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언론

언론보도

[경향신문 2021.08.11] 더 가까워지는 중·러, 고비사막에서 사흘째 합동군사훈련

  • 김흥규
  • 2021-10-02
  • 343

중국 북서부 사막지대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이 사흘째 진행 중이다. 이 훈련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최신 무기와 전술의 시험장이 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쿼드를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중·러 간 군사적 결속이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9일부터 중국 닝샤후이족(寧夏回族)자치구 칭퉁샤(靑銅峽) 전술훈련기지에서 합동군사훈련인 ‘서부연합-2021’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 서부전구와 러시아 동부군 소속 군인 1만여 명이 참가하며 기간은 13일까지다. 중·러 양국은 2005년부터 매년 해상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는 비정기적으로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륙에서 외국 군대를 불러 대규모로 합동훈련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에서 처음 열리는 합동군사훈련이기도 하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칭퉁샤 훈련기지를 러시아군에 공개한 것은 처음”이라며 “양국의 신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러시아 경제신문 코메르상트는 “러시아군이 합동훈련에서 중국군의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베이징 군사전문가 저우천밍(周晨鳴)은 “러시아군의 인민해방군의 연합작전 능력을 향상하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훈련에는 중국의 첨단무기들이 대거 등장했다.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훈련에 사용되는 무기 가운데 81.6%가 신형이다. 중국의 최신 스텔스 전투기인 J-20와 조기 경보기 KJ-500, J-16을 비롯한 정찰·전투 무인기 등이 대표적이다. 헬기 초저공 은닉 돌진, 대규모 낙하산 강하, 장거리 정밀타격, 드론 정밀타격 등의 전술이 훈련 내용에 포함됐다.

대만 해군사관학교 교관 출신 군사 전문가 루리시(呂禮詩)는 “미국과 다른 서방국의 현대 전투 개념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며 “러시아군이 실전 경험이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훈련으로 수십년 간 진행된 중국군의 현대화 작업이 현대전에도 통하는지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SCMP에 전했다. 지난달 러시아는 별도로 아프가니스탄 국경에서 20㎞ 떨어진 타지키스탄의 하르브-마이돈 훈련장에서 타자키스탄, 우즈베키스탄군과 함께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이번 훈련을 두고 중·러 양국의 군사공조가 준동맹수준으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중·러 동반자 관계를 보다 명확히 보여준 훈련”이라고 평했다. 안톤 바르바신 리들러시아 편집이사는 “전통적으로 중·러관계는 러시아의 군사력과 중국의 지갑이 결합하는 식이었으나 이번 훈련으로 양국의 결합은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자유유럽방송(RFE)이 전했다.

반미공조와 함께 아프가니스탄 대응이란 의미도 담긴 훈련으로 평가된다. 앞서 관영 글로벌타임스 보도에서 한 중국 외교전문가는 이번 훈련의 목적과 관련해 “미국이 아프간에서 무책임하게 철수함으로써 이웃 국가에 짐을 남긴 것을 주시하면서 메이저 파워로서 중국과 러시아는 지역의 평화안정을 지키고 테러리스트 유입을 억제하는데 공동의 역할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훈련이 미국과 직접적인 충돌을 염두에 둔 훈련은 아니라는 평가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은 미국이 우방국을 동원해 압박하는 상황을 충분히 견뎌내고 있다고 과시하려 했다”면서 “(군사력 과시의 현장으로) 미국의 우방국들과 직접적 충돌 가능성이 높은 남중국해 대신 중앙아시아를 택해 갈등의 골이 너무 커지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처드 와이츠 허드슨연구소 정치군사분석센터 소장은 “중국은 러시아 변경지대에서 열리는 합동군사훈련에는 불참해 나토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영리하게 피해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