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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로스쿨' 단점 극복한 아주대 비결은? '빨간펜' 교수님들의 블라인드 채점

  • 교학팀
  • 2018-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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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전국 25개 로스쿨 중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한다. 한해 입학정원이 50명이다. 서울대(150명)·고려대(120명)·연세대(120명) 등의 절반에 못 미친다.
 
아주대 로스쿨은 지난 22일 법무부가 공개한 ‘변호사 시험’(변시) 누적 합격률에서 91.9%로 4위를 했다. 올해를 포함해 7년간 치러진 변호사 시험에서 응시자의 90% 이상이 합격한 로스쿨은 모두 다섯 곳이다. 아주대 외에 연세대(94.02%)·서울대(93.53%)·고려대(92.39%)·성균관대(90.43%) 등이다. 서울 소재 대학이 아닌 곳은 아주대가 유일하다. 졸업생이 아닌 입학정원 기준으로 봐도 아주대 로스쿨 합격률은 84.29%로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

아주대 로스쿨의 이런 성과는 어느 정도 예측됐다. 지난 2009년 문을 연 아주대 로스쿨은 2012년 치러진 1회 변호사 시험에서 응시자 41명 전원을 합격시켰다. 당시 100% 합격률을 기록한 곳은 아주대와 경희대뿐이었다.
 
25일 아주대 로스쿨 교수들과 학생들 설명에 따르면 비결은 ‘맞춤형 밀착지도’다. 아주대 로스쿨은 교수 한 명이 두 명의 학생을 맡아 지도한다. 보통 대학에서 이뤄지는 지도교수제도다. 하지만 아주대 교수들은 형식적인 관계를 넘어 학생들의 학업과 진로·인생 상담까지 도맡는다. 한영수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교수들이 열정을 갖고 지도하니, 자연스럽게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사제간의 신뢰가 쌓인 밑바탕엔 ‘블라인드 채점’도 있다. 아주대 로스쿨에선 중간·기말고사 시험지에 학생이 이름·학번을 쓰지 않는다. 대신 개인 식별 고유번호를 매번 받아서 쓴다. 올해 아주대 로스쿨을 졸업해 변시에 합격한 신용섭(30)씨는 “블라인드 평가 덕분에 학생들이 채점 결과에 승복하고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이 시험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부족한 점을 보충하는 기회로 삼았다”고 전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신씨는 사법고시에 두 번 낙방하고 아주대 로스쿨에 진학했다.

 
교수들은 ‘빨간펜’ 교수를 자처했다. 변시는 객관식·사례형·기록형 등 세 종류로 치러진다. 학생들은 이중 사례형·기록형을 어려워한다. 아주대 교수들은 중간·기말고사에서 사례형·기록형 답안지를 40~50분씩 꼼꼼히 살펴본다고 한다. 한 교수는 “법학 전공자들도 서술형 답안 쓰기를 어려워한다. 법학 지식을 익히는 것만큼 잘 표현하게 돕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중앙일보 기사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