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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23.02.24] 中 "제재·핵전쟁 반대"…미·러 동시 때린 '우크라 평화안' 속내

  • 김흥규
  • 2023-03-11
  • 130

중국이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맞아 일방적인 제재와 핵전쟁을 반대한다는 등 모두 12개 항목의 중국식 평화방안을 발표했다. 러시아의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한 유엔총회 결의안 표결에 기권한 중국이 자체 평화안을 통해 미국과 러시아 양측의 세력 약화를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 입장(이하 입장)’이란 제목의 이른바 중국식 평화안은 우선 각국의 주권 존중을 앞세웠다. 제1항에서 “각국의 주권, 독립과 영토 보존은 모두 절실하게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침공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은 대신 휴전을 강조했다. 입장은 “충돌과 전쟁은 승자가 없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조기에 직접 대화를 재개하고 정세를 점진적으로 완화해 전면적인 휴전에 도달하는 것을 지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핵전쟁과 일방적 제제를 반대하며 기계적 균형을 맞추는 데 주력했다. 핵발전소 안전 보장 조항을 넣고 “핵 발전소 등 평화 핵 시설에 대한 무장 공격에 반대한다”며 “인위적인 핵사고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무기는 사용해서도, 핵전쟁은 일으켜서도 안 된다”며 “핵확산을 방지하고, 핵위기의 출현을 피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미국과 유럽의 러시아 제재도 반대했다. 입장은 “일방 제재와 극단적 압박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어떠한 일방적 제재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외교 수장인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유럽과 러시아 순방 결산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시종 평화의 편, 대화의 편, 역사의 정확한 쪽에 결연하게 섰다”며 “지난 1년간 중국은 수수방관하지도 불에 기름을 붓지도 않았으며, 불난 틈을 타 도둑질하는 데도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인민일보가 24일 보도했다.

중국의 ‘평화안’은 중국의 전략적 산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러시아와 미국·유럽을 모두 전략적 패배자로 만드는 ‘양패구상(兩敗俱傷)’을 담았다는 해석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중앙일보에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찍 마무리돼 화살이 중국을 향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며 “중국의 이른바 평화안은 모든 당사자의 이해를 담은 중재안 같아 보이지만 실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파도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면서 미국과 러시아 양쪽에 중국의 영향력을 최대화하려는 노림수가 보인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이른바 ‘중국평화안’에 시큰둥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러시아는 중국 방안이 러시아와 합의된 사안이 아니라고 밝혔다. 지난 22일 왕이 위원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의 모스크바 회담 직후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위기의 근원에 대한 관점과 정치적 해결 경로를 러시아에 설명했다”면서 “하지만 어떤 단일한 계획을 이야기하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다. 익명의 우크라이나 관계자는 AFP에 “중국이 이른바 ‘우크라이나 평화안’을 준비하면서 우리와 협상하거나 의견을 묻지 않았다”고 했다. 드미트리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도 22일 유엔 총회에서 중국판 평화계획의 일부 내용을 알지만, 전체 문건을 보기 전에는 의견을 밝힐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