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1.05.24] 대만·남중국해·쿼드… 한국, 美·中 줄타기서 美쪽으로 한발짝 더
- 김흥규
- 202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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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대만해협(Taiwan Strait)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 중국이 거론 자체를 꺼리는 대만이 명시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청와대는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에도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국 연합체)엔 선을 그으며 동참을 꺼려 왔지만, 이번엔 쿼드도 언급됐다. 외교가에선 그간 미·중 갈등 국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앞세워 이른바 ‘줄타기 외교’를 해오던 문재인 정부가 미국에 다가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공동성명에는 “한미는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며 “남중국해 등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항행·상공 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중국’이란 표현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대만’ ‘쿼드’ ‘남중국해’ 등 중국을 겨냥한 키워드 3개가 모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북한 문제에서 미국 지지를 얻으려 중국 문제에선 미국에 다가섰다”고 분석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미국은 정교하게 중국을 겨냥한 정책들에 한국이 동참하도록 하는 ‘스테핑 스톤(stepping stone·디딤돌)’을 깔았고, 결과적으로 한국이 미국과 함께 발을 디딘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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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안보 협력뿐만 아니라 백신 생산, 반도체·배터리·원전·6G 네트워크 등 한미 간 경제 협력도 대폭 강화됐다. 미중 간 경제·기술 경쟁에서 미국 진영에 가담한다는 의미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한국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대폭 반영해 기존 전략적 모호성에서 변화를 준 것인데, 중국 반응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일단 중국은 공식 입장은 내지 않은 가운데 중국 관영 환구망은 대만·남중국해 언급을 놓고 “내정간섭”이라고 했다. 반면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문 대통령이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으면서 미·중 이슈에서 한국의 원칙을 지켰다”고 했다. 김흥규 소장은 “한미 간 불안정성은 상당히 완화된 반면 중국 관계는 큰 과제가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