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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21.07.05] 중국, 디디추싱 등 자국 플랫폼 기업 때리기

  • 김흥규
  • 2021-10-01
  • 328

중국, 디디추싱 등 자국 플랫폼 기업 때리기

중국 정부가 자국 플랫폼 독점 기업들을 상대로 연이어 강공책을 꺼내들고 있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을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마켓에서 퇴출시킨 것에 이어 화물차량 플랫폼인 윈만만(運滿滿), 훠처방(貨車幇)과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 BOSS즈핀(直聘) 3개 업체에 대해 추가로 국가안보법 위반 심사에 착수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공판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은 5일 “데이터 유출 위험을 막고 국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원만만, 훠처방, BOSS즈핀을 대상으로 심사를 한다”고 공고했다. 윈만만과 훠처방은 인터넷을 통해 화주가 화물차량을 찾아 운송을 맡기도록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모두 만방(滿幇)그룹이 운영하는 서비스다. 앞서 중국 당국은 지난 2일 디디추싱에 대한 심사에 착수했으며 휴일인 4일 국내 앱 마켓에서 디디추싱 퇴출을 명령했다. 안보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들 4개 서비스들은 신규 회원을 모집할 수 없다.

심사 대상이 된 서비스는 최근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민의 개인정보와 더불어 도로나 산업시설 등 국토와 밀접한 정보를 수집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디디추싱과 원만만, 훠처방은 주유소, 전기차 충전소, 버스 정거장, 도로 교통량 등의 정보를 수집하며 중국 당국은 이를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주요 데이터로 분류한다. 중국 내 차량 공유 서비스의 90%를 차지하는 디디추싱은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 하루 전날인 지난달 30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BOSS즈핀도 지난 5월 나스닥에, 만방그룹은 지난 2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4일 종가 기준으로 BOSS즈핀의 시총은 145억달러(약 16조4000억원), 206억달러(약 23조3000억원)이다.

중국 당국이 국가 안보의 잣대로 이들 기업을 심사하기로 한 데는 미국 상장이 결정적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미국과 신냉전을 벌이는 와중에 수억명에 달하는 중국 고객의 개인 정보와 지리 정보 등 민감한 빅데이터를 가진 대형 인터넷 기업이 경영 현황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미국 증권감독 당국에 제출하고 현지에 상장하는 것을 민감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정부가 디디추싱에 대한 심사를 발표한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공산당 100주년 기념행사 하루 만에 디디추싱 심사 사실을 발표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중국 공산당의 안정적인 통치 기반을 빅테크 기업들이 위협한다고 판단했다”고 분석했다.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당국의 규제가 전반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상황도 배경이 됐다. 데이터 수집 등에 대한 규제를 느슨하게 해 한 동안 인터넷 기반 창업 활성화를 독려했던 중국 정부는 지난해 개인정보보호법안을 발표하며 처음으로 데이터 수집 및 보호에 관한 종합적인 규정을 만들었다. 중국 국무원 반독점위원회는 올 2월 플랫폼 경제 영역의 반독점 지침도 발표했다. 아마존과 지역 소상공인 간의 갈등이 벌어지는 것처럼 중국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CNBC는 “중국 테크 기업들이 (아무런 규제가 없는) 황야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