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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21학년도_입상_[환경시스템종합설계]_신귀암 교수

  • 최승규
  • 2022-04-03
  • 1464
 제목: 공백이 아닌 하얀색 글자들

 시간이 참 빠르다. 어느새 대학 생활이 절반 이상 지나갔다. 3년간 쉼 없이 달려왔다고 생각했다. 모두 내 손아귀에 쥐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4학년을 목전에 앞둔 학기를 보내고 있으니 모래알같이 내 손 안에서 모두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3년간 학교를 다녔지만 본격적으로 전공을 배우기 시작할 때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2년간 전공 강의를 비대면으로 듣게 되었다. 그래도 착실히 잘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학기가 진행될수록 전공 지식을 내가 잘 습득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심이 들었다. 또한, 환경시스템종합설계를 수강할 수 있게 되면서 과연 졸업과목을 지금 들어도 잘 해낼 수 있을지, 전공 지식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것들을 내가 정확하게 알고 응용할 수 있나 등 할 수 있음에 관해 계속 의문점을 던졌다. 이런 의문점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려줄 사람이 없다보니 자신이 없는 채로 수강을 결정하게 되었고 과목을 수강하기도 전에 너무나도 많은 걱정과 의심을 나에게 휘두르며 상처를 내고 있었다.

 폐기물, 대기, 수질 등 다양한 방면으로 뻗어나가는 환경공학과에 재학 중인만큼 환경시스템종합설계는 각자 원하는 팀원으로 팀을 구성하여 이때까지 습득한 모든 전공 지식을 활용해 최종 결과물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주제를 정하고 중간발표를 준비하면서 생각보다 순탄하게 진행이 되는 것을 보면서 ‘생각보다 잘 하는데? 괜히 겁먹었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자신감을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약간의 자만심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발표 후 “방향을 잘 못 잡은 것 같습니다. 일주일의 시간을 줄테니 주제를 다시 선정해서 말씀해 주세요.” 라는 교수님의 말씀을 듣자마자 내 귓가에 심장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모든 팀들의 중간발표를 들었지만 교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신 조는 딱 한 조, 우리 조였다. ‘괜히 미리 들었다.’ 라는 생각이 파도처럼 나를 삼키기 시작했다. 나의 자만심이 불러낸 결과였다. 겨우 마음을 다잡고 처음으로 다시 돌아갔다. 환경문제에 대해 검색하고 매일 회의를 하며 의견을 나눠 새로운 주제인 ‘친환경 완충 택배봉투’를 생각하여 설계도 제작, 실험 계획 등을 다시 한 번 ppt로 제작하여 교수님께 제출하였다. 교수님의 피드백을 기다리면서 초조한 마음이 드니 절로 이빨이 까득 씹히는 기분이었다. 내 머릿속에서는 자동적으로 불행회로가 돌아가기 시작했고 모든 것이 얼어버리는 듯했다. 다음날 교수님의 메일이 도착했다. ‘좋은 주제인 것 같습니다.’ 봄날의 햇빛으로 눈이 녹아내리듯 얼어있던 마음이 녹는 기분이었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한번 넘어지고 나니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었어요.“ 나는 딱 반대였다. 넘어지고 나니 또 넘어질까 두려워졌고 제대로 제작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삼키기 시작했다. 그 동안 나는 의심을 이용할 힘을 가지지 못했었다. 하지만 팀원들과 우리를 삼키는 두려움과 의심을 이용하여 팀원들과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거듭 거치고 추가적인 실험을 하여 자신을 괴롭히는 것들을 역으로 이용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팀원들과 서로 힘을 실어주며 제작한 결과물에 대해 더 큰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비대면으로 전환된 후에 많은 팀플을 진행했었지만 이번 강의에서 팀플의 진정한 의미 그리고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환경을 기반으로 두고 주제를 선정하였지만 경제성 평가, 상용화 방향 등을 생각하고 계산하면서 지식의 폭이 더 넓어지는 것 또한 이 강의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최종 발표 후 “안전도 중요하다. 보고서에는 소독에 관한 내용도 들어갔으면 좋겠다.” 라는 교수님의 피드백이 돌아왔다. 그 순간 나는 나를 더 이상 할퀴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간과한 부분에 대해서 차분히 생각하였다. 재학 중인 학과의 이름이 떠올랐다. 나는 환경에 너무 치중하여 안전을 간과했던 것이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피드백을 받고 이에 관해서 조사를 진행하고 결과물에 적용하면서 안전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교수님이 발표 직후 바로 피드백과 결과물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시니 깨달음과 내가 잘 하고 있었구나라는 확신을 모두 주었던 강의라고 생각한다. 
 
 비교적 걱정 없이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졸업이 가까워질수록 걱정이 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순리라고 생각한다. 나의 전공을 잘 살릴 수 있을까, 내 스펙은 괜찮은 것인가, 잘 배워가고 있는 것이 맞나 라는 생각들이 끝없이 나를 좀먹고 있었다. 남들과 비교하면서 나의 자존감을 낮췄고 코로나로 인해 교수님들, 선배들과 유대감을 쌓는 것도 어렵다고 느껴졌으며 이 전에 여러 강의를 수강했음에도 전공에 관해 제대로 배워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와 같은 기분을 느끼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강의를 수강한 뒤, 꼬였던 실타래가 풀린 느낌이었다. 3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배움이라는 것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나의 전공을 살려 사회에 진출할 수 있을지가 나의 주된 걱정이었다면 이 강의를 통해 해소시킬 수 있었으며 더불어 나만의 해결 비법도 얻은 기분이었다. 전공에 관해서는 배울수록 워드에 계속 스페이스 바만 치는 느낌이었는데 실은 글씨체가 하얀색이어서 바로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 쌓여나갔다는 사실이 3년간 나의 배움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수강 전 나의 모습은 공책이 공백이 아닐까 너무나 두려워했지만 바탕을 검정으로 바꾸니 빼곡하게 차 있는 글자들을 볼 수 있었다. 그 동안 나의 배움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인 강의이며 환경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들을 다른 팀들의 발표와 교수님의 피드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강의다.
 모든 과목이 나의 노력을 기반으로 학점이 결정되지만 이 과목은 유달리 느낌이 다르게 다가왔다. 중간에 넘어졌음에도 다시 일어났기 때문일까 혹은 처음부터 끝까지 도움 없이 모든 것을 해냈다는 성취감 때문일까 한 번 더 이런 수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강의였다. 나에 대한 의심을 다른 사람의 위로로 해소되는 것이 아닌 내 자신이 해답을 찾아가고 믿음을 더 견고히 쌓아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으며 다르게 보는 시선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나에 대한 확신을 찾을 수 있게 해준 길잡이 같은 강의였다. 
 내가 내 자신을 믿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왜 ‘내 자신을 알라’ 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이번 강의를 통해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을 더 키울 수 있었던 만큼 남은 1년은 이번 강의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통해 학과 생활을 잘 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