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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센터 소식

[국가인권위원회] 딥페이크 성착취, 또 다른 n번방

  • 이은지
  • 2024-11-15
  • 217


2024년, 인권의 풍경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인권의 위기를 말하면서 새로운 기대를 품는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들의 뒤섞임 속에서도,
인권은 엄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편집자 주)

 

인공지능의 인권 침해를 방지하는 인권 규범

 

IT기술의 발전에 따라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채팅앱, SNS, 메신저 등 채팅 기능이 있는 플랫폼들이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 범죄의 창구로 악용되었다. 이러한 플랫폼은 2020년 26만 명이 가담한 텔레그램 ‘성착취방’에서 시작해, 2024년 22만 명이 가담한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에 이르기까지 브레이크 없이 몸집을 불려왔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은 동의 없이 피해자 얼굴 이미지에 불법촬영물 등 타인의 피해영상물을 합성하고, 구체적 개인정보(이름, 나이, 학교, 연락처, 주소, SNS계정)와 결합시켜 피해자를 품평하고 모욕하는 내용이 포함된 성착취물을 제작, 의뢰하고 유포하는 성범죄이다.

 

딥페이크 성착취, 또 다른 n번방

 

딥페이크 성범죄는 단지 피해자의 얼굴에 누군가의 몸을 합성한 허위 영상물일 뿐일까. 온라인의 확산성으로 단 1건의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제작되었을지라도 어느 수준까지 시청, 소지, 판매, 공유, 재유포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개인정보가 함께 유포되었기 때문에 피해자의 연락처 등 신상정보가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퍼질 수 있다. DM으로 성희롱, 비동의 신체사진 전송, 성매수 제안, 신체 사진 판매 요구, 주거지 찾아가기 등 오프라인 범죄로도 이어져 일상을 위협받는다. 이러한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단체방에 ‘목적’없이 우연히 입장할 확률은 희박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전달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검거된 딥페이크 피의자 387명 중 378명(97.6%)이 남성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여성은 9명으로 전체 피의자의 2.3%였다. 피의자는 10대가 324명(83.7%)으로 가장 많았고, 20대(50명, 12.9%), 30대(9명, 1.3%) 순이었다. 40대와 50대 이상은 각각 2명이었다. 붙잡힌 피의자 중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14세 미만 ‘촉법소년’도 66명에 달했다고 한다.1)

 

 

2018년 8월,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보호 법제화 방안 모색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2018년 8월,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보호 법제화 방안 모색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2024년 4월, 텔레그램 내 광고 수익화 기능이 신설된 후 1,000명 이상 채널 운영자에게 광고 수익의 50%를 배분하여 아동청소년들의 딥페이크 성범죄 가담율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있다. 운영자는 성착취를 목적으로 해당 채널을 운영하며 광고 수익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에게 입장에 대한 대가를 받는 한편, 성착취물 제작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다. 과연 이렇게 계획된 상업적 성착취를 놀이 혹은 장난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이 단체방 참여자들은 이런 행동을 성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경각심 없이 피해자를 암캐 등의 ‘멸칭’으로 비인격화한다. 실제 외모보다 좋게 해줬다고 강변하거나 피해에 대한 불안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심지어 피해자의 외모를 품평하며 조롱한다. 당사자가 모르는 온라인 공간에서 당사자가 함께 즐기지 못하는 장난과 놀이는 있을 수 없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5년 후 가해자들의 연령은 낮아졌고, 이들의 수익창출은 ‘조주빈 사건’ 등 텔레그램 성착취 사례와 유사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2024년 8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앞에서 열린 서울여성회와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의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여성 시민·대학생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4.08.29.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2024년 8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앞에서 열린 서울여성회와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의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여성 시민·대학생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4.08.29. scchoo@newsis.com

 

제대로 된 대책이 없는 사이, “너를 딥페이크 할거야” 라는 협박이 또 다른 범죄를 양산하고 있다. 영상 통화를 통해 확인한 얼굴을 가지고 이들은 아동청소년의 SNS 계정에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하여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고, 신체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주면 제작하지 않겠다며 피해자를 유인한다. 이는 딥페이크 성착취가 충분히 일상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딥페이크 협박을 보복의 방식으로 활용한 사례는 미디어에 넘친다.2)

 


십대여성인권센터가 발간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 예방 가이드북
십대여성인권센터가 발간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 예방 가이드북

딥페이크 성범죄 발생 이후, 정부의 대응은 어떠했는가. 여성가족부 장관은 8개월째 공석이고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대응 TF도 사실상 해체되었다. 정부가 내놓은 대응책이라고는 고작 SNS에 얼굴을 게시하지 않도록 권유하는 수준이다. 피해 확인 시 피해 영상물 삭제지원 기관에 연락하라는 안내는 있다. 요컨대 정부의 예방책은 온라인상 사적 공간에 이용자의 사진을 올리지 말라며 이용자를 통제하는 방식이었다. 피해자 보호의 관점에서 보자면, 정부는 타인의 온라인 사적 공간을 침범하여 개인정보(사진 포함)를 사용하는 것이 명백한 범죄 행위임을 고지했어야 한다. 또한, 온라인 상의 삭제 중심으로 방향을 한정·축소하지 않고 가해자에 대한 신고 등 적극적 대응책을 함께 제시했어야 한다.


 

딥페이크 성착취, 또 다른 n번방무려 22만명이 “범죄 현장”에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성착취물 제작, 다양한 방식의 성착취물 소비, “수익” 발생 등을 학습했다. 반면 피해자는 타인과 사회, 국가를 신뢰하지 못하고 무기력을 실감했다. 더 늦기 전에 미래 세대인 아동청소년에게 어떤 루트로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지 결단해야 할 것이다. 성착취가 가능하도록 방조한 온라인 플랫폼 운영 기업의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 이용자가 유해한 게시물과 잘못된 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되지 않도록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누군가의 인격을 공격하고 훼손하는 경우 강력하게 제재할 수 있도록 법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모든 성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모욕과 고통을 주고 굴복시키며 가해자 자신이 우위에 있음을 확인하는 폭력이다. 가해 집단은 이러한 폭력이 성착취임을 학습하며 결속력을 공고히 하고 이를 ‘가능한 일’로 내재화한다. 정부는 더 이상 (디지털) 성범죄를 가해자 개개인의 범죄 행위로 축소하거나 젠더 갈등 이슈로 치부하지 말고 사회구조적 성차별 문제로 진단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각 부처별 전담부서 설치·운영 및 일원화 등 신속한 대응을 통해 성착취 범죄를 엄단하여야 한다. 타인을 존중할 수 있는 성평등 교육은 그 첫걸음이다.

 

2024년 9월 26일, 성적 허위 영상물을 소지, 구입, 저장, 시청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딥페이크 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일단 환영한다. 수십년간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국민적 공분을 사야만 대책을 강구하는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었지만 아직도 기회는 있다. 우리 모두의 일상이 안전하고 불안하지 않도록 이번 기회를 또 다시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2018년 진행된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오늘’ 전
2018년 진행된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오늘’ 전

 

 

십대여성인권센터 슬로건
십대여성인권센터 슬로건

 


십대여성인권센터 로고십대여성인권센터 홈페이지 www.teen-up.com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십대, 여성, 사이버 성착취 예방과 피해 지원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로서 서울시와 여성가족부로터 아동청소년 성매매 피해 상담소와 서울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통합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1) 여성신문 24. 10. 9. [단독]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 98% 남성... 경찰, 성별 구분 통계 첫 공개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10/0000119543?sid=102
2) 파이낸셜뉴스 24. 9. 23. “왜 안 만나줘” 고백 거절하자 딥페이크로 협박한 20대 男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4/0005243781

 

글 | 권주리(십대여성인권센터 사무총장)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www.humanrights.go.kr/webzine/webzineListAndDetail?issueNo=7610677&boardNo=76106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