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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2022.03.10] 윤석열, 文외교축 전환하나…韓·日관계 개선 등 과제 산적

  • 김흥규
  • 202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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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5월 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윤석열 당선인 앞엔 외교과제가 산적해있다.

당선인 결정 직후 군사 정찰위성을 다량 배치하겠다고 선언한 북한이 정찰위성을 명분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할 수 있단 우려가 커졌다. 양국 간 입장차만 굳어진 한일관계, 미국·중국의 패권경쟁으로 뚜렷해지고 있는 신냉전 양상,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변수 등도 있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대통령과 다른 방향으로 이런 난관을 헤쳐나가겠다고 밝혀왔다. 문 정부의 역점 과제였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동력은 사라지고, 미중 사이에서 유지해온 '전략적 모호성'은 한미일 협력 강화를 통한 중국 압박으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라토리엄 파기 선언 北…尹 "불합리한 행동, 단호 대처"

'대북 선제타격론'을 거론한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전면 수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10일 국회에서 당선인사를 통해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되 남북 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올해 단거리·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등 각종 미사일을 9차례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높여갔다.

예고한 대로 북한이 한미가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ICBM 발사를 시도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이미 1월 북한은 2018년 선언한 핵실험·ICBM 발사 모라토리엄(유예)을 철회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대선 사전투표일인 5일 북한은 정찰위성 개발 시험을 내세워 MRBM을 쐈다. 정찰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릴 장거리 로켓과 ICBM 기술은 사실상 동일하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찰위성을 빌미로 한 고강도 도발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월15일) 110주년 전후로 이뤄질 가능성을 주시한다.

핵실험으로 긴장수위가 최고조에 달할지도 주목된다. 당장 최근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재건하는 징후가 포착됐단 분석이 나왔다. 풍계리는 북한이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선제 조치 일환으로 일부 갱도를 폭파한 곳으로, 11년간 6차례의 핵실험이 시행된 북한 핵실험의 총본산이다.

 

◆北, 南 차기 정부 상관없이 '국방력 강화 계획' 추진할 듯


정권 초기 북측 도발→남측 강경 대응→북측 추가 도발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나타날 것이란 시각이 있다.

북한의 무력시위가 현실화하면 차기 정부는 '도발' 규탄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는 지난해 9월1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이 표현을 썼다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반발한 이후 사용을 자제해왔다.

북한이 남측의 도발 규정을 '이중기준'으로 문제 삼아왔단 점에서, 차기 정부가 무력시위를 도발이라고 공언하면 남북 간 말폭탄이 오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단 일각에선 한국의 새 대통령이 큰 변수는 아니라고 본다.

북한은 지난해 1월 ▲고체연료 ICBM ▲극초음속 미사일 ▲핵추진 잠수함 및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군사정찰 위성 및 무인정찰기 ▲다탄두개별유도기술 등을 5대 핵심 전략무기로 제시하고 개발을 추진해왔다.

북한은 이미 한국에서 어떤 정권이 집권하든 설정해둔 목표를 밀고 나가겠단 의지를 피력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측 정권이) 진보가 됐든 보수가 됐든 북한의 큰 그림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략적 모호성 어려워진 시기…"새정부, 결론 내려야"


미국과 중국이 제로섬(한쪽의 이득은 다른 쪽의 손실)식 경쟁을 불사하는 가운데, 보다 확고한 원칙이 필요하단 주문도 나온다.

더이상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위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우려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이 핵심 동맹국과 파트너를 중심으로 민주주의 진영을 규합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은 결정을 뒤로 미룬 측면이 있다"며 "전략적 모호성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지만 이젠 그럴 수 있는 상황과 구조가 아니다. 새 정부는 원칙을 갖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일단 한미동맹 강화를 외교정책 기조로 내걸었다. 오는 5월말로 예상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한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반적인 한미관계 밑그림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밀착을 과시하는 과정에서 윤 당선인이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윤 당선인은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해 중국을 놀라게 한 바 있다. 당선인 공약집은 미국이 결성한 대중 견제용 안보협의체인 '쿼드' 에 대해 기능적 협력을 해나가면서 추후 정식 가입을 모색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반중 정서를 타고 중국에 강한 발언을 내놓을 수록 인기가 높아졌던 선거기간과 집권 후 외교정책은 다른 문제다. 요소수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이 한 품목에만 수출통제를 가해도 한국에선 수급 대란이 일어난다.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중국의 협조도 필수적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현재 국제정치는 과거 냉전과 달리 복잡미묘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안보란 개념에 경제, 과학기술이 결합됐다"고 말했다.

또 대중 강경 일변도 정책은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가 직면한 국제정치 상황을 더 심각하고 섬세하게, 그리고 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악재에 악재만 쌓인 한일관계…日, 일단 '기대' 분위기

한일관계는 악재만 겹친 형국이다. 일제강점기 위안부, 강제노역 피해를 포함한 과거사 문제에 수출규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등 현안도 있다.

일본은 과거사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위안부 합의로 해결됐으며, 한국 법원의 위안부 및 강제동원 노동자 피해배상 판결이 문제를 키웠다고 주장해왔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한일관계가 단기간에 개선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지만 일단 일본은 윤 당선인이 문 대통령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보다 일본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윤 당선인은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질 때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도 한층 촉진될 것"이라며 한일 양국 셔틀외교 채널을 조속히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일 셔틀외교는 양국 정상이 상대국을 정기적으로 오가며 소통을 확대한단 의미다.

한일 양국 정상의 대면 회담은 2019년 12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당시 총리의 회담이 마지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