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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2022.02.06]베이징올림픽 ‘한복 논란’에 정부 항의 안해…“중국 문화공정이 일 키워”

  • 김흥규
  • 2022-02-18
  • 298

외교부 “한복은 우리 문화, 재론 여지 없다”
우호정서 위해 항의는 자제…‘저자세’ 논란
대선 앞둔 영향도 한몫…“차기 정부 부담”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불거진 ‘한복 논란’에 대해 외교부는 6일 “중국 측에 고유한 문화에 대한 존중과 문화적 다양성에 기초한 이해 증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중 국민 간 상호 이해와 우호 정서 증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며 공식 항의는 하지 않기로 해 ‘저자세’라는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이런 입장을 전하며 “한복이 전 세계의 인정을 받는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 중 하나라는 점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한 항의 여부와 관련해선 “우리의 기본 입장을 바탕으로 당당하고 건설적으로 지속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만 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그럴(항의할) 필요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양국에 오해 소지가 있는 부분은 중국 체육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국내 여론을 언급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내 56개 민족 대표 가운데 한 명으로 출연하자 국내에선 ‘중국이 우리 문화를 침탈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외교가에선 사실 관계만 따져봤을 때 이번 논란에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내 소수민족 중 하나로 조선족의 복식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이고, 미국 등 다른 나라의 행사에 한복이 등장한다고 해서 이를 ‘문화 침탈’로 규정하지는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중국의 지속적인 문화공정이 국내 반중 감정을 키운 게 이번 일의 단초가 됐다는 지적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전문가는 “이번 일이 단발성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간 쌓여온 게 있다 보니 일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북공정으로 역사 왜곡을 꾀하던 중국은 최근 문화 영역으로 왜곡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한복이 ‘한푸(漢服)’에서 기원했다거나 김치의 원조가 ‘파오차이(泡菜)’라고 주장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대선 국면이라는 점이 이번 논란을 키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대선 주자들이 반중 감정으로 여론을 결집시키려 (논란을) 부추긴 면이 없지 않다”며 “국내 정치적 상황에 의한 이런 과민 현상은 차기 정부의 대외정책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중국 정부를 향해 “문화공정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를 향해 “친중 굴종 외교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논란을 지나치게 확대할 필요는 없지만, 중국의 문화공정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소장은 “지금의 논란은 자칫 우리가 갖고 있는 자기정체성에 대한 자신감 부족을 공격적으로 표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면서도 “중국의 과도한 행위에는 단호히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