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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2022.06.09]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질서에 미칠 영향은

  • 김흥규
  • 2022-07-04
  • 230

가을께 '에너지 대란' 우려

美·유럽 공조 균열 가능성

獨 안보 역량 강화 따른

국제질서 영향도 주목해야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 양상을 띠는 가운데 향후 국제질서 변화에 대한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주권국가에 대한 불법 침공 여파로 민주국가들의 결속력이 연일 강화되고, 중국·러시아의 '느슨한 연대'가 상대적으로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지만 오는 가을께부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8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국의 국가전략'을 주제로 진행한 웨비나에서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되면 서유럽 국가들이 어마어마한 고통에 시달릴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유럽국가들이 에너지 위기 속에서도 미국과의 연대 강화만을 고집할지는 의문이라며 "위기 상태에서의 내구성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9월부터 아마도 에너지 대란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며 "유럽연합(EU)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제재안을 통해 연말까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90%까지 낮추겠다고 했다. 하지만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구체적 로드맵이 없는 상황이다.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을 결정짓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 정·재계 인사들의 발언을 인용해 크렘린궁이 에너지 위기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취약성을 근거로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실제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EU 시민들이 러시아보다 제재의 영향을 더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위기와 별개로 미국 국내정치 이슈도 예의주시해야 할 핵심 변수로 평가된다. 가깝게는 오는 11월 중간선거, 멀게는 2년 뒤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 대외노선이 변침할 수 있고, 이는 향후 국제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소장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이길 가능성이 크고 차기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며 "공화당이 추구하는 대립적 국제관계, 보호주의적 경제정책을 미국이 펼 때 미국 리더십은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로 회귀해 자국 이익 챙기기에 몰두할 경우 '민주국가 연대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美, 군비확장 獨에 나토 맡기고
中 견제에 역량 집중하나
"유럽 자율성이 '탈미국' 될 수도"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 '부담'을 덜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러시아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독일 등 유럽국가들이 안보 역량을 강화하기로 한 만큼, 미국이 중국 견제에 보다 집중할 수 있을 거란 관측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있다"면서도 "미국이 대서양과 중동에서 발을 빼고 중국 견제로 움직이려 하는데 (우크라이나 문제로) 잘못하면 다시 발목 잡힐 수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독일이 중심적 역량을 갖출 경우 유럽 문제를 (독일에) 넘기고 미국이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힘을 다시금 모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독일에 맡기고 미국은 중국에 더 집중할 개연성이 없는가에 대해 중국 측에서도 우려를 보인다"면서도 "독일의 군비확장은 단순히 나토 확장이나 러시아에 대한 독일의 힘이 아니라 탈미국을 넘어선 유럽 자체의 자율성, 심지어 독일의 자율성까지도 얘기할 수 있는 대단히 의미심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변수가 훨씬 복잡해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미국이 통제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역사적으로 독일의 안보 역량 강화가 '독자노선'으로 귀결된 만큼, 향배를 예단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