2016-01-22
  • 706

시진핑 국빈 방문오바마와증신석의 이룰까

증신석의(增信釋疑) 여행’. 22일 시작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의 의미를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이렇게 규정했다. 신뢰를 증진시키고 의심을 푼다는 뜻이다. 중국의 굴기가 패권 추구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의심에서 비롯된 불신을 해소하고 G2(미·중) 대국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에 방미의 가장 큰 목적이 있다는 의미다.

 시 주석 본인도 직접 설명에 나섰다. 시 주석은 지난 17일 “중·미 관계의 본질은 호혜공영(윈-윈)에 있다”며 “일부 갈등이 있지만 크게 보고 서로의 핵심 이익을 존중함으로써 전략적 오판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공상업계 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미국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다. 이튿날엔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을 접견하며 해외 언론에 대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였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시 주석의 희망대로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오는 25일 예정된 회담 석상에 ▶남중국해 문제와 ▶사이버 안보 ▶부패 혐의로 실각한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의 동생 링완청(令完成) 중국 송환 등 껄끄러운 이슈가 올라 있기 때문이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대립은 미·중 간 견해 차가 좁혀지지 않는 현안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는 본질적으로 연안국끼리 해결할 사안이라며 미국이 개입할 일이 아니란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중국이 국제법에 어긋나는 활동을 하고 있으며 군사적 목적도 깔려 있다고 본다. 최근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에 세 번째 활주로 공사를 진행 중이란 보도가 나오면서 중국에 대한 의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증신석의’란 말이 무색한 상황이다.

 사이버 안보 문제에서도 두 나라는 서로를 불신한다. 미 정부는 중국 해커들이 미 기업들의 산업 기밀을 빼내 경제 이익이 침해 당하고 있다고 본다. 반면 중국은 “우리야 말로 사이버 공격의 최대 피해자”라 주장하며 정부 기관 내에선 미국산 정보기기(IT)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6일 “사이버 안보가 정상 회담의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며 “중국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항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이버 안보에선 서로 협력의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뉴욕타임스는 19일 두 나라가 상대국의 인프라 시설을 마비시키기 위한 사이버 무기 선제 사용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사이버 공간 군축’에 관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링완청 문제란 복병도 있다. 링은 지난해 말 중국 공안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미국으로 도피했다. 그의 송환에 중국이 민감해 하는 건 중국 지도부의 기밀을 많이 알고 있을 가능성 때문이다. 베이징에선 올 봄 부패 척결 책임자인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 서기가 미국을 방문해 링의 송환을 매듭지을 것이란 소문이 무성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시 주석의 방미는 2013년 6월 비공식 방문에 이은 2년만이다. 국빈 자격으론 취임 후 처음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베이징 아시아경제협력체(APEC)회의 기간 오바마 대통령을 중난하이(中南海)의 안뜰로 초청해 달빛 아래 산책을 하며 장시간 회담하는 파격을 연출했다. 이번 회담에서 얼마나 불신의 벽을 허물 수 있을지 관심이다.

http://news.joins.com/article/18708999

모어 베이징 컨센서스

정덕구

NEAR재단 이사장

최근 중국에 대한 서로 대조되는 두 개의 그림을 겹쳐 보며 지금 중국이 전환기의 분수령을 지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중국 전승절 행사의 장대한 광경이었고, 다른 하나는 최근 중국 경제가 국제적인 신뢰의 위기에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미국 다음의 경제대국이 된 중국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지, 중국이 이번에 맞고 있는 전환기를 잘 관리해 나갈 수 있을지, 중국이 꾸고 있는 꿈은 잘 실현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꿈의 실현을 위해 어떤 다리를 건너야 할 것인지 등 많은 질문이 연이어 떠올랐다.

 전승절날 시진핑 주석은 제왕 같았고 참석한 국가 원수들은 옛 왕조 때부터 내려온 긴 사신 통로를 걸어 천안문 망루에 올랐다. 전승절날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신형무기 퍼레이드보다는 공산당의 능력으로 만들어낸 베이징의 맑고 푸른 하늘과 10cm의 오차 한도로 각을 지어 행진하는 정예병들의 모습이었다.

 이러한 모습에 푹 빠져 있을 때 중국의 아주 다른 모습들이 오버랩됐다. 하나는 그들이 소위 블랙 먼데이라고 부르는 최악의 증시 패닉 때 중국 공안당국이 증시에 개입해 상황을 장악하려 애쓰는 장면이었다. 또 하나는 공산당 정부가 추진해 온 중화학 공업이 과잉 중복투자로 가동률이 50% 수준으로 떨어지며 빚으로 연명하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능력과 무능력이 극단적으로 교차하는 중국의 이중적인 모습을 지켜보며 국제사회는 불안해 한다. 현재 국제금융시장은 중국경제에 대한 신뢰 상실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예정 소식이 상승작용을 하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첫째는 중국 경제의 민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하며 중국의 잠재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고, 둘째는 중국발 위험이 신흥시장경제로 전이되고 세계 위험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며, 셋째는 앞으로 공산당 정부가 시장 앞에서 지나친 자기확신과 황망한 처신을 반복해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이러한 신뢰 상실과 두려움의 원천은 무엇인가? 금세기 들어 중국 경제는 성숙된 경제에 진입하는 요소생산성 단계에서 복잡한 시장체제와 마주쳤다. 이때 공산당 지도부는 시장에 대한 의심과 두려움이 많았고, 경제 내부의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대신 과잉 중복투자와 부양책으로 대응했다. 버블은 결국 붕괴되었고 중국 경제는 너무 무거운 짐을 지고 뒤뚱거리고 있다. 이어서 이번 국제적 자금 역류에 휩쓸리게 되었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정책당국은 성장률에 집착하며 시장과 부닥쳤다.

  중국의 경제 거버넌스상에도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장화·개방화가 진전되면서 당이 통제하던 시장경제가 그 통제로부터 더욱 벗어나고 있다. 시장 메커니즘과 정책 메커니즘 사이에 미스매치(부조화) 현상이 발생하며 소위 경제 거버넌스 위기의 초기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현 상황은 한국의 1995년 상황과 유사하다. 세계 금융자본 시장에 밀물과 썰물이 크게 교차할 때 한국 정부는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고, 경제의 정치화 때문에 유연한 시장 대응이 불가능했다. 결국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고 나서야 시장체제로 전환했다.

 과거 수십 년간 노동과 자본의 투입 단계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왔던 중국의 정책당국자들이 지금 왜 시장 앞에서는 그렇게 작아지는가? 그동안 그들은 고정된 과녁에 활을 쏘는 데 능숙해졌으나, 이제 그 과녁이 쉴 새 없이 움직이게 되자 높은 예측 오차를 드러내고 과녁 앞에 무력감을 보이는 것이다.

 최근에 만난 중국 칭화대 교수인 지인은 “노 모어 베이징 컨센서스”라고 외쳤다. 공산당 통제하의 성장정책인 베이징 컨센서스는 더 이상 컨센서스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과잉 중복투자, 국유기업 부실 등의 짐을 내려놓고 시장의 생존법칙을 좇아야 중국 경제가 회생될 수 있다.

 지금 중국 경제는 그 분수령에서 정치적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사태를 통해 국민의 신임 못지않게 시장의 신뢰가 중요하고, 시장은 극복의 대상이라기보다 동거의 대상이라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우리는 시장 앞에 겸손한 공산당 정부가 약화된 정부가 아닌, 시장과 더불어 더욱 강한 정부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중국이라는 강은 앞으로 시장과 부닥치며 휩쓸리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장구한 선진화의 세월을 흘러갈 것이다. 이 세월 속에 중국은 사회투명성과 법치의 다리, 정부와 시장 간 균형적 관계의 다리, 국제적 스탠더드와 보편적 가치의 다리, 그리고 금융부문 선진화의 다리 등 4개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 그들은 지금 이들 다리 앞에서 멈칫거리고 있다. 실로 용기가 필요한 때다.

 한국은 지금 중국에 한 발짝씩 더 가까이 가고 있다. 이제 중국을 바로 보아야 하겠다. 중국의 표리를 구별할 줄 알고 그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깊이 관찰해야 한다. 우리는 중국에 대한 합리적 기대와 합리적 의심을 동시에 가지고 균형감각을 잃지 않아야겠다.

 

http://news.joins.com/article/18673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