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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25.03.17] 설명 없는 미국, 설득하러 가는 한국…트럼프 ‘거래 카드’ 삼나

  • 서대옥
  • 2025-03-28
  • 42

미국 에너지부가 지난 1월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민감국가·SCL)에 포함하기로 했으나 한국 정부는 아직 정확한 배경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민감국가 효력이 발생하기 전 이를 저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민감국가 문제를 한국에 대한 전략적 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정부는 17일 현재까지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이유와 관련해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다. 지난 1월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키로 했고 이는 다음달 15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정부는 사전 통보받지 못했고 이달 초쯤 비공식 경로를 통해 해당 정보를 파악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이번주 내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만나 협의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정확한 원인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민감국가 분류 추진은 지난 1월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진행됐다. 국내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비등하는 상황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맞물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등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함께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한 조치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도 민감국가 분류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비확산 체제를 흔들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는 통화에서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기본적으로 핵무기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있다”며 “한국 상황도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민감국가 분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종의 카드로 삼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미중정책연구소장)는 “한국에 민감한 주제가 됐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거래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며 “(민감국가 분류 철회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민감국가 지정 문제를 향후 대북 협상과 연계해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이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명확히 반대한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북한에 비핵화나 핵군축 등을 설득할 카드로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이 향후 북한과의 대화에서 북한을 설득할 명분, 즉 협상 전략으로 민감국가 카드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