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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20.11.15] 바이든 ‘중 견제’ TPP 복귀 가능성… 한국 참여 압박할 듯 [‘메가 FTA’ RCEP 서명]

  • 김흥규
  • 2020-12-30
  • 388

‘메가 FTA RCEP서명’ … 균형 외교 시험대 오른 한국
선거기간 동안 재가입 의사 밝혀
취임하면 동맹국 동참 요구할 듯
정부 “국익 도움되면 가입할 것”
전문가 “둘 다 가입하는게 최선”


우리나라가 15일 중국이 포함된 무역협정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에 가입하면서 향후 이에 대항하는 성격의 미국 주도 무역협정에 참여하게 될지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내년 1월20일 취임 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추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다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을 주장하며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해 만든 TPP에서 탈퇴했다. 남은 회원국은 미국이 강하게 주장해온 항목들을 동결하고 협정을 ‘포괄적(Comprehensive)·점진적(Progressive) TPP’(CPTPP)로 바꿨다. 일본·싱가포르·호주·캐나다·멕시코·뉴질랜드가 CPTPP에 대한 국내 비준을 마치면서 2018년 10월 공식 발효됐다.


부통령 시절 TPP에 적극적이었던 바이든은 그동안 TPP에 재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그는 지난해 미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RF) 인터뷰에서 “TPP가 완벽한 협정은 아니지만 미국의 TPP 탈퇴로 아·태 경제블록 운전대가 중국에 넘어갔다”며 “TPP는 중국의 팽창을 억제하기 위해 각국이 뭉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은 RCEP에 가입했지만 CPTPP에는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미 트럼프 행정부가 TPP를 탈퇴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TPP 가입 문제는 가라앉았다. 하지만 향후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자국이 주도하는 무역협정 가입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 경제적 협력도 발전시켜 나간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TPP와 RCEP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국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양쪽 모두에 전략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주로 미국이 나서서 중국을 견제했던 트럼프 시대 때와는 달리 바이든의 경우 경제와 통상뿐만 아니라 인권, 환경 등의 문제까지 전방위적 분야에서 동맹을 강화해 중국 견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앞으로 우리 정부는 계속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다가 결국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으로 이어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같은 상황에 또 다시 부닥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무역협정의 경우 국익 차원에서 특정 협정을 배제하지 말고 참여해 실익을 챙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로서 무역 영역을 넓히는 다자기구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국익에 반하기 때문이다. RCEP에 참여한 것은 앞으로 TPP나 CPTPP와 같은 또 다른 무역협정에도 참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폭풍 속에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형성하면서 우리가 다른 국가들과 협력해 제3의 공간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미중정책연구소장)는 “우리나라의 미·중 의존성이 크기 때문에 하나가 또 다른 하나를 대체하지는 못하는데 섣부르게 한 면을 포기하는 건 엄청난 국익 손실”이라며 “한·미동맹을 공고화하고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존중하는 한편 미·중 전략경쟁 폭풍 속에 우리가 완전히 휘말리지 않도록 제3의 외교 공간을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