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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22.08.25] “대세 파악하고 방해 배제”… 시진핑, 한국에 가시섞인 발언

  • 김흥규
  • 20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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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4일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대세를 파악하고(把握大勢), 방해를 배제(排除干擾)한다”고 강조함에 따라 향후 양국 관계의 미래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로 덕담이나 외교적 수사를 동원하는 수교 기념 리셉션에서 가시가 있는 표현이 포함되면서 한·중 관계에 대한 시 주석의 불편한 인식이 드러났다.

 

특히 시 주석이 직접 언급한 ‘방해(干擾)’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발언에 앞서 “중·한 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동주공제(同舟共濟: 한배를 타고 나아감), 단합·협력을 해야 위기를 극복하고 난관을 뚫고 나갈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방해 배제가 전제인 셈이다.

아주대 김흥규 미·중정책연구소장은 25일 방해의 의미가 미국인지, 한·중 관계의 전반적 현안인지에 대해 “시 주석에게 물어봐야 (정확한 뜻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그러면서 “한국에 ‘좋은 얘기만 하겠다’는 시대는 지났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기존에는 한·중 간 경제적 분업, 상호 보완적인 경제관계였는데 그런 시기가 다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시 주석이 밝힌 ‘방해를 배제한다’는 발언은 심화하는 미·중 전략경쟁 속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같은 갈등요인을 만들지 말고, 나아가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중국 견제 행보에 동참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한국이 미국에 끌려다니지 않는 자주성 있는 외교정책을 펴서 대세인 중국과 함께 협력하자는 의미다. 중국은 한국이 국익을 위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하고 한국의 외교정책이 미국에 속박돼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주(駐)러시아 대사를 지낸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은 “시 주석의 방해란 용어는 왕이 부장이 박진 외교부 장관과 회담에서 밝힌 ‘5개 응당(應當: 마땅히)’의 연장선”이라며 “시 주석은 한마디로 ‘방해’라는 말로 뭉뚱그려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왕이 부장은 지난 9일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국 측에 △독립자주 △선린우호 △개방공영 △평등존중 △다자주의 5가지를 향후 양국 관계에서 ‘응당 견지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위 총장은 “중국은 한국의 새 정부가 미국 쪽으로 편중된 정책을 취해 한·중 관계가 위기를 맞았다고 보고 윤석열정부에 경계심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30주년 축하 자리에 쓰기엔 이상한 말로 중국이 향후 한·중 관계에 대해 엄중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의 축하 메시지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소개하는 등 관영 매체들이 한·중 수교 30주년 관련 소식을 일제히 주요 기사로 다루며 양국 관계의 발전을 강조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한·중 간 정치적 불신이 생긴다면 그 원인은 양국이 아닌 미국일 것”이라며 “사드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고 중국의 주요 우려 대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