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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25학년도_입상_[전자장론]_김정욱 교수

  • 2026-02-25
  • 1185
제목: 암기하던 학생에서 원리를 유도하는 공학도로
1. 강의를 명강의로 선정한 이유: 두려움을 확신으로 바꾼 터닝 포인트
전자공학과 학생이라면 누구나 2학년이 되면서 마주하는 거대한 벽이 있습니다. 바로 ‘전자기학’ 분야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기장과 자기장을 오직 난해한 수식으로만 이해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엄청난 학습량 때문에 선배들 사이에서도 가장 어렵고 피하고 싶은 과목 1순위로 통하곤 합니다. 저 역시 1학기에 전자기학 기초를 배우며 쓴맛을 보았고, 심화 과정인 2학기 ‘전자장론’ 수강 신청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나 통신 등 제가 꿈꾸는 분야로 나아가기 위해서 이 과목은 피할 수 없는 관문이었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제대로 부딪쳐보자”라는 오기와, 김정욱 교수님의 수업이 단순히 문제 풀이 스킬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공학적 원리를 바닥부터 깊게 파고든다는 정평을 믿고 수강을 결심했습니다. 학점을 잘 받는 요령보다는, 이번 학기만큼은 진짜 내 실력을 쌓아보자는 다짐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수업은 제가 공학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바꿔놓은 대학 생활 최고의 ‘명강의’가 되었습니다.

2. 수업 운영 방식: 결과가 아닌 ‘과정’을 증명하는 시간
김정욱 교수님의 전자장론 수업은 제가 지금까지 들었던 전공 수업들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보통의 공학 수업들이 중요한 공식을 암기시키고 예제 풀이에 집중하는 방식이라면, 김정욱 교수님의 수업은 철저한 유도 중심의 수업이었습니다.
① 교수님께서는 교재를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맥스웰 방정식(Maxwell's Equations)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법칙에서 시작해 우리가 배우는 전송선로(Transmission Line) 이론, 도파관(Wave Guide) 방정식이 어떻게 도출되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증명하셨습니다. “결과만 외우는 건 의미가 없다. 그 식이 나온 과정을 알아야 현장에 나가서 응용할 수 있다”라는 교수님의 철학은 수업 전체를 관통했습니다.
② 이해도를 묻는 시험 스타일 또한 파격적이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다룬 특정 정리나 공식을 처음부터 유도하시오”와 같은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족보를 외우거나 요령을 피워서는 절대 접근할 수 없는, 학생이 개념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했는지를 묻는 진짜 시험이었습니다.
③ 가장 인상 깊었던 운영 방식은 과제였습니다. 정해진 연습문제를 풀어오는 수동적인 과제가 아니라, “강의자료를 바탕으로 본인이 직접 유도 문제를 출제하고 그에 대한 모범 답안을 작성해오기”가 주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문제 내주시면 편할 텐데 왜 직접 만들라고 하실까?’ 싶어 막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출제자가 되어보니 공부의 깊이가 달라졌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전압이 반사되는 원리가 핵심이니 이걸 문제로 내야겠다”, “과도 응답(Transient)에서는 스위치가 닫힌 직후의 상황을 묻는 게 변별력이 있겠다.” 이렇게 출제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니 수업 중 흘려듣던 내용의 핵심을 파악하게 되었고, 내가 낸 문제의 해설을 쓰면서 헷갈리던 개념이 명확히 정리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3. 강의를 듣고 느낀 점: 치열했던 한 학기, 그리고 성장
이 수업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받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저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개척하고, 동기들과 함께 성장하는 법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백지 복습법과 나만의 전공서 만들기 시험이 전부 유도 문제였기에 눈으로만 읽는 공부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백지 복습법’을 활용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빈 A4 용지를 꺼내놓고 그날 배운 수식의 첫 줄부터 마지막 결론까지 안 보고 써 내려가는 연습을 했습니다. 특히 이번 학기 핵심이었던 ‘스미스 차트(Smith Chart)’와 ‘전송선로의 과도현상’을 공부할 때 이 방법이 빛을 발했습니다. 단순히 임피던스 매칭 점을 찍는 요령을 외우는 대신, 복소평면 위에서 반사계수와 임피던스가 어떻게 매핑되는지 수식으로 유도해보며 원리를 익혔습니다. 또한, 전송선로에서 전압 파동이 부하에 부딪혀 반사되는 과정을 시간(t)과 위치(z) 함수로 직접 써보며 파동의 움직임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매주 정리하다 보니 학기 말에는 교수님의 판서를 베낀 노트가 아닌, 제가 이해한 언어로 풀어서 쓴 두툼한 ‘나만의 전공서’가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암기하는 학생에서 유도하는 공학도로 한 학기 동안 김정욱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며 얻은 가장 큰 성과는 학점보다도 ‘공학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입니다. 이전까지 저는 전공 문제를 풀 때 주어진 숫자를 공식에 대입해 답만 맞추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공식의 출처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수업을 통해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공식은 결과를 요약한 것일 뿐, 본질은 그 공식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가정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다른 전공과목을 공부할 때도 무턱대고 외우지 않습니다. “이 식은 어떤 조건에서 성립하지?”, “왜 이런 형태가 나왔지?”를 먼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문제 풀이 기계’에서 현상을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예비 엔지니어’로 한 단계 성장한 기분입니다.
토론이나 화려한 시청각 자료는 없었지만, 묵묵히 펜을 잡고 수식을 써 내려가며 교수님의 이번 <전자장론> 수업. 제 대학 생활 중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찬란했던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전공의 벽 앞에서 망설이는 후배들이 있다면, 요령 피우지 말고 부딪쳐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