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전원News

[대한변협신문 기고] 로스쿨통신 불광불급 (2012.07.27)

  • 오혁준
  • 2013-07-30
  • 2314
 

“올해 법학적성시험 지원자 역대 최저”

“로스쿨 이대로 좌초하나?”

이러한 기사를 보고 무척이나 놀라고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2년 전 이맘때쯤 같은 기사를 보았으면 무척이나 경쟁자가 줄어들었다는 생각에 기뻐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에는 2년이나 늦은 이러한 소식이 다소 아쉽게도 느껴지기도 했지만.

법조인의 관문으로서 로스쿨은 많은 논란 속에 있다. 3년간의 시간과 기회비용, 엄청난 학비를 투자하면서도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이들도 있고, 그 합격자비율은 해가 갈수록 점점 낮아질 예정일 뿐 아니라, 사법시험을 존치하자는 의견은 끊이질 않고, 게다가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도 실력에 대해 끊임없는 물음표가 주어지는 상황인 것이다.

아마 올해의 지원자 감소현상은 그러한 사실에 기반하고 있지 않나 싶다. 이번에 법학적성시험을 치르는 5기 입학생의 경우,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0%에 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3년 동안 평균 6000만원에 달하는 학비를 부담하면서, 변호사시험의 합격이 어느 정도 보장되지 않는다면 아마 쉽게 도전장을 내밀 수 없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사법시험이 2017년도까지 존치된다면, 신림동 학원가에서 강의를 듣고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더욱 경쟁력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을 법도 하다.

물론 제도적인 부분에서의 아쉬움은 있다. 로스쿨의 정원조정 등을 통하여 입학을어렵게하고 정상적으로 로스쿨 과정을 마치면 변호사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하였다면, 이른바 사시낭인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고 양질의 변호사를 다수 배출하여 무변촌을 없애겠다는 로스쿨의 취지를 충족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제도는 언제든 변하기 마련이고, 사법시험제도 또는 로스쿨제도 중 어느 제도가 본질적으로 옳고 그르다고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지금까지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면 원하는 일보다 원하지 않는 일을 경험하는 일이 더욱 많지 않은가?

로스쿨을 다니는 사람들에게도 물론 많은 고민과 아픔들이 있다. 학점은 잘 받을수 있을지, 변호사시험은 합격할 수 있을지, 합격하더라도 원하는 곳에 취업을 할 수는 있을지, 로스쿨을 나왔다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등 수많은 고민을 하고, 로스쿨 제도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도된 기사 등을 보면 침울해지기도 한다. 사법연수생들과의 비교도 물론 그렇다.

하지만 시련은 어느 날 문득 찾아온 것은 아니다. 출범 초기부터 예정되어 있던 것이 아니었던가? 처음 변호사시험 모의고사는 수능과 비교당하며 기성 법조인들의 조롱을 샀고, 사법연수원생들은 함께 경쟁을 해야 하는 로스쿨생들을 못마땅해하고, 법률시장에서도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로스쿨 졸업 변호사들의 채용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존재했다. 75%의 합격률을 보장하면, 어떻게 그 능력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겠느냐는 의미에서였다.

그럼에도 많은 1기 선배들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로스쿨에 입학해 3년이 지나 변호사가 되었다. 나이가 40을 넘고 법학에 대한 경험이 없어도, 법률전문가로서의 꿈이 너무도 컸기에 제도의 불확실성과 엄청난 기회비용을 감수하고 로스쿨을 택했던 것이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졸업하여 변호사가 된 그들은 이제 자리를 찾아 조금씩 자기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법학적성시험 지원자 감소가 로스쿨의 위기를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간절함이 없이도 잘할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자. 아마 올해의 지원자 대부분은 법률가에 대한 절박하고 간절한 꿈을 안고 지원한 사람들일 것이고, 그들은 앞으로 다가올 어떠한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의 실력을 쌓아나가며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극복해내지 못할 사람이라면 당연히 로스쿨에 진학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고, 꿈을 꾸지않으면 이룰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학교에는 미친사람들이 많아서 좋다. 미친 사람들이 많은 로스쿨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이창민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