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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2019.12.23] 한반도 영향력 키우는 中..‘연말 위기’ 중재 가능?

  • 김흥규
  • 202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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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일촉즉발의 북·미 관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최근 중국은 대북 제재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북한 문제에 대한 적극적 개입 의사를 타전했고, 중국을 중심으로 북·중·러가 뭉치고 있어 연말연초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이 주목된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미국과 패권경쟁에 돌입한 중국이 북한을 싸고돌면서 북핵 문제의 주요 행위자로 나서려는 모양새다. 현재 북한은 사실상 중국에 의존해 대북제재에 맞서고 있는 만큼 중국의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에 따라 북·미 관계도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23일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으로 떠났다. 문 대통령은 우선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고 이후 청두로 가 오는 24일까지 한·중·일, 한·중, 한·일 정상회담에 나선다.

최근 한반도는 다시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교착상태였던 북·미 관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의적으로 제시한 ‘연말 시한’ 즉 연말까지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데드라인’이 다가오면서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중국은 이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북한의 편을 들고 나섰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중·러는 대북제재 일부 해제 내용이 담긴 결의안 초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전달했고, 18일에는 장쥔(張軍) 유엔주재 중국대사도 북한의 변화를 원한다면 대북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도 이제 북한의 동맹국이자 후견인으로서 한반도 문제에서 ‘유소작위(有所作爲·적극 참여해 하려는 것을 한다)’를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남북미 관계 급진전과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과 비중은 과거 6자회담 체제에 비하면 크게 낮아진 바 있다.

즉 북·미 대화에 위기감이 감도는 상황에 개입, 미·중 간 패권경쟁에서 북한을 지렛대로 미국을 압박하고 한반도 지역정세에서 중국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향후 비핵화도 중국이 원하는 방향을 주장하겠다는 의도를 담았다는 것이다.


한국을 찾아 북한에 회동을 제의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19~20일 공식 일정 예정에 없이 방중, 북한 관련 문제를 논의한 것도 중국의 새로운 움직임에 따른 대응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도 중국은 북·미 간 신뢰회복을 강조하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표나리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도 이 상황에서 역할을 해야 (자신들도 개입할) ‘자리’가 생긴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과 직접 교통로를 연 북한이 중국의 그 같은 개입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중국의 역할론 역시 북한의 태도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의 입장이나 전략은 변한 것은 없고, 특별한 것은 자기 목소리를 키웠다는 점”이라면서 “최근 중국에 있어 가장 큰 상황 변화는 미·중 무역분쟁과 비핵화 협상의 교착으로 중국도 이 부분에 초점을 두고 개입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문 대통령-시 주석-김 위원장’으로 연결되는 소통 채널 가동 가능성에 대해 김 소장은 “‘딜’에 걸맞은 상응조치의 교환이 없었기 때문이지 북·미가 대화채널이 없어서 만나지 않은 것이 아니다”라면서 “결국 북·미 간 접점 찾기가 없다면 중국이 나서 중재역을 맡는다고 해도 큰 틀에서 바뀔 것도, 바꿀 것도 사실상 없다”고 전망했다.

지난 8일과 14일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산실인 서해위성발사장(동창리 시설)에서 ICBM 관련 시험을 벌이면서 긴장감을 조성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적대행위 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고 북한은 이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편 이날 시 주석과 만난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 중단과 한반도 긴장 고조는 북한에 결코 이롭지 않다"며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어 "모처럼 얻은 기회가 결실로 이어지도록 더욱 긴밀히 협력해가길 희망한다"며 중국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시 주석은 "양국은 아시아에서 나아가서 세계에서 무게감과 영향력이 있는 나라"라며 "우리는 양자관계가 보다 더 좋은 발전 할 수 있도록 실현하고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을 촉진하고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체제를 수호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넓은 공감대가 있다"고 평가했다.