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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20.08.23] 양제츠 `美·中갈등` 언급하며 韓에 중립 요청한듯

  • 김흥규
  • 2020-10-21
  • 509

양제츠 `美·中갈등` 언급하며 韓에 중립 요청한듯

中 외교실세 양제츠,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6시간 회동

양제츠 "韓은 시진핑 주석이
우선적으로 방문할 나라"

국제무대 美 압박 거세지자
中 우군 만들기로 보는 시각
"韓외교 곤란한 상황" 분석도

한중 양국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訪韓)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청와대는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교착 상태인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재개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중국 측이 시 주석의 조속한 방한과 연계해 사실상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국의 중립을 요청하면서 한국 외교가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2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방한 중인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회담을 갖고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 주석의 방한을 조기에 성사시키기로 합의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방한 시기 등 구체 사안에 대해서는 외교당국 간 지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 정치국원은 이날 회담에서 "한국은 시 주석이 우선적으로 방문할 나라"라고 언급했다. 이는 시 주석의 연내 방한에 무게를 싣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양 정치국원이 서 실장에게 조속한 시기에 중국을 방문해달라고 한 만큼, 서 실장이 이르면 다음달 중 시 주석의 방한 일정 조율을 위해 방중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현재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인) 나라가 없다"며 "굳이 한국을 최우선 방문하겠다고 하지 않더라도 (시 주석이) 한국을 먼저 오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연내 방한할 경우 그 시점으로는 9월 또는 11월 미국 대선 직후가 거론된다. 10월 1일부터 8일까지는 중국 국경절 연휴이고, 이후 10월 20일께 시 주석이 주재하는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가 예정돼 있다. 아울러 11월 초엔 미국 대선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예정됐다. 또 12월에는 한국에서 한·중·일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는데 리커창 중국 총리가 참석할 예정이라 같은 달 시 주석이 방한할 가능성은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코로나19만 문제되지 않으면 연내 방한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고 굳이 시점을 예상하자면 9월"이라면서도 "시 주석 방한 시 중국 측 수행원이 100명에 이르기 때문에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9월 방한을 결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방한 합의가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방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는 외교적 수사로 보인다"며 "굳이 연내 방한한다면 미국 대선이 끝나고 12월이 시작되기 전에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회담으로 되레 미·중 사이에 낀 한국의 난처한 입장만 부각됐다는 분석도 있다. 양 정치국원의 이번 방한 주목적이 미·중 갈등 국면에서 중국의 우군 만들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양 정치국원은 서 실장에게 최근 미·중 관계와 관련해 중국 측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미국이 일본·인도·동남아시아를 묶은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한국 측에 최소한 중립을 요청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흥규 소장은 "양제츠가 싱가포르를 방문한 뒤 바로 한국에 온 것은 (이들 국가가) 미·중 전략 경쟁에서 린치핀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며 "(중국이) 단군 이래 가장 한국을 필요로 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황재호 교수도 "이번 양제츠 방한은 한중 우호관계를 확인하는 게 목적"이라며 "중국 외교가 수세적 상황에서 적극적 방어로 돌아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