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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2020.10.27] [美 대선] 바이든 시대, ‘장밋빛 미래’는 아니다

  • 김흥규
  • 2020-10-28
  • 422
미국 대통령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BBC 여론조사에 의하면 10월19일 현재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 10%포인트 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만약 이대로 대선 결과가 굳어진다면, 트럼프의 가장 중요한 패인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처 미흡으로 보인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확진자와 희생자를 냈다. 물론 이번 선거는 박빙의 싸움이 될 수도 있다. 승리의 관건인 애리조나·플로리다·조지아·아이오와·노스캐롤라이나 등 주요 ‘경합주(swing states)’에서 바이든이 근소한 차이로 트럼프를 앞서고 있어 남은 기간 동안 여전히 뒤집힐 개연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안팎의 많은 정치·선거 전문가는 큰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바이든이 승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다면 그의 대외정책이나 한반도 정책은 어떻게 될까? 일단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에 의하면, 바이든 주변에는 대외정책 관련 2000여 명의 전문가가 모여 있다고 한다. 이는 바이든의 정책이 트럼프처럼 지도자 개인의 변덕에 의존하기보다는 광범위한 전문가 집단의 전통적인 사고와 전략에 기초해 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미국 민주당의 전통적인 대외정책 사고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에 기초한 것이다. 이에 반해 트럼프 진용은 경제적 이익만을 우선하는 트럼프 자신, 힘에 의한 평화를 신봉하는 레이건 보수주의자 및 정치 현실주의자, 가치와 더불어 힘의 투사를 결합하는 네오콘, 그리고 인종주의자·냉전주의자·중국 혐오주의자 등이 서로 얽혀 있다.

바이든, 對中 긴장관계 계속 유지할 가능성

바이든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체제를 강화하는 것을 중시한다.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미국의 국력을 보완하고, 코로나19, 중국 문제, 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들을 다루기 위해서는 이들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우선주의와 마초이즘을 표방하는 트럼프와 확연히 구분되는 인식이다.

두 번째는 가치를 중시한다. 바이든 외교의 최우선 순위는 자유세계와 단합하는 것이다. 부상하는 독재정권에 대항하고, 민주주의 연대를 중시하면서 경제·외교·군사적 결속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트럼프에 의해 경시된 미국의 외교를 다시 활성화하고, 트럼프의 이민정책 철폐, 기후변화 강조, 핵비확산 및 군축협정 갱신, 불필요한 전쟁 종식 등을 추진할 것이다. 인권과 민주주의, 반부패 등의 문제도 중요한 사안으로 다룰 것이다.
 
대중국 정책에서는 트럼프가 격화시킨 대중국 압박을 지속할 것이다. 대중 정책은 과거 오바마 정부에서 제대로 된 대안을 내놓지 못한 사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의 대중 정책을 ‘전략적 협력’ 위주에서 ‘전략적 경쟁’으로 전환시켜 놓았다. 이제는 ‘신냉전’이라 불릴 정도로 관계가 격화되고 있다. 미국 국민은 이러한 트럼프의 대중 정책을 광범위하게 지지했다. 더구나 중국에 대한 미국 국민의 인식은 현재 70% 이상이 부정적이다. 미국 전략가들은 현시점이 중국과의 패권전쟁에서 중요한 시기라고 인식하고 있어 오바마 행정부 식의 대중 정책으로 돌아가거나 타협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물론 트럼프의 대중 정책과 차이점도 있을 것이다. 전방위적으로 무차별하게 중국을 압박하기보다는 기후변화, 핵비확산, 보건 등 글로벌 이슈 등의 대응에서는 부분적으로 협력도 추진할 것이란 점이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에서 트럼프보다 바이든이 더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는 까닭은 미국이 외교에서 ‘가치’를 중시하고, 인권과 민주, 자유를 전면적으로 제기하면서 중국을 압박할 것이란 점 때문이다. 이는 트럼프와는 달리 국제적으로 좀 더 광범위한 설득력을 지닌다. 동시에 군사, 경제, 핵심기술, 세계 표준 설정 등 분야에서 동맹국들과 연대해 중국을 압박할 것이다. 트럼프가 일방주의적 외교를 추진하면서 경시했던 다자주의나 국제기구 등을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폭풍의 눈은 대만 문제다. 민주당은 2020년 정강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는 구절을 삭제했다. 중국은 이 원칙을 모든 대외관계의 핵심원칙으로 삼았고, 그간 미·중 관계가 요동치는 상황에서도 이를 안정화하는 묵계로 작용했다. 중국은 이미 2005년 반국가분열법을 제정해 대만이 독립으로 나아가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비평화적 수단으로 대응한다는 원칙을 법으로 규정했다. 어느 정치 지도자도 이 문제에서는 타협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묵계의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다. 대만을 마치 하나의 국가처럼 은연중에 취급하고, ‘대만관계법’에 규정된 방어용 군수 판매를 넘어 중국을 크게 자극하고 있다. 미·중이 만약 군사적으로 격돌한다면 대만 문제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바이든이 대만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그의 대외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의 벼랑끝 전술 재연될 수도

바이든의 한반도 정책은 우선 한·미 동맹을 더 중시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처럼 터무니없는 분담금 요구는 자제하겠지만, 북한에 대응하는 한·미 동맹의 성격을 중국에 대응하는 대중(對中) 동맹으로 전환하려 할 것이다. 중국이 자신의 핵심이익을 위협한다고 인식할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한국 배치 문제 등이 긴박하게 논의될 것이다. 이러한 사안들이 제기되는 것은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한·미 동맹은 크게 위협받고, 주한미군의 일부 철수도 고려될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어찌 되든 한·미 동맹의 성격 변화를 포함한 중차대한 외교·안보적 도전에 직면할 개연성이 크다.

바이든은 북한에 대해 비핵화와 인권 문제를 더 강조할 것이다. 인내 있는 외교와 압박 복합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처럼 최고지도자의 현란한 외교력에 맡기기보다는 광범위한 실무 전문가 집단을 통해 좀 더 원칙적이고 세밀하게 접근할 개연성이 크다. 다자주의 틀을 통해 대북 제재를 더욱 단단히 옥죄려 할 것이며, 중국에 대한 압력도 강화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아마도 트럼프에게 했던 핵실험이나 ICBM 실험의 자제 약속을 폐기하고 미국과 다시 도박을 해야 할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

곧 열릴지 모르는 바이든의 시대가 우리에게 그리 장밋빛을 투사하는 것은 아니다.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구조적인 환경 속에서 바이든이 트럼프처럼 급박하고 거칠게 다루지는 않겠지만, 더욱 우아하고 세련되게 한국을 압박할 개연성이 크다. 미·중 간 전략경쟁의 지속, 북한의 벼랑끝 전술의 재연, 미국의 비핵화를 명분으로 한 현란한 다자·양자 외교, 한국에 대한 대중 전선에 동참하라는 압력 강화 등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