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_우수상_[인간과 두뇌의 신비]_김희진 교수
제목: 머릿속 소우주에서 찾아낸 삶의 지도: <인간과 두뇌의 신비>가 일깨운 실천적 지성 지식의 파편이 아닌, 삶의 궤적으로 다가온 뇌과학 대학 입학 후 여러 강의를 접하며 느꼈던 공통적인 갈증은 ‘이 배움이 과연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특히 뇌과학이나 신경학 같은 분야는 내게 있어서 이과적 전유물 혹은 복잡한 기호와 암기 위주의 딱딱한 학문이라는 선입견이 강했다. 그러나 <인간과 두뇌의 신비>는 이러한 나의 편견을 첫 수업부터 기분 좋게 무너뜨렸다. 이 강의는 단순히 뇌의 구조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생각하고, 잠들고, 관계 맺는지를 탐구하는 인간학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책 속에 머물러 있던 지식이 강의실 문을 나서는 순간 나의 호흡과 일상에 스며드는 경험, 그것이 내가 이 강의를 2025학년도 다시 듣고 싶은 명강의로 주저 없이 선정하게 된 이유이다. 정답의 경계를 허무는 질문, 상호작용의 미학 이 강의의 가장 큰 차별점은 교수님의 독특한 수업 운영 방식에 있다. 교수님은 늘 수업을 ‘정답이 없는 질문’으로 시작하셨다. “오늘 여러분은 몇 시간이나 주무셨나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이고, 그 맛을 떠올리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같은 질문들은 학생들의 긴장을 완화하는 동시에,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학문적 이론으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 보통의 강의가 정답을 맞춰야 한다는 압박감을 준다면, 교수님은 우리의 일상적 답변을 바탕으로 미각의 메커니즘이나 수면의 과학적 원리를 끌어내셨다. 예컨대, 수면 시간을 묻는 교수님의 질문에 학생들은 6시간, 8시간부터 시험 기간에 쫓긴 2시간, 혹은 주말의 10시간까지 저마다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교수님은 이 파편화된 경험들을 하나하나 경청하신 뒤, 각기 다른 수면 시간이 우리 뇌의 90분 렘(REM) 수면 주기와 어떻게 맞물리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멜라토닌과 코르티솔이 어떤 리듬을 만드는지 자연스럽게 설명해 주셨다. 단순한 숫자였던 우리의 수면 시간이 뇌과학이라는 정교한 시스템의 결과물로 치환되는 순간, 강의실은 거대한 지적 실험실로 변모했다. 이런 방식 덕분에 학생들은 단순한 지식 수용자가 아닌 수업 공동 제작자가 되었다. '맞고 틀림'을 묻는 질문이 아닌 학생 개개인마다 각기 다른 '경험과 감상'을 묻는 질문에 우리들은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었고, 정답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 자리에는 능동적인 호기심이 채워졌다. 이는 수강생 수가 적지 않은 강의임에도 불구하고 학생과 교수자 간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텍스트 위주의 지루한 전달 대신, 다양한 시각 자료와 실제 사례를 곁들인 스토리텔링은 복잡한 뇌의 로드맵을 선명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멜라토닌과 렘수면, 강의실 밖에서 시작된 실험 수업 내용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단연 수면의 과학 파트였다. 단순히 수면 단계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생체 시계를 조절하는 멜라토닌과 잠에서 깨어날 준비를 돕는 코르티솔의 분비 리듬을 배우며 나는 나의 불규칙한 생활 습관을 과학적으로 성찰하게 되었다. 특히 90분 주기로 반복되는 렘(REM) 수면의 특성을 배운 뒤, 이를 내 삶에 직접 적용해 보는 ‘기상 실험’을 실천했다. 가장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는 렘수면 종료 시점에 맞춰 알람을 설정하고 수면 환경을 개선해 본 결과, 만성적이었던 아침의 무기력증이 눈에 띄게 개선되는 것을 경험했다. 이는 배움이 강의실 안에 고립된 것이 아니라, 나의 생체 리듬을 최적화하고 삶의 질을 바꾸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사건이었다. 이처럼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실용적인 지식’의 전달은 학문에 대한 태도를 수동적인 수험 준비에서 능동적인 삶의 탐구로 변화시켰다. 도파민의 두 얼굴과 인간 이해의 확장 수업은 개인의 건강을 넘어 타인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까지 확장해 주었다. 중독 파트에서 다룬 VTA(복측 피개영역)와 측위 신경핵 간 도파민 보상 경로, 즉 도파민 보상 체계는 현대인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의지의 부족’이 아닌 ‘뇌과학적 시스템의 고장’으로 이해하게 했다. 또한 조현병,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이나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의 퇴행성 뇌질환을 다루는 파트에서는 심리학적 지식과 뇌과학적 근거가 어떻게 상보적으로 작용하는지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었다. 평소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던 나에게, 뇌의 구조적 변화가 인간의 심리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큰 지적 충격을 주었다. 조현병 환자의 뇌에서 관찰되는 뇌실 확장이나 미세아교세포의 과활성 같은 신경학적 근거는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는 강력한 토대가 되었으며, 존 내쉬 같은 실제 사례를 통해 정신 질환을 편견 없이, 신경전달물질 불균형을 겪는 한 인간으로서 공감하게 된 것은 이 강의가 준 소중한 인문학적 선물이 되었다. 과학에 기반한 이해가 막연한 동정을 넘는 진정한 공감으로 이어졌다. 다시 듣고 싶은 것은 지식이 아닌 ‘깨어남’의 경험이다 <인간과 두뇌의 신비>는 단순히 한 학기의 학점을 채우기 위한 과목이 아니었다. 우리가 가진 무궁무진한 사고 가능성을 알려준 지침서였고, 타인의 고통과 행동 뒤를 들여다보는 통찰을 주는 인지과학적 심리 서적이며, 과학적 사고의 즐거움을 일깨운 철학적 강의였다. 체계적인 로드맵을 따라 뇌라는 소우주를 유영하며 느꼈던 그 전율은 지금도 나의 일상 곳곳에 남아 있다. 이제 나는 단순히 지식을 머리에 넣는 법보다, 그 지식을 어떻게 나의 삶과 사회에 투영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교수님이 던지셨던 ‘정답 없는 질문’들이 나의 미래를 설계하는 소중한 나침반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식을 넘어 지혜로, 배움을 넘어 삶의 변화로 이끈 이 강의를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억하며 다시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