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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22.03.17] [특파원 리포트] ‘3不 이행’ 경고장 날린 中

  • 김흥규
  • 2022-03-19
  • 260

“진짜 공약대로 한대요? 그러면 중국이 한국에 대해 무역 보복을 할 수 있어요. 사드 이상으로.”

중국 전직 언론인 A는 윤석열 후보의 당선 후 자국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또 다른 중국인 지인은 기자에게 “윤 당선인이 친미(親美) 반여권(反女權)주의자라던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베이징에선 박근혜·문재인 대통령 당선 때 같은 달달한 기대감을 찾기 어렵다.

중국 관영 매체는 경고부터 날리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윤 당선인에게 ‘사드 3불(不)’을 계승하라고 주문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방중을 두 달 앞두고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 방어망(MD), 한·미·일 군사동맹을 안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게 이른바 ‘3불’이다. 3불 협상 당사자인 남관표 전 주일대사 등 문 정부 인사들은 3불이 정부 입장을 설명한 것이지 ‘약속’은 아니라고 강조했었다. 그런데도 환구시보는 “3불은 한·중 상호 존중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안보 환경에 따라 정부의 입장은 달라질 수 있고, 달라져야 한다. 한국 안보 상황은 2017년보다 더 악화됐다. 북한은 추가 핵실험만 하지 않았을 뿐 방어가 어려운 초음속 미사일, 다(多)탄두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 정부가 실제 사드를 추가 배치할지는 결국 북한의 도발 여부에 달렸다.

한국의 안보 위험에 대해 무감각한 모습을 보여온 중국의 책임도 크다. 올 들어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수차례 발사하는 동안 중국은 북한을 비판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의 안보 위험을 강조하고 제재 해제를 주장했다. 북한은 이제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발사할 태세다.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를 최종 결정하게 된 계기는 2016년 1월 북한 4차 핵실험 직후 박 대통령의 전화를 시진핑 국가주석이 피했기 때문이었다. 한국 젊은 층에서 반중(反中) 감정이 커지는 근원은 북한의 도발을 감싸는 중국의 태도 때문이라는 해석에 동의한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 정책연구소 소장은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향후 5년 한국 외교의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이 공약한 사드 추가 배치나 쿼드 가입 검토는 메가톤급 이슈들이고, 면밀히 검토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중국에 우리의 원칙을 분명하고 일관되게 전달해야 한다.

윤 당선인의 측근인 권영세 의원은 사드 배치 직전 주중 대사를 지낸 지중(知中)파다. 권 의원은 2020년 한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가 불가피했다면서도 한·중 간 협의는 아쉽다고 회고했다. “중국이 북한 핵·미사일에 대해 압박해 준다면 (한국이) 미국과 이야기해서 사드 배치를 연기시킬 수 있다는 내용으로 협의를 했어야 했다.” 같은 사안도 외교적으로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야당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중국은 한국 여론이 갈라진 틈새를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다. 사드 사태의 아픈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