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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23.11.26] 왕이, 기자회견도 안 하고 떠나... 중국 몽니에 한중일 정상회의 연내 불투명

  • 김흥규
  • 2023-12-08
  • 60

한중일 외교장관은 26일 부산에서 만나 2019년 이후 중단된 3국 정상회의 조기 개최를 위해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중국이 대화에 응하면서도 핵심 사안에는 협조하지 않는 '밀당'을 반복해 연내 개최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이번 3국 정상회의 주최는 한국 차례다.

박진 외교장관과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부산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상호 편리하고 가장 빠른 시기에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박 장관은 회담 후 "3국 정상회의 개최가 머지않은 시점에 가시화할 수 있도록 필요한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정상회의 연내 개최는 어려워졌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도 회담 개최 직전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연내에 열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연내 개최가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불발된데는 중국의 소극적인 태도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이날 기자회견은 왕 부장의 일정 등을 이유로 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발표문도 없었다. 최근 북한의 도발에 맞서 한미일이 한목소리로 규탄하는 상황과 맞물려 중국의 불편한 속내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왕 부장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가미카와 장관과 달리 3국 정상회담 조기 개최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한중일 3국은 협력을 통해 지역과 세계 평화를 위한 길을 향해 나아갔다"며 원론적 중요성을 거론하는 데 그쳤다. 한일 양국과 관계개선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외교적 의미가 있는 합의를 연출하는 것에는 거리를 둔 셈이다.

중국 외교부는 정상회담에 맞춰 공개한 보도자료에서 왕 부장이 박 장관, 가미카와 장관에게 "경제문제를 정치화하고 과학 기술 문제를 도구화하며 무역 이슈를 광범위하게 안보화하는 경향에 공동으로 저항할 것"을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협력 강화를 의식한 발언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윤석열 정부가 한미일 정상합의에 이어 한영 정상합의에서 중국의 핵심이익이라고 할 수 있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한 만큼, 중국은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3국 관계가 갈등으로 가지 않는 선에서 현상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시진핑 주석의 내년 방한 가능성도 낮게 봤다. 이날 박 장관은 왕 부장과의 양자회담에서 시 주석 방한을 요청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시 주석 방한 문제와 관련해 양측이 고위급 교류에 대한 공감대가 있고 계속 소통을 해나가고 있다"며 "구체적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번 회담에서도 고위급 교류 소통의 중요성에 대한 의견교환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3국 외교장관들은 향후 정상회의를 개최할 경우 6대 협력 분야인 △인적 교류 △과학기술 협력 및 디지털 전환 △지속가능 개발과 기후변화 △보건 및 고령화 문제 △경제·통상 협력 △평화·안보 등의 틀을 잡기로 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정체된 정부 간 협의체의 적극 가동 및 3국 협력 제도화 △3국 국민이 체감 가능한 실질적 협력안 발굴 △3국 협력이 역내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도록 저변 확대라는 기본 방향성을 토대로 협력사업을 심화하자고 제안했다.

북한 문제를 포함한 지역정세도 논의했다. 박 장관은 "최근 북한의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포함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과 핵 개발이 역내 평화와 안정에 대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바탕으로 비핵과 평화 번영의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일본,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나갈 것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