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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25학년도_우수상_[문화매개와 콘텐츠]_박재연 교수

  • 2026-02-25
  • 1039
제목 : 도시 브랜딩과 문화매개 전략의 실무적 적용: 이론 학습에서 기획 공모전 수상까지 - [문화매개와콘텐츠] 수강 후기
1. 서론: 문화기획의 학문적 접근과 필요성

본교에서 문화콘텐츠학을 전공하며 4년 내내 가장 크게 고민했던 지점은 ‘강의실의 이론과 현장의 괴리’였다. 교과서 속의 이론은 언제나 고정되어 있고 명쾌해 보였으나, 실제 문화 현장은 매일 급변하며 모호함 투성이였다.

특히 K-POP이나 유튜브 트렌드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콘텐츠를 다루면서, 과연 19세기의 사회학 이론이나 20세기의 마케팅 원론이 실무에서 유효할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졸업을 앞두고 기획자를 지망하는 학생으로서 깨달은 것은, 현장이 혼란스러울수록 필요한 역량은 단순히 트렌드를 쫓는 감각이 아니라 변화하는 현상을 관통하여 해석할 수 있는 단단한 ‘이론적 틀’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번 학기 수강한 [문화매개와콘텐츠] 수업은 바로 이러한 기획의 기초 체력을 길러주는 수업이었다. 이 강의는 우리가 막연하게 사용하던 ‘기획’과 ‘매개’라는 용어를 학문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실제 대중문화와 지역 축제에 대입하여 분석하는 치열한 검증의 과정을 거쳤다.

이 글에서는 수업의 핵심 이론이었던 ‘창시적 매개’와 ‘재창시적 매개’, 그리고 ‘도시 브랜딩’ 이론이 나의 사고 과정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이야기해 보려 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수행한 개인 연구(NCT WISH 분석)와 팀 프로젝트(수원공동체라디오 기획)의 구체적인 기획 과정과 성과를 복기하며, 이 강의가 갖는 실천적 가치를 증명해보고자 한다.


2. 수업 운영 방식 및 주요 이론의 이해

이 수업이 여타 전공 강의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학습자가 수동적인 지식의 수용자가 아닌, 능동적인 비평가이자 기획자로 기능하도록 설계된 독보적인 커리큘럼에 있었다. 수업은 이론 강의, 사례 분석(개별 발표), 현장 적용(팀 프로젝트)의 3단계로 구성되었다.
각 단계는 독립적이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학습자가 이론을 습득한 후 곧바로 현장에 적용하여 그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수업의 전반부는 ‘문화매개’의 개념 정립에 집중했다. 강의 자료에 따르면 문화매개는 그 목적과 대상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창시적 매개’다. 이는 "새로운 문화를 발견한다"는 개념으로, 비어있는 상태를 채워줄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와 잠재 관객을 연결하는 것이다. 문화예술을 한 번도 향유한 적 없는 관객을 유인하여 심리적 장벽을 없애는 것이 핵심이다.
둘째, ‘재창시적 매개’다. 이는 "기존 관객과 프로그램 간의 관계가 더욱 견고해질 수 있도록 자극하는 행위"로 정의된다. 잠재 관객을 개발하기보다, 이미 형성된 관계를 사회적 융화와 결합하여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 두 가지 개념은 기획자가 누구를 타겟으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나침반 역할을 했다.

또한 9주 차 강의에서는 ‘도시 브랜딩’을 심도 있게 다루었다. 도시 축제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공학 측면에서 시각적 경험 설계를 통해 접근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도시의 내외부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수단이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특히 현대 사회의 축제가 "특별한 창조적 사고 없이 매년 예산에 맞춰 개최되는 의례적인 행사"로 전락하거나, 지역의 정체성은 소거된 채 "보여주기식 대형 집객 위주의 축제"가 되어가는 현상에 대한 교수님의 비판적 고찰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는 이후 진행된 팀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현장에 접근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침이 되었다. 이론 학습 후에는 학생 개개인이 관심 있는 문화 콘텐츠를 선정하여 위 이론을 적용해 보는 발표 시간이 주어졌으며, 학기 중반에는 수업의 일환으로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를 단체 관람했다. 이는 텍스트로 배운 ‘도시의 스펙터클’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고 분석하는 기회였다.


3. 개인 발제: K-POP과 재창시적 매개 

개인 발표 과제에서 본인은 평소 관심 있던 K-POP 아이돌 그룹 ‘NCT WISH’의 마케팅 방식을 주제로 선정하여, 이를 문화매개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이 사례는 앞서 배운 ‘재창시적 매개’ 이론을 적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었다.
NCT WISH는 ‘NCT’라는 기존의 거대 브랜드가 가진 팬덤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이들의 매개 전략은 맨땅에서 완전히 새로운 관객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기존 팬덤과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그 결속을 강화하는 데 있다. 발표 자료에서 분석했듯, 이들의 타겟은 "NCT에 대한 높은 충성도와 이해도"를 가진 기존 팬덤과, "10-20대 K팝 팬층"으로 이원화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딜레마는 ‘진입 장벽’이다. NCT는 실험적이고 난해한 세계관(네오함)으로 유명하여 일반 대중의 접근이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획자는 ‘NCT의 막내’라는 포지셔닝을 통해 기존 팬덤의 자연스러운 관심을 유도하면서도, ‘청량’과 ‘큐피드’라는 대중적 콘셉트를 도입해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이중 전략을 취했다. 이는 기존 관객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매력을 더해 결속력을 높이는 재창시적 매개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발표에서는 구체적인 매개 도구들을 세 층위로 분석했다.
먼저 ‘콘텐츠 매개’다. 데뷔 전 과정을 ‘NCT UNIVERSE: LASTART’라는 서바이벌 방송으로 공개하여, 아티스트와 팬 사이의 서사를 공유했다. 결과물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탄생 과정을 함께함으로써 정서적 유대를 강화한 것이다.
다음은 ‘장르적 매개’다. NCT의 정체성인 ‘네오함(새로움, 실험적)’에 대중적인 코드인 ‘청량함’을 결합한 ‘위시코어’라는 개념을 제시하여 장르적 이질감을 해소했다.
마지막은 ‘경험의 확장’이다. 전국 팬미팅 투어와 인형 굿즈, 팝업스토어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입체적 프로모션을 통해 팬들이 콘텐츠를 단순 소비하는 것을 넘어 공간을 점유하고 체험하게 만들었다.

발표의 마지막 목차인 "자신이 기획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본인은 ‘Project: WISH TAPE’를 제안했다. 이는 화려한 무대 뒤에서 멤버들이 곡 작업에 참여하는 전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공개하고, 이후 소규모 프라이빗 음감회를 개최하는 기획이다.
이 기획의 의도는 명확하다. 기술의 발달로 완벽하게 보정된 결과물이 넘쳐나는 시대에, 오히려 서툴지만 치열한 노력과 진정성을 보여줌으로써 아티스트와 팬 사이에 동료애에 가까운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는 수업에서 배운 “관객과의 관계를 더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재창시적 매개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이었다.


4. 동료 발제 분석: 버추얼 유튜버 ‘향아치’와 창시적 매개

이 수업이 사고의 확장을 가져온 또 다른 계기는 동료 학우들의 발표를 경청하는 과정이었다. 내 연구가 기존 관계를 강화하는 ‘재창시적 매개’에 집중했다면, 타 학우가 발표한 버추얼 유튜버 ‘향아치’ 사례는 ‘창시적 매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향아치는 1901년 대한제국에서 21세기로 타임슬립한 고위 관료라는 독특한 설정을 가진 가상 캐릭터다. 발표자는 이 캐릭터가 역사에 관심이 없는 10대 청소년들을 어떻게 딱딱한 역사 콘텐츠로 유입시키는지를 분석했다.

수업 이론에 따르면 창시적 매개는 "문화예술을 한 번도 향유한 경험이 없는 잠재 관객을 유인"하여 "새로운 문화를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다.
향아치의 주 시청자층인 10대는 교과서적인 역사학에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는 집단이다. 그러나 향아치는 ‘버추얼 캐릭터’라는 최신 서브컬처 요소와 ‘상황극’이라는 예능적 요소를 활용하여 이 장벽을 허물었다.

학우는 이를 두고 "현대 문물에 낯설어하는 캐릭터의 반응이 재미를 유발하고, 이 재미가 자연스럽게 역사 지식 습득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이는 학자 Sacco와 Jamar가 언급한 "새로운 것을 접할 때 관객이 만나게 되는 장벽을 없애는 역할" Sacco, P. L., & Jamar, S. (2014). Culture 3.0 and Audience Development. (재인용: [본인 수업명] 강의 자료).
을 완벽하게 수행한 사례다. 기존의 박물관이나 교과서가 수행하지 못한 매개자의 역할을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그것도 가상의 아바타를 통해 수행하고 있다는 점은 큰 시사점을 주었다.

이는 문화매개의 영역이 오프라인을 넘어 가상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매개자의 역할이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콘텐츠의 맥락을 재구성하는 ‘번역가’여야 함을 증명했다. 내 발표가 기존 관계의 강화, 즉 ‘재창시적 매개’의 관점에 관한 분석이었다면, 이 사례는 새로운 관계의 창조라는 점에서 상호 보완적인 학습이 가능했다.


5. <수원공동체라디오> 팀 프로젝트 성과: 청각적 매개

학기 말 진행된 팀 프로젝트 <수원공동체라디오 활성화 방안>은 앞서 배운 이론들을 종합하여 실제 지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보는 과정이었다.
우리 조는 수업의 일환으로 답사했던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기획의 출발점은 9주 차 강의에서 다룬 "도시의 스펙터클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며, 점유한다는 것을 은폐하는 기술"이라는 비판적 시각이었다.

현장 답사 결과, 축제는 16일간 51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만큼 대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그 화려함 뒤에는 짙은 아쉬움이 남았다.
대부분의 관람객은 화려한 레이저 쇼와 미디어 파사드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기에 바쁠 뿐, 정작 작품이 담고 있는 정조대왕의 꿈이나 수원의 역사적 서사에는 깊이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각적 압도감은 있었지만, 정서적 교감은 부재했다. 화려한 이미지가 오히려 지역의 본질적인 이야기를 가리고 있다는 강한 문제의식을 느꼈다.

이에 우리는 역발상을 시도했다. 미디어아트처럼 시각적 요소가 핵심이 되는 축제에서, ‘라디오’라는 매체가 가진 청각적 몰입감과 친밀성을 활용하여 시각 뒤에 가려진 축제의 이면을 매개하고자 했다.
기획명은 ‘아트 ON: 수원화성의 빛을 밝히다’로 정했다. 이는 단순한 축제 홍보 방송이 아니라, 축제를 깊이 있게 해석해 주는 도슨트 프로그램에 가까웠다.

실행 과정에서는 다음과 같은 핵심 매개 전략을 수행했다.
첫 번째는 ‘전문성 매개’ 전략이다. 강의에서 언급된 "축제 전문가에 대한 존중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가 아닌 1차 자료를 확보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실제 축제의 사운드 디렉터님께 직접 메일로 연락을 드려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웅장한 국악 오케스트라 뒤에 숨겨진 작곡 의도가 무엇인지, 주제인 ‘만천명월’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악기를 배치했는지 등 관람객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소리의 설계도’를 전달함으로써 콘텐츠의 깊이를 더했다.

다음은 ‘쌍방향 매개’ 전략이었다. "지역주민들의 삶과 문화적 요소가 반영되는 공동체적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일방적인 정보 전달을 지양했다.
우리는 축제에 참여한 지역 청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패널 토크를 구성했다. "시각적 압도감은 좋았으나 안내가 부족했다", "잠깐 보고 떠나는 관광지가 아니라 시민 참여 공간이 더 필요하다" 등 청년들의 날카로운 비평과 대안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

해당 프로젝트 결과물은 기획안과 녹음본 형태로 <수원공동체라디오 콘텐츠 공모전>에 출품되어, 치열한 경쟁 끝에 ‘이사장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심사위원분들은 "기존의 시각 중심적인 축제 해석을 탈피하고, 라디오 매체의 특성을 살려 청각적으로 접근한 점"과 "청년들의 시선으로 지역 문화에 대한 비판적 대안을 제시하여 공동체 라디오의 공공성을 확보한 점"을 높이 평가해주셨다.
이는 수업에서 배운 '도시 브랜딩'과 '공동체 회복'이라는 가치가 단순히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무적으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하며 높은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증명해낸 성과였다.


6. 결론: 기획자로서의 관점 확립

이 강의를 명강의로 선정한 핵심 이유는 ‘이론의 실효성’을 스스로 검증하게 했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전공 수업이 학문적 개념을 이해하고 암기하는 단계에 머무르는 반면, 이 수업은 습득한 이론을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하여 문제 해결의 도구로 활용하는 훈련을 제공했다.
강의실에서 도출한 기획안이 실제 공모전 수상이라는 객관적 성과로 이어진 경험은, 대학에서의 배움이 현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결정적인 계기였다.

한마디로 ‘문화매개와 콘텐츠’ 수업은 단순한 전공 지식의 전달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강의였다.
본 과정을 통해 얻은 최종 결론은, 바로 ‘이론은 실무의 나침반과 같다’는 것이다. 수업을 듣기 전 막연하게 느껴졌던 NCT WISH의 마케팅 전략이나 향아치의 인기 요인은 '재창시적 매개'와 '창시적 매개'라는 명확한 이론적 틀을 통해 해석될 수 있었다. 이론은 현상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강력한 도구임을 확인했다.
또한, 기획은 화려함 이면의 본질을 잇는 작업임을 알게 되었다. 수원화성 프로젝트를 통해, 좋은 기획이란 눈에 보이는 스펙터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가려진 의미와 사람의 목소리를 찾아내어 연결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이 수업은 대학생이 경험할 수 있는 이론적 깊이와 실무적 경험의 최대치를 제공했다. 문화를 단순히 향유하는 차원을 넘어, 그 구조를 파악하고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 기획자가 되고자 하는 모든 학우에게 이 강의를 추천한다.
강의실에서 시작된 치열한 고민이 공모전 수상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듯, 이 수업은 수강생들의 잠재력을 현실의 능력으로 매개해 줄 것이다. 나는 이 수업을 통해 비로소 ‘학생’에서 ‘기획자’로 한 뼘 더 성장했음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