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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협신문 기고] 로스쿨통신-실습과정의 중요성 (2012.07.27)

어린 학창시절 방학식을 마치고 신이 나서 집으로 뛰어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마 짜여진 시간 속에서 누군가에게 조종되는 듯한 일상을 보내지 않고,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실컷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상급학교로 진학해 가면서 처음에 가졌던 방학에 대한 의미는 많이 달라졌다. 입시가 다가오면서, 부족한 공부를 만회하기 위해서 학기보다 더 치열하게 공부를 해야 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고, 여행이나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좀처럼 쉽지않은 일이 되었다.
 

로스쿨에서의 방학은 참으로 소중한 오아시스와 같은 시간이다. 열심히 채찍질해왔던 스스로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얼마되지 않는 시간이기도 하고, 무의미하게 보낸다면 개인에게는 치명적이 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말고사가 눈앞에 다가오면 조금씩 방학에 대한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크게 실습과 법학과목 학습에 대한 계획으로 나뉜다. 보통 실습 과정을 이수해야만 졸업요건을 이수할 수 있고, 3학년 방학 때는 취업과 연계된 실습이 아니라면 시도하는 것이 부담이 되므로, 보통 2학년 여름방학 때 요건을 채워놓으려는 이들이 많은 편이다. 또한, 학부시절 웬만큼 공부를 열심히 했던 학생들 사이에서 만족스러운 성적을 받는 경우가 흔치 않아서, 성적표를 받아들고는 방학때 남들과 차별화된 계획을 세워서 다음학기 때는 이를 만회하고자 하는 학생들도 다수 존재한다.

두 가지 모두 우리에겐 중요한 과정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실습에 임하는 각오는 특히 남다르다. 실습을 나가는 이들은 자신의 취업가능성과 실습기관의 지도변호사님이 예전 실습생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갖고 알려주시는지, 자신의 학습계획에 따른 일정을 모두 고려하여 실습을 선택하게 되고, 선발이 되면, 매일 아침 출근해서, 소송서류를 받아들고 검토를 한 후, 메모나 소장 등을 작성하여 확인을 받는다. 우리가 공부하는 법이라는 학문이 실제 어떻게 쓰여지는 지를 알 수 있는 이러한 실습기회는 로스쿨에서 가장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제도적으로 잘 정착이 되어있는 것 같지 않다.
 

대부분 관심을 갖고 체계적으로 지도해주시지만 일부 변호사님들은 학교나 변호사회 등의 압력에 못 이겨 억지로 실습을 받는 경우도 있고, 바쁘다는 이유로 막상 실습을 나갔지만 거의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때로는, 방학인데 너무 고생할 필요 없다며, 과제를잘 주지 않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물론 취업과 연계된 실습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실습이라면 실제 소송에 따라서 메모를 보고 소장을 작성해본 후 실제 제출된 소장과 비교해보면서 검토하기도하고, 변론기일에는 변호사님과 함께 법정에 나가 방청석에서 변론을 보기도 하는 등 정형화된 과정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지금은 실습기관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 같다.
 

갑자기 새로 생겨난 제도에 따른 실습으로 인해 여건이 불비하겠지만, 후배들이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수반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적인 지원이 있어야, 양질의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로스쿨의 취지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로스쿨에서의 3년이 너무 짧다는 걸 잘 안다. 그 3년 안에 방학을 포함하더라도 그렇다. 그 기간 안에 졸업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실습과정을 이수하고, 학기 중의 부족한 공부를 채워나가야 한다. 그 기간에 자유를 누린다는 생각같은 건 버린 지 오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짧은 3년이란 시간이 충분히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한다는 점과 실습과정이 실습기관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어서 실습의 목적을 실질적으로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공부를 하면서 정신적·체력적으로 힘들어하던 어떤 학생이 실습을 다녀온 후 성적이 급속도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고 이유를 물었더니, 자신이 해야할 일을 직접 해보게 되니 재미있고 책임감도 생기면서 공부가 재미있어지니 공부가 힘들지 않다고 한 사례가 있었다. 실습을 통해 미래를 위한 자신의 비전을 보고, 자신의 학습동기를 다시 되새기게 되는 것이다. 이런 소중한 실습 과정에 대해서 제도적인 보완과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법조인 양성기관으로서의 로스쿨이 자리잡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창민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