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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18대 국회의원 초심 잃지 않기를

NEW 18대 국회의원 초심 잃지 않기를

  • 홍보팀
  • 2008-07-22
  • 31822

지난 11일 국회 개원식이 있었다. 비록 42일 만에 개원된 지각 국회이기는 하지만 개원식 자체는 선진국 국회 개원식에 비해 손색없이 진행되었다. 개원식 중계방송을 통해 모처럼 들어보는 애국가 4절,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의원 선서, 국회의장 개원사,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등을 보면서 새삼 환갑을 맞이한 국회를 회상하게 하였다.

 

특히 김형오 국회의장의 선창에 따라 진행된 의원 선서 말미에 의원 개개인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하며, 국가 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약속했다. TV 화면에 비친 의원들의 선서 표정, 특히 초선 의원의 표정은 참으로 진지했다.

 

올해는 국회가 개원된 지 60년이 되는 환갑의 해이다. 공자는 60세를 이순(耳順)이라 하면서 생각하는 것이 원만하여 어떤 일을 들으면 곧 이해하는 나이라고 하였다. 동시에 환갑은 시초(始初)가 돌아온다는 뜻으로 자기가 난 간지(干支)의 해가 돌아오는 것을 의미하고 있어 새삼 환갑 국회가 갖는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있다.

 

그러나 환갑을 맞은 국회를 보는 백성들의 마음은 씁쓸하다. 국회 의사당 본관 벽면에는 환갑을 맞이하는 국회를 축하하는 화려한 문구와 더불어 고유가에도 야간에는 휘황찬란한 조명이 비치며 각종 세미나, 국제학술회의 등 축하 행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과연 국회가 이렇게 축하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지난 40여일 동안 국회는 정국이 요동을 치는 상황에서도 국민의 대변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오히려 촛불시위 정국에서 갈등 해결의 주체라기보다는 국민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는 신세가 되었다. 의정 60년 사상 새로 임기가 시작된 개원을 위한 임시회에서 국회를 대표하는 의장단조차 선출하지 못한 것은 처음 있는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 의장은 선출되었지만 부의장은 아직도 선출하지 못하였다. 더구나 국회 운영의 핵심인 상임위원회는 여야 간의 당리당략으로 위원장 선출은 고사하고 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국회상이다.

 

김 의장은 흑백정치 시대를 마감하고 컬러정치 시대를 열고, 18대 국회를 품격 정치의 원년으로 삼아 선진 국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또한 개원사에서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정책 국회', 국민과 항상 눈높이를 맞추는 '소통 국회',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운영하는 '상생 국회'를 실현하는 데 모든 힘을 쏟을 것이라고 하였는데 과연 18대 국회가 이런 선진 국회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환갑을 맞이한 국회가 선진 의회상을 정립하려면 무엇보다도 국회 개원식 때 의원 선서를 하면서 의원 개개인이 다짐했던 초심을 4년 내내 간직하고 의정활동을 하는 것이다. 개인에게도 초심은 성공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마음이지만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에게 더욱 중요한 말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일을 성취하기 위해서 세 가지 마음, 첫째 초심, 둘째 열심, 셋째 뒷심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마음이 초심이다. 즉 초심 속에 열심과 뒷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국회 개원을 맞아 모든 국회의원에게 꽃 선물을 보내면서 화병에 '초심으로 좋은 결실을'이라는 문구를 적었다고 한다.

 

국회 개원식이 열리기 직전 국회 제2회의장에서 대한민국 어린이 국회가 열려 200명의 어린이 국회의원들이 토론하는 진지한 장면이 소개되었다. 참석한 한 어린이 국회의원은 어른 국회의원들이 더 이상 싸움하지 않는 국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환갑을 맞은 어른 국회가 개원식 때 가졌던 초심을 유지해 당리당략에 의한 싸움만 하는 국회가 되지 않기 바란다.

- 세계일보 2008.07.15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